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기범 기자]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징계 수위가 당초 검토했던 일부 영업정지 등과 같은 중징계 조치안에서 경징계로 낮아졌다. 특수목적회사(이사 SPC)를 도관으로 간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개인대출로 본 당초 판단에서 한 발 물러난 셈이다.

금융감독원은 3일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금감원 빌딩에서 제6차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를 열고 종합검사 결과 조치 안을 심의한 결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자금 부당대출의 건에 대해 '기관경고' 제재를 의결했다. 임직원에 대해서는 주의~감봉 조치, 과징금 및 과태료 부과를 내리도록 금융위에 건의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한국투자증권 제재심은 지난해 12월과 1월 두 차례 진행됐다. 당시 ‘불법이냐, 아니냐’를 두고 제재심 심의위원 간 징계 수위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면서 결론은 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경징계에 대해 유사선례가 없는 점을 고려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고 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증권사에 대한 첫 제재 사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달 초 금융위원회의 자문기구인 법령해석심의위원회(법령심의위)가 한국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준 것도 경징계 의결에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법률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에서는 이달초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사안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8월 SK실트론 주식매입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 ‘키스아이비제십육차’를 설립했다. 이 SP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5년 만기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맺고 SK실트론(구 LG실트론) 지분 19.4%(1672억원 규모)를 매입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 할 수 있다. 해당 지분에서 발생하는 배당, 가치변동에 따른 모든 현금흐름은 최 회장에게 귀속된다. 최 회장은 한국투자증권에 TRS 관련 수수료를 지불하고 ‘키스아이비제십육차’의 지분매각시 발생하는 손실도 보전(콜옵션 행사 관련)하는 구조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키스아이비제십육차’에 발행어음자금 투입이다. 금감원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흘러 들어간 것을 개인대출로 봤다. 그 결과, 자본시장법을 어긴 것으로 판단해 제재를 예고한 것이다. 초대형 IB는 발행어음 사업을 통한 개인대출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반면 한국투자증권은 SPC에 대출을 한 것일 뿐 개인대출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물론 최종 자금흐름은 발행어음자금이 최 회장을 대상으로 한 개인대출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거래만 놓고 볼 때 한국투자증권은 SPC에 대출을 한 점 ▲SPC를 통한 대출이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대립각이 극명한 상황에서 금감원은 중징계를 내기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심의 및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의 의결도 남아있다.

금융감독원 측은 "다수의 회사측 관계자들(법률대리인 포함)과 검사국의 진술·설명을 충분히 청취하는 한편 제반 사실관계 및 입증자료 등을 면밀히 살피는 등 매우 신중하고 심도 있는 심의를 통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로서 심의결과는 법적 효력이 없으며, 추후 조치대상별로 금감원장 결재 또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및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제재내용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