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정부는 올해 3월 로봇산업 육성 청사진을 내놨다. 로봇산업에서 한국이 글로벌 4대강국이 되게한다는 것인데 로봇업계는 정부 정책을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로봇 수요 시장 창출, 선순환이 가능한 인수합병(M&A), 소프트웨어(SW)육성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 현대로보틱스 로봇. 출처=현대로보틱스

정부 로봇산업 3대 육성전략 발표

정부는 3월 22일 대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로봇산업 육성전략 보고회’를 개최했다. 주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3대 제조업 중심 제조로봇 확대 보급, 4대 서비스로봇 분야 집중 육성, 로봇산업 생태계 강화가 정부의 로봇산업 진흥 전략이다.

3대 제조업 중심 제조로봇 확대 보급서 언급된 3대 제조업은 뿌리산업, 섬유산업, 식음료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한국은 제조로봇 활용도에서 세계 1위지만 제조로봇 산업은 전자, 전기, 자동차 분야를 중심으로만 발전해 왔다”면서 “뿌리, 섬유, 식음료와 같이 근로환경이 열악하고 인력부족 해소가 필요한 분야에서는 로봇 활용이 저조해 이 분야에 제조로봇을 집중 보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밝힌 3대 제조업 분야 로봇 선도 보급 대수는 7560대다.

4대 서비스로봇 분야는 돌봄, 물류, 웨어러블, 의료 분야다. 돌봄 분야에서는 중증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협업해 5000대 보급 계획을 세웠다. 물류 분야에서는 마트, 병원, 부산·세종 스마트 시티등에 4000대를 보급키로 했다. 웨어러블 분야에서는 현장 근로자 등을 대상으로 945대, 의료분야에서는 식약처와 협업해 국공립병원, 재활병원 등에 55대를 보급키로 했다. 산자부는 “서비스로봇 산업은 시장 초기 단계지만 향후 산업의 급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정부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고려해 4대 서비스로봇을 집중 육성한다”고 밝혔다. 산자부는 2020년부터 3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 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로봇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정부는 로봇제조사와 수요기업을 연결하는 로봇 분야 시스템통합 전문기업(SI)을 육성하기로 했다. 또 미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로봇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SW)의 자립화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0년부터 7년간 100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로봇에 필요한 지능형 제어기, 자율주행 센서, 스마트 그리퍼의 3대 핵심부품과, 영상정보 처리 등 4대 SW기술을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3가지 육성 계획이 추진되면 2023년까지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로봇전문기업 20개가 육성되고, 로봇 산업 규모가 15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윤모 산자부 장관은 “인공지능(AI), 5G통신같은 새로운 기술이 로봇에 접목되면서 로봇이 더 지능화되고, 제조업 현장은 물론 일상생활 곳곳에서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발전방안을 통해 로봇 경쟁력을 강화해 한국을 로봇산업 4대 강국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업계 “정부 관심 환영...선순환 M&A등도 고려해야”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전략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협회 이사는 “이번 육성전략을 보면 정부가 로봇산업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업계는 로봇산업이 다시 한 번 뛰어오를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로봇업체 관계자도 “대통령까지 로봇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만큼 로봇업계가 정부의 지원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업계는 정부의 육성전략에 대해 긍정 평가하면서도 더 관심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고 지적했다. 로봇 수요 시장 창출, 선순환이 가능한 인수합병(M&A), 소프트웨어(SW)육성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영훈 이사는 “서비스로봇의 수요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먼저 공공 분야에서 서비스로봇을 많이 사용해 줘야 한다”면서 “더 나가서는 내수시장뿐만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도 수요가 발생할 수 있도록 수요시장 창출에 정부가 보다 더 힘을 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 이사는 “현재 한국 로봇 중소업체 중에서는 이스라엘 기업처럼 좋은 기술력을 확보한 기업이 많은 만큼 이런 기업의 몸집을 보다 크게 만들어 주는 인수합병(M&A)도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선순환을 일으키는 인수합병을 위한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만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정부의 로봇산업 육성전략을 보면 진단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현재 한국 로봇업체들은 규모가 영세한 업체가 대부분인데 신규 업체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 기존 영세 업체들의 몸집을 좀 더 키워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로봇 소프트웨어(SW)관련한 지적도 나왔다. 한국의 로봇 시장은 하드웨어(HW)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SW 개발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김동환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능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로봇 SW는 공개된 소스를 활용하는 정도라서 완성도나 활용도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사실 외국에서는 로봇 SW의 중요성을 정부와 업계가 함께 인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SW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한국의 로봇 SW수준은 부분 부분별로 보면 대학교 중심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는 전체를 통합할 수 있는 SW 프레임워크 기술이 국내는 거의 없다는 점”이라면서 “100개의 로봇이 있다면 100개의 로봇이 각기 다른 SW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 로봇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