[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연금술은 불과 물, 흙, 공기 등 4대 원소가 실제 물질세계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출발했으나 일부 신비학과 만나 일종의 마법의 경지에 이르기도 했다. 그 결과 연금술을 연구하는 연금술사는 신비한 현자, 세상을 바꾸는 술법사로 대중에 각인됐으며 현재의 대중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대중문화적 관점에서 가장 많이 동원되는 연금술의 대표주자는 ‘현자의 돌’이다. 저렴한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현자의 돌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관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자의 돌 자체가 아니다. 금속을 황금으로 바꾸는 현자의 돌이 가진 능력과 매력이 핵심이다. 이는 기술 자체로는 큰 특이점이 없어도, 새로운 ICT 기술의 인프라가 되어주는 5G와 닮았다. 5G가 21세기 현자의 돌인 이유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5G, 신기루인가 현실인가

영국의 통신규제기관 오프콤의 전 아시안 윌리엄 웹 교수는 한찬 4G 시대가 이어지던 2016년 저서 <5G 신화>에서 콩코드 비행기와 5G의 묘한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콩코드는 1969년 3월 2일 첫 비행을 시작한 후 초음속 여객기의 시대를 열며 세계를 열광시켰으나 2000년 7월 파리를 출발한 콩코드가 이륙 직후 폭발해 승객과 승무원 109명이 전원 사망한 후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음속을 돌파할 때 발생하는 소닉 붐과 비싼 요금제도 발목을 잡았다. 냉전시대 기술경쟁의 산물로 등장한 시대의 사생아는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윌리엄 웹 교수는 콩코드의 비극과 5G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음속의 2배로 하늘을 날았던 콩코드도 무리한 기술 경쟁의 산물일 뿐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면서 “5G도 무리한 경쟁의 산물이자 기술 신기루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은 나름의 타당성을 가진다. 3G에서 4G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통신 네트워크 기술 특이점은 결국 속도로 제한됐고, 이는 5G에서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들이 크게 원하지 않는 5G 속도를 제공한다는 미명으로 통신사들은 높은 요금제를 챙기고 장비 사업자들은 돈을 쓸어 담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비관론은 사실일까? 윌리엄 웹 교수가 경고했던 기술 신기루의 가능성에 꿈틀대는 속도의 행간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5G가 4G에 비해 20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는 점 외에는 기술적 차별성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속도의 패러다임은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술의 지평선으로 안내할 공산이 크다. 4G에서 N-스크린의 모바일 시청 패러다임만 가능했다면 5G에서는 단숨에 가상 및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AWS 공공부문 서밋에서 톰 소더스톰 미 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NASA JPL) IT 총괄은 클라우드의 기술 강점을 설명하며 바다의 서퍼를 예로 들었다. 그는 “바다의 서퍼처럼 우리도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을 활용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면서 “파도가 적절해야 서퍼가 힘을 받을 수 있듯이, 적절한 기술을 부드럽게 타고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의 기술적 특이점을 설명한 대목이지만 5G의 시대에도 통용되는 지점이 보인다. 5G도 클라우드처럼 기반 인프라로 작동하며 다양한 기술의 증폭과 시너지를 끌어낼 수 있다. 마치, 파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서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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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는 무엇인가?

5G의 정체를 확실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5G의 G는 Generation, 즉 세대를 의미한다. 이동통신의 발전을 나누는 척도다.

1G는 최초 이동통신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기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동하며 통신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진정한 의미의 통신 기술과 이동의 패러다임 변화다. 1G의 대표 기술은 에릭슨이 개발한 북유럽 표준 NMT(Nordic Mobile Telephone) 방식과 영국표준 TACS(Total Access Communication System) 방식, 프랑스 표준 RC 2000(Radiocom 2000) 방식, AMPS(Advanced Mobile Phone System) 방식, 독일 표준 C-450 방식(독일, 포르투갈) 등 5가지 방식이 있다.

