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국내 항공업계가 중국 운수권 배분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주항공에 이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중국 운수권에 도전장을 냈다. 이르면 4월 하순께 마무리될 운수권 배분에 대부분 LCC도 전열을 가다듬고 출사표를 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오는 5일까지 중국 노선 운수권을 신청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한·중 항공 회담을 열고 양국 간 운수권을 총 주 70회 증대하기로 합의했다. 12개 핵심노선을 제외한 지방 노선에서는 최대 주 14회까지 2개 항공사가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다. 운수권 범위 내에서 항공사들이 우리나라 6개, 중국 41개의 지방공항 간 노선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운수권 설정과 관리방식이 바뀌면서 이번 노선 배분은 복수 취항이 가능해졌다. 한국과 중국의 모든 권역을 4개 유형으로 나누었다. 유형은 총량을 기준으로 관리한다. 1유형은 한국의 허브공항(인천)-중국의 허브공항(베이징·상하이), 2유형은 한국의 지방공항-중국의 허브공항, 3유형은 한국의 허브공항-중국의 지방공항, 4유형은 한국의 지방공항-중국 지방공항이다. 총량 기준으로 운수권을 배분하면서 1노선1사제로 운영돼온 독점노선이 폐지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인천~베이징이나 인천~상하이 등 인기 노선에 LCC들이 취항할 수 있게 됐다. LCC 업계관계자는 “인천에서 베이징이나 상하이로 향하는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중국 항공사들만 운항이 가능했다”면서 “대형사들의 취항하는 노선이 LCC들에 분배됐다는 점에서 이번 중국 노선취항은 의미가 크다. 한·중 노선 자유화가 되면 독점노선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에 운수권을 조기에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LCC들은 중국 노선을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연히 수요가 큰 곳을 눈여겨 보겠지만, 제주항공이 베이스를 갖고 사업모델을 즉시 투입할 수 있는 공항과 도시들이 있다”면서 “그런 도시들이 우선적으로 고려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제주항공은 이미 확보한 영업망을 활용해 중국 도시들을 취항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국의 허브공항을 잇는 1유형에 항공사들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미 갖춘 인프라와 최대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노선을 우선 노린다는 계획이다. 제주항공은 인천·부산·대구·무안공항에서 싼야·옌타이·마카오 등 중국 도시에 취항해 있다. 제주항공은 현재 40대의 항공기를 운용중이고 올해 6대를 더 늘릴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천국제공항 진출을 발표하며 중국 노선 진출을 예고했다. 영남권 시장에서 인천발 중국과 일본, 동남아 노선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현재 부산에서 출발하는 시안과 칭다오, 옌지, 장자제, 하이난 등 5개 중국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이미 취항한 지역서 수익성을 도모하고 국외지점을 유치해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에어부산은 인천발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 않은 유일한 곳이다.

에어서울도 중국 하늘길 경쟁에 뛰어들 방침이다. 에어서울은 현재 중국 노선을 운항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200석 미만이 대부분인 타사와 비교했을 때 편당 최대 220석(에어버스321-200)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스타항공도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청주에서 옌지, 상하이, 하얼빈 등 중국 노선을 운항 중이다.

최근 항공운송면허를 신규 발급받은 에어로K·에어프레미아·플라이강원 등은 이번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전망이다. 신규 LCC 3곳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운항증명(AOC·안전면허) 절차 준비로 분주하다. 앞으로 1년 안에 AOC를 신청하고, 2년 내 취항해야 한다. 사업 계획을 제출하면서 제시한 거점 공항을 최소 3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한편 지난해 항공교통서비스 이용객이 전년 대비 7.5% 증가한 1억1753만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제선 이용객은 8593만명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지만, 국적 항공기의 국제선 지연율은 5.58%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낮아졌다.

국내선을 운항하는 7개 국적 항공사의 국내선 지연율은 에어부산을 제외하곤 높아졌다. 대한항공의 지연율이 10.4%로 가장 낮은 반면 이스타항공이 17.1%로 가장 높은 지연율을 기록했다. 국적사의 국제선 지연율(5.6%)은 운송실적 증가에도(11.7%) 전년 대비 0.3%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취항 중인 외국적 항공사의 지연율(5.5%)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항공 관련 피해구제 접수건수는 1437건으로 여객의 증가세와 함께 전년 대비 14.9% 늘었다. 에어부산이 1.8건으로 가장 적었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이 뒤를 이었다. 에어서울은 26.2건으로 100만명당 피해구제 접수건수가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