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브렉시트 이행 과정이 막판까지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기업들의 좌절이 끓어오르고 있다. 출처= Foreign Polic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2016년 6월 브렉시트 투표가 있은 몇 주 후에, 일본은 영국에게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EU와의 이혼 협상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일본은 불확실성은 시장의 변동성을 야기하고 무역과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영국이 무역을 보호하는 브렉시트 협정을 확보하지 못하면 일본 기업들은 영국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는 15쪽 분량의 메모에서 "유럽의 일본 기업들이 가장 피하고 싶은 것은 막판에 브렉시트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명확히 분간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썼다.

2년 반이 지난 지금, 그리고 브렉시트 카운트 시계를 불과 10일 남겨두고, 그것은 비단 일본 기업뿐 아니라 영국에 있는 전 세계 기업들이 현재 어떠한 상태이 있게 되었는지를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파괴적인 무질서한 브렉시트의 위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최고조에 이르렀다.

기업들의 좌절과 공포가 끓어 넘치고 있다. CNN이 업종별 대표 기업 10곳이 말하는 가장 끔찍한 브렉시트로 벌어질수 있는 경제 상황 경고 10가지를 요약했다.

1. 지멘스(Siemens):
지멘스 영국법인의 위르겐 마이어 최고경영자(CEO)는 1일(현지시간), 현재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영국의 정치적 혼란은 영국이 ‘사업하기 가장 좋은 곳’이라는 명성을 무너뜨리고 있으며 영국을 '웃음 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그쯤 해야죠. 우리도 인내심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는 의원들에게 “요즘엔 지멘스 본사에 ‘영국에 대한 투자 결정’을 요청하기 어렵게 됐다. 이것은 영국의 일자리와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고 호소했다. 지멘스는 영국에 1만 5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연간 50억 파운드(7조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 이지제트(EasyJet):

영국의 대표적인 저가항공사인 이지제트는 1일, 브렉시트에 대한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유럽 항공편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경고하고, 그 고통이 성수기인 여름 시즌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항공사는 3월 31일로 끝나는 전반기 6개월 동안 2억 7500만 파운드(4000억원)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3. 시티그룹(Citigroup):

마이클 코뱃 시티그룹 CEO는 지난 1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영국의 은행들이 유럽에서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할 경우, 유럽 자산을 런던 밖으로 옮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컨설팅회사 EY에 따르면, 금융서비스 회사들은 이미 1조 파운드(1500조원) 규모의 자산을 유럽 연합으로 이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7000여 개의 일자리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 톰 엔더스 에어버스 CEO는 "영국의 항공우주 분야는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에어버스는 영국에 매우 해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처= 위키미디어

4. 에어버스(Airbus):

유럽의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톰 엔더스 CEO는 지난 1월에 영국이 유럽 연합에서 무질서하게 분리되면 에어버스의 향후 투자는 영국에서 방향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렇게 될 경우, 영국에 1만 4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에어버스의 영국 공장이 살아남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엔더스 CEO는 "영국의 항공우주 분야는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고 우려하고 "만약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된다면 에어버스는 영국에 매우 해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어버스 항공기의 날개를 만들고 싶어하는 나라는 영국 말고도 많이 있으니까요.”

5. 맥도날드(McDonald's):

맥도날드는 지난 1월, KFC, 샌드위치 체인 프레타망제(PRET A MANGER), 영국 슈퍼마켓들과 함께,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공급망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들 업체들은 영국이 유럽과의 무역을 보호하는 출구협약 없이 EU를 떠나면 자신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음식의 종류, 품질, 내구성'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우리는 비상 계획을 위해 공급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지만, 공급망에 대한 모든 위험을 완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6. 소니(Sony):

일본 기술회사 소니는 지난 1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유럽의 본거지를 영국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소니의 대변인은 "노딜 브렉시트를 대비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소니의 이런 움직임은 일본의 또 다른 기술회사 파나소닉이 2018년 10월에 유럽 본거지를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전한다고 발표한 데 이은 것이다. 파나소닉은 당시 이전 결정을 발표하면서 영국과 다른 나라들 사이의 사람과 상품의 흐름이 제한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었다.

7. 닛산(Nissan):

닛산은 지난 2월 초 영국 선덜랜드 공장에서 SUV 모델인 엑스트레일(X-Trail)을 생산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회사는 대신 일본 국내에서 그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역시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을 이유로 꼽았다. 이 공장은 영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생산 공장으로 70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

닛산은 또 지난 3월에는 이 공장에서 생산하던 고급 인피니티(Infiniti) 모델 2종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 결정이 브렉시트와는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부인했다.

8. 포드(Ford):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포드는 지난 1월에, 브렉시트가 무질서하게 진행되면 회사는2019년에 8억 달러의 비용이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새로운 관세와 영국 파운드화의 가치하락을 염두에 둔 것이다.

스티븐 암스트롱 포드 유럽 회장은 2일,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회사는 영국에 두고 있는 모든 포드 조직에 대해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카이 뉴스(Sky News)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외 다른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는 현재 영국에서 완성차를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두 개의 큰 엔진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포드에게 있어 영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시장이다.

9. BMW:

영국 옥스포드 인근의 공장에서 이 회사의 상징 중 하나인 미니(Mini)를 만드는 독일 자동차 제조업체 BMW는 무질서한 브렉시튼는 결국 공장 가동의 중단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복잡한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브렉시트가 새로운 무역장벽과 국경 통행 지연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의 미래가 걸려 있는 것이다.

폴 드렉슬러 영국산업연맹(Confederation of British Industry) 회장은 지난 2018년 6월에 "EU라는 관세 동맹이 없어진다면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아예 멸종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자동차 산업협회(Society of Motor Manufacturers and Traders)에 따르면 영국 자동차 제조업계에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18만 6000명에 달한다.

10. 셰플러(Schaeffler):

영국에서 항공우주산업과 자동차 회사에 부품을 생산, 공급하는 독일 엔지니어링회사 셰플러(SCFLF)는 이미 2018년 11월에 영국 내 공장 2곳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영국 웨일스주 라넬리(Llanelli)에 있는 공장을 먼저 폐쇄한 다음, 남서부의 플리머스(Plymouth)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역시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을 주요인으로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