2G는 아날로그 음성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 전송했다. 즉 음성통화 일변도에서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다양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하게 됐다. 유럽식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과 미국식인 CDMA 두 가지가 있었고 국내에서는 1993년 CDMA 방식이 표준으로 채택된다. 3G는 기존의 CDMA와 GSM에서 진화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다. 대표적인 기술에는 WCDMA와 HSDPA(고속 하향 패킷 접속) 등이 있다. 3G는 비음성 데이터의 이동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를 가지며 최초 스마트폰의 불꽃과 만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의 모바일 기술과 가장 근원적으로 연결된 기술이다.

4G 시대는 2000년대 인터넷 기술의 정수다. LTE는 2009년 12월 14일 유럽 통신사 텔리아소네라가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고, 퀄컴과 국내 기업들도 빠르게 LTE 진영으로 합류했다. 국내에서는 2011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G LTE 상용화에 성공했다. 다만 4G부터는 기술적 특이점이 없이 오로지 속도로만 구분을 하기 시작한다. 이는 통신 네트워크 기술이 속도 외에는 별다른 강점이 없다는 속내를 드러냄과 동시에, 또 다른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이율배반적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5G가 등장했다. 5G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가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 100Mbps를 자랑하며 4G 대비 20배 속도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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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5G로 달리고 있다

원격지원 솔루션 전문 기업인 알서포트의 신동형 팀장은 5G가 만들 새로운 세상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5G 로드맵의 방향성에 집중했다. 신 팀장은 “글로벌 5G는 아시아 및 북미가 주도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4월 5일 진정한 5G 상용화에 성공했고, 중국은 2020년 5G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미국은 올해 5G 모바일 서비스 상용화에 나선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올해 3월 5G 주파수 할당에 나섰으며 동시에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5G를 품는다.

유럽은 아직 5G 속도가 더딘 편이다. 아직 4G 확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인 5G 로드맵이 아직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 속에서 화웨이의 반격이 유럽을 시작으로 전개되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화웨이와 유럽의 5G 동맹이 굳건해지는 이유다. 실제로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3월 24일(현지시간) EU(유럽연합)가 5G 통신 네트워크 구축 과정에서 화웨이를 배제하지 않고, 보안위험을 감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화웨이 장비 사용 불가를 외치며 동맹국들의 반 화웨이 전선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으나, 미국의 지나친 보호 무역주의 기조가 동맹국들의 반감을 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은 여전히 화웨이 장비에 보안 취약점이 있다는 주장이지만, 현 상황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다른 동맹국들은 화웨이 장비를 단박에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때 유럽에서 반 화웨이 정서가 표출되기는 했으나, 당시 분위기는 ‘화웨이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며 얻을 것은 얻겠다’는 뉘앙스가 강했다. 그 연장선에서 결국 유럽이 자기의 길을 정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제조사 중심으로 살피면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갤럭시S10 5G와 갤럭시 폴드의 5G 기능을 중심으로 초반 시장 쟁탈전에 나설 전망이다. 5일 5G 상용화에 나선 최초의 단말기 갤럭시S10 5G의 존재감에 시선이 집중된다.

▲ 갤럭시S10 5G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5G 칩셋부터 스마트폰, 통신장비까지 엔드투엔드(End-To-End)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약 10년 전부터 5G 연구 개발에 착수해 표준화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 기가비트급 전송속도 구현, 다중셀 간 최초 핸드오버 시연 성공 등 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앞장서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5G와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갤럭시S10 5G는 시네마틱 경험을 제공하는 6.7형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Infinity-O Display)’를 탑재했으며 스마트폰 후면 쿼드 카메라 등 총 6개의 카메라, 4500mAh 대용량 배터리로 무장했다. 전면 듀얼 카메라와 후면 쿼드 카메라까지 총 6개의 카메라를 탑재했고 8GB 램을 기본탑재한다. 256GB, 512GB의 두 가지 내장 메모리 모델로 출시되며 가격은 각각 139만7000원, 155만6500원이다.

