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라젠의 주요 파이프라인 임상 등이 올해 속속 발표될 것으로 예정돼 주목된다. 도날드 맥도날드 UCSF 교수가 AACR2019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신라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개발 전문기업 신라젠이 최근 1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미국 암 학회(AACR2019)’에서 ‘펙사벡(JX-594)’을 활용한 세 가지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올해 상반기에 무용성 평가 발표가 예정돼 있어 주목된다.

신라젠, AACR서 항암바이러스 ‘펙사벡’ 메커니즘 세 가지 공개

신라젠은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AACR2019에서 ‘암살상 백시니아 바이러스의 항암 메커니즘’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UCSF)의 도널드 맥도날드(Donald M. Mcdonald) 교수는 펙사벡이 항암작용을 하는 세 가지 방법을 공개했다.

▲ 신라젠 주요 파이프라인 현황. 출처=신라젠

첫 번째는 정맥 투여해 항암바이러스가 종양 혈관에 1차적으로 감염되는 효과다. 연구진은 약물 투여 후 자연적으로 췌장암이 발생한 쥐 실험모델에 시간 변화에 따른 바이러스 감염을 확인한 것이다. 항암바이러스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조작해 항암 효과를 보유하게 만든 것으로 바이러스가 종양 등에 쉽게 접근하는 특성을 활용한 치료제다.

연구진은 두 번째로 항암바이러스가 종양에 감염되는 특성을 활용, 차세대 항암제인 면역관문억제제(면역항암제 일종)을 병용 투여한 결과 종양세포 살상 효과가 약 2배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세 번째로 펙사백이 감염되는 부위가 크게 증가한 것과 종양조직 내 면역세포인 CD8양성 T-세포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 '펙사벡(JX-594)' 병용 요법 전임상 결과. 출처=신라젠

면역관문억제제는 효과가 탁월하지만 반응률이 약 20~30%인 한계가 있다. 즉 환자 10명 중 2~3명에게는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지만, 이외에는 큰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단점이다. 최근 면역관문억제제의 반응률을 높일 수 있는 병용요법 연구개발(R&D)가 늘고 있는데 펙사벡의 병용 요법도 이와 같은 연구라고 볼 수 있다.

2013년 2월 펙사벡을 단독 투여한 신장암 환자에게서 완전 반응(CR)이 일어난 사례도 발표됐다. 맥도날드 교수는 “간 전이를 보였던 신장암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한 후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CR을 관찰했다”면서 “5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도 환자는 CR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신라젠과 파트너사 리제네론은 이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2018년부터 전이성 신장암 환자 86명에게 펙사벡과 리브타요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 1b상을 한국, 미국, 호주에서 진행하고 있다.

펙사벡과 리브타요 병용은 용량을 높이는 파트1 임상이 마무리됐으며, 임상 결과 용량제한독성(DLT)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병용 투여에 따른 약물 효능을 평가하는 임상 파트 2가 진행되고 있다.

신라젠, 올해 주요 발표 기대…무용성 평가 발표 주목

신라젠은 최근 키움증권 등을 통해 CB 발행을 확정, 자금 조달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시장성 자금 조달은 2016년 11월 코스닥 상장 이후 첫 CB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중순에는 개발 중인 항암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치료제 기술과 관련한 추가 이벤트가 있어 주목된다.

신라젠은 보유한 파이프라인 중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연구는 간암 타깃 펙사벡과 글로벌 제약사 바이엘의 간암 1차 항암제 넥사바와의 병용 요법이다. 이는 600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현재 약 400명이 투약을 완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약 190명의 환자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무용성 평가를 발표할 예정이다.

최근 바이오젠의 치매 치료제 ‘아두카두맙’이 무용성평가 결과에 따라 중단된 것과 같이 무용성 평가는 향후 임상 진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위험 부담이 있을 수 있음에도 무용성 평가를 진행하는 것은 신라젠의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이번 임상 3상은 2020년 말까지 완료될 계획이다. 이는 2021년 출시를 목표로 뒀다. 시장조사기관 유럽 에디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펙사벡과 넥사바의 유럽 예상 매출액은 약 7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신라젠의 올해 추가 임상 발표는 파트너사 트랜스진이 진행 중인 펙사벡과 ‘옵디보’를 병용 투여하는 임상 1상이다. 이는 유럽 안전성 심의위원회로부터 안전성을 검증 받았다고 발표됐다. 미국으로 임상 실험을 확장할 계획인 펙사벡‧옵디보 병용 임상은 올해 하반기 중 환자 15명을 대상으로한 객관적 반응률(ORR)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 '펙사벡(JX-594)'(왼쪽) 구조와 'JX-970' 구조. 출처=신라젠, 신한금융투자

올해 4분기에는 신라젠의 새로운 파이프라인인 ‘JX-970’의 임상이 진입될 수 있다. JX-970은 펙사벡과 다른 균주를 활용하며 암을 사명할 수 있는 능력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펙사벡은 균주 약 10억마리를 사용하지만, JX-970은 1억마리로 대체가 가능해 원가와 성공 확률 측면에서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토러스투자증권 오병용 애널리스트는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앞으로 파이프라인 확장이 지속해서 가능하고 기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