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오는 5일 5G 상용화 정국을 맞아 각 통신사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당장 5G 요금제를 둘러싸고 속속 카피 작전이 등장하는 한편 기지국 개수를 둘러싼 견제구도 나오고 있다. 이 외 다양한 5G 마케팅 포인트에 있어서도 통신사들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 SKT의 5G 초격차가 전략이 가동된다. 출처=SKT

5G 기지국, SK텔레콤 3만4000개?
진정한 의미의 5G 상용화를 누리려면 그에 맞는 커버리지를 구축해야 하며, 커버리지는 5G 기지국 숫자와 비례한다. 즉 커버리지가 넓으려면 5G 기지국이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SK텔레콤은 3일 자사 5G 기지국이 2일 오후 6시 기준 약 3만4000개라고 설명했다. 서울과 6대 광역시 등 전국 85개 시 핵심 지역과 대학가, KTX, 대형경기장, 고속도로, 수도권 지하철 노선, 해수욕장 등 데이터 사용이 가장 많은 지역에 촘촘히 5G 기지국을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연내에는 7만개의 기지국을 설치한다.

KT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5G 기지국 3만개로 5일 상용화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연말까지 대부분의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전국 인구의 트래픽 80% 정도를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경쟁사에 비해 가장 적은 1만8000개의 5G 기지국으로 상용화에 돌입한다. 상반기에 5만개를 채운다는 각오다.

통신3사가 5G 기지국 숫자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으나, 업계 일각에서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MWC 2019 당시 통신3사는 5G 기지국 숫자 목표를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으나, LG유플러스는 유일하게 1만5000개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중국의 화웨이 장비를 수급받기 때문에 가장 빠른 5G 기지국 설치에 나섰으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당시 LG유플러스의 5G 기지국 숫자가 다른 통신사보다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5G 상용화를 앞둔 현재, SK텔레콤이 무려 3만4000개의 5G 기지국을 설치하고 KT가 3만개의 5G 기지국으로 상용화에 나선다는 점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화웨이와 손을 잡은 LG유플러스는 아직 1만8000개의 5G 기지국에 그친 상태기 때문에 SK텔레콤과 KT가 5G 기지국 숫자를 뻥튀기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5G 기지국 늘리기가 거의 연금술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최근 삼성전자의 장비가 대거 풀리기 시작했으며, 기존 4G 기지국 인프라와의 연결을 통해 5G 기지국 숫자를 합산하는 한편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커버리지까지 고려했을 때 각 통신사들의 5G 기지국 연금술도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각 사의 신경전도 대단하다. 강종렬 SK텔레콤 ICT 인프라센터장은 5G 기지국 숫자를 두고 "각 통신사들이 주장하는 숫자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서 "기지국 인허가 절차를 보면 누구의 숫자가 맞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타사의 경우 5G 기지국 숫자는 준공신고기준으로 약 2만대 수준일 것"이라면서 "5G 커버리지에 대해서는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 5G맵도 공개할 예정이며 (경쟁사) 도발에는 응징할 것"이라는 격한 표현도 사용했다.

▲ KT의 5G 요금제가 공개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DB

5G 요금제 무제한 앞으로
5G 요금제 눈치작전도 치열하다. 통신3사의 5G 요금제가 모두 공개된 가운데 KT가 시작한 무제한 요금제 트렌드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휘감는 분위기다.

KT는 5G 요금제를 공개하며 무제한 카드를 빼들었다. 슈퍼플랜 베이직·스페셜·프리미엄 3종으로, 세 요금제 모두 속도제어 없이 데이터를 완전 무제한으로 제공하며 185개국에서 로밍 데이터 무제한 혜택도 제공한다. 여기에 하부 요금제로 5G 슬림이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이 당장 움직였다. 이미 공개된 5G 요금제를 수정, 동일한 무제한으로 맞불을 놨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3일 최상위 5GX 플래티넘 12만5000원 요금제를 데이터 완전 무제한으로 풀었다. 5GX 프라임 8만9000원 요금제도 마찬가지다. 5GX 스탠다드는 7만5000원에 150GB 데이터를 제공하고 슬림은 5만5000원에 8GB 제공이다. 이미 공개됐던 요금제와 현재의 변경된 요금제를 보면 거의 KT 요금제를 답습한 수준이다. 다만 일종의 프로모션으로 그칠 것으로 보여 고심이 커지고 있다. LG유플러스도 조만간 최상위 요금제서 무제한 데이터 제공 카드를 던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4G LTE 시절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상용화 후 몇 년이 지나 등장했다. 그러나 5G 정국에서 KT가 최상위 3개 요금제를 대상으로 무제한 카드를 던지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즉각 반격에 나서는 분위기다. 초반 분위기가 필요이상으로 달아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LG유플러스의 5G 경쟁력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우리는 이런 것 할 수 있어요"
5G 상용화 시대가 열려도 당장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는 것 아니며, 증강현실로 태양의 서커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즐길 수 없다. 그러나 통신3사는 5G 상용화에 맞춰 필요이상의 ICT 경험을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텔레콤은 ▲초고화질 미디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게임 ▲커뮤니케이션의 5G 킬러 서비스 및 콘텐츠 약 8000개를 준비했다는 설명이다. 게임 영역에서 SK텔레콤은 라이엇게임즈와 제휴를 맺었고 클라우드 스트리밍 게임 분야에서 제휴를 추진 중이다. 증강현실에서는 나이언틱과 협력했으며 미디어 영역에서는 ▲타 서비스보다 최대 15초 빠른 옥수수 모바일 중계 ▲가상공간에서 함께 야구를 시청하는 ‘5GX 소셜 VR’ ▲12K UHD를 통해 기존 UHD보다 3배 넓은 광시야각 방송 등을 서비스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제로레이팅을 적극 활용한 내 식구 챙기기에 나선다.

KT는 ▲커뮤니케이션 ▲게임 ▲미디어에 집중하며 영상통화 서비스 ‘나를’과 e스포츠 중계전용 앱 ‘e스포츠라이브'로 공세에 나선다. LG유플러스측은 “연말까지 1000편 이상의 5G콘텐츠를 확보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는 “요가나 쇼핑 콘텐츠부터 힐링, 여행 콘텐츠 까지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5G 서비스 개발 및 테스트에 필수적인 5G 네트워크는 물론 기지국 장비, 디바이스 및 각종 서비스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 5G 이노베이션 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 LG유플러스의 이노베이션 랩이 개소하고 있다. 출처=LG유플러스

업계에서는 5G 기지국 숫자와 요금제 등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통신3사를 두고 기대 반, 우려 반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강한 경쟁은 기술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자칫 필요이상의 출혈경쟁은 전체 통신 ICT 인프라 경쟁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 5G 기지국 숫자만 봐도 화웨이와 손을 잡은 LG유플러스가 제일 많은 커버리지를 자랑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른 통신사의 숫자가 더 많은 아이러니가 보인다. 이 과정에서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5G 요금제도 지나친 경쟁이 독이 될 수 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리 5G 퍼스트라고 해도 당분간 4G와 5G의 혼용은 불가피하다"면서 "수도권은 물론 지역의 5G 커버리지를 차근차근 넓히는 작업에 나서는 한편 보여주기식 경쟁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