모바일 AP 엑시노스9820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4세대 CPU 코어를 적용하고 설계를 최적화해 성능과 전력효율이 동시에 향상됐으며 인공지능 연산 속도는 전작과 비교해 약 7배 늘어났다. 최신 그래픽 프로세서(Mali-G76)를 탑재해 전작 대비 그래픽 처리 성능을 약 40%, 동일 성능에서의 전력소모를 약 35% 개선했으며, 업계 최초 8CA(주파수 묶음) 기능과 초당 2기가비트(Gbps) 다운로드 속도의 통신이 가능하다.

▲ 엑시노스9820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인공지능 연산 속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작과 비교해 7배 증가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사용자 경험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NPU를 내장해 기존에 클라우드(Cloud)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수행하던 인공지능 연산 작업을 모바일 기기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온 디바이스 인공지능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에도 두각을 보인다. 여기에 갤럭시폴드는 국내에서 5G 모델로 풀리게 된다.

LG전자는 LG V50 씽큐를 5G 전용으로 출시하지만 시기적으로 최초와 거리가 있다. 퀄컴과의 부품 수급 관계로 5월 19일 출시되며 출고가는 119만9000원이다. 5G 스마트폰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나아가 LG전자는 LG 듀얼 스크린을 무상 증정하는 이벤트로 갤럭시S10 5G를 추격한다는 각오다. 애플은 2020년 상용화가 유력하다.

▲ LG V50이 공개되고 있다. 출처=LG전자

5G는 어떤 세상을 보여줄까?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5G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5G는 ▲스마트시티 ▲비도시지역 ▲스마트홈 ▲스마트오피스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발적인 기술의 진화를 끌어낼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0개 산업과 4개 기반환경에 대해 5G가 제공하는 사회경제적 가치는 2025년 최소 30조3235억원, 2030년에는 최소 47조7527억원으로 추정된다. 해당 연도의 예상 국내총생산(GDP)의 약 2% 수준이다.

신동형 팀장은 크게 농축산업, 자동차, 에너지 공공, 금융 서비스, 헬스케어, 제조업,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공공안전, 공공운송, 유동 등 10개의 카테고리로 5G 적용 사례를 분석했다. 농축산업 분야의 자동화와 비용 절감, 나아가 생산성 증대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5G라는 설명이다. 자동차에서는 자율주행 및 인공지능 기술의 만남이 빨라질 것으로 봤으며 에너지 공공 분야에서는 스마트 그리드와 스마트 공공 인프라에 5G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금융 서비스는 핀테크 바람과 5G의 연결에 주목했으며 헬스케어는 원격진료와 원격수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제조업은 스마트팩토리의 발전을, 미디어 엔터테인먼트는 가상 및 증강현실을, 공공안전에서는 중앙통제 시스템을 가진 자동화 무인 경비 시스템에 5G의 비전이 연결된다는 설명이다. 공공운송과 유통에는 기존 산업의 영역을 넓히는 중요한 요소로 5G가 활동할 것으로 봤다.

5G가 일종의 넓은 고속도로라고 가정한다면, 결국 빠른 속도로 대용량 데이터가 움직이며 우리가 지금까지 체험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기술의 파괴력이 극대화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그 중심에서 5G는 기간 인프라이자, 새로운 ICT 가능성 타진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

한편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5G를 기반으로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서비스들을 속도 중시형 eMBB(enhanced Mobile Broadband), 안정성 중시형 URLLC(Ultra-Reliable Low-Latency Communication), 대량 접속 중시형 mMTC(massive Machine Type Communication)으로 구분해 눈길을 끈다. 애틀러스 리서치앤컨설팅은 5G 정국에서 “새로운 서비스 시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충분한 지불의사를 갖게 될 서비스들이 발굴될 것”이라면서 “혁신적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의 등장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