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과 1991, 캔버스에 유화, 53×45.5㎝(Quince 1991, Oil on Canvas, 53×45.5㎝)

사실 현대미학이 풍미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사실주의 회화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아마도 현대적인 미적 감각을 반영한다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대한 응분의 대가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에 실현되고 있는 현대적인 감각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선 그는 과거 사실주의 회화에서 요구되는 중후하면서도 어둡게 느껴지는 색채이미지에서 벗어나 밝고 맑은 색채이미지를 지향한다. 흔히 컬러시대라고 말해지는 현대적인 색채감각에 순응하는 것이다.

의도적이기보다는 현재를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의 자연스럽고도 솔직한 색채반응인 셈이다. 19세기의 사실주의 아니 그 이전의 다양한 회화양식에서 가장 중요시한 조형적인 특징의 하나는 사실보다 과장된 명암기법이었다.

빛을 강조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음영이 실제보다 짙어지는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빛과 음영의 대비를 중시한 것이다.

이러한 작품은 극적인 요소가 강하기 마련이다. 강렬한 명암대비를 통해 시각적인 인상을 강화시킨다는 전략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그의 그림은 우리의 일상적인 시각을 신뢰하는 쪽이다. 명암을 실제보다 과장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정도에 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림은 전체적으로 밝고 맑고 명료하다. 바로 지금 눈앞에 놓인 정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색채가 투명하게 보이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실제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는 묘사기법이야말로 회화적인 기교를 배제한 표현의 순수성을 회복하는 수단이다. 어쩌면 현대인들이 그의(ARTIST KOO CHA SOONG,具滋勝,서양화가 구자승,구자승 작가,구자승 화백,KOO CHA SOONG) 그림에서 친숙감을 느끼는 것도 자신의 눈에 보이는 사실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데 대한 공감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글=신항섭/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