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금호석유화학그룹 역사상 최초 외부출신 CEO가 선임된 금호피앤비화학이 812%나 늘어난 영업이익에 힘입어 차입금 축소와 투자 지속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전망이다.

금호피앤비화학의 향후 실적이 신임 대표이사의 경영능력 평가 잣대로 작용할 수 있는 중에, 시장은 영업이익이 글로벌 수급상황 등에 따른 구조적 요인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하며 당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의 최대 종속회사로 매출의 약 32%를 차지하고 있는 금호피앤비화학의 잉여현금흐름(FCF)는 지난해보다 1125억원 증가한 1516억원을 기록했다.

▲ 금호피앤비화학 잉여현금흐름(FCF) 변동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매출 확대로 운전자본이 증가하고, 투자에 따른 자본적지출(CAPEX) 부담까지 늘어났음에도 오히려 FCF가 늘어난 것이다. 금호피앤비화학의 CAPEX는 직전년도보다 209%가량 늘어난 646억원을 기록했다.

늘어난 잉여현금흐름으로 올해 단기화 된 차입금에 대한 대응도 무리 없을 전망이다. 금호피앤비화학의 단기성차입금은 1475억원으로 총차입금의 77.2%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출환어음 약정 등의 영향으로 발생한 매출채권할인미도래액이 795억원에 이르므로 실질 상환 부담은 이보다 적을 수 있다.

차입금 상환이 이뤄지면 부채비율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실제 금호피앤비화학의 부채비율은 줄곧 하락해 지난해 66%를 기록했다. 지난 2014년에는 96.4%였다.

▲ 금호피앤비화학 부채비율 변동 추이. 출처=DART 및 한국기업평가

낮은 부채비율 등에 힘입어 신용등급도 상승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일 금호피앤비화학의 신용등급은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1등급 상향했다.

향후 금호피앤비화학은 BPA 증설 등으로 올해부터 약 3년간 투자액을 4000억원이상 소요할 전망이다. 다만 현금흐름이 좋아 투자 부담에도 재무안정성은 유지될 전망이다.

유준위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운전자본부담 가중, 설비투자 확대 등의 자금부담 증가에도 영업현금창출 확대에 힘입어 재무부담이 큰 폭으로 완화됐다”라며 “대규모 투자에도 내부창출재원으로 부담을 자체 충당해 개선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라고 분석했다.

영업이익 812% 증가... 중국 경제부양책과 독일 라인강 가뭄이 원인

금호피앤비화학의 잉여현금흐름 증가는 영업이익 대폭 상승에 힘입었다. 금호피앤비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62억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무려 812%나 올랐다. 매출도 직전년도 대비 46% 상승한 1조8002억원을 기록했다.

▲ 금호피앤비화학 매출 및 영업이익 변화 추이. 출처=딥서치(Deepsearch)

이같은 영업실적은 주요품목으로 매출비중의 약 40% 내외를 차지하는 페놀유도체 중 하나인 비스페놀A(BPA) 마진 스프레드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BPA 스프레드 평균은 톤당 412달러로 직전년도보다 164%가량 상승했다.

비스페놀A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의 재료로 이용된다. 중국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PC 증설이 늘어나는 중에 BPA 증설은 상대적으로 더디기 때문이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예정된 글로벌 PC증설은 133만톤으로 BPA 필요량은 약 12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반면 BPA 증설량은 오는 2020년까지 약 54만톤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플라스틱은 산업 전반에 이용되는 만큼 국가 경기성장 등과 관계가 깊다.

매출비중의 약 25% 내외를 차지하는 페놀의 마진 스프레드 역시 대폭 올랐다. 지난해 평균 톤 당 365달로 직전년도보다 384%나 상승했다.

글로벌 공급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미국 허리케인 영향으로 수급 차질이 빚어져 미국산 수입이 줄었고, 세계 1위 페놀 생산업체로 금호화학피앤비보다 약 2배 많은 연간 133만톤의 페놀 생산하는 영국 이네오스페놀의 제품 생산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네오스페놀 공장이 있는 독일의 라인강에 심한 가뭄이 와서 공업용수 수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123년전 침몰한 화물선이 드러날 정도였다.

두 신임 대표 경영능력 잣대가 될 금호피앤비화학... 시장 “실적 대체로 유지”

금호피앤비화학의 엄청난 실적 등에 힘입어 문동준 전 금호피앤비화학의 대표는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금호피앤비화학 경영 바통을 이어받은 것은 신우성 전 한국바스프 대표이사다. 신 대표는 금호석유화학그룹의 첫 외부인사 출신 대표이사다. 30년 이상을 한국바스프에서 근무한 바 있다.

금호피앤비화학 관계자는 “신임 대표이사의 오랜 글로벌 회사 근무 경력이 향후 경영전략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선임 배경 등을 밝혔다.

금호피앤비화학이 금호석유화학 지난해 매출의 32.2%를 차지하는 주요 종속회사인 만큼, 금호피앤비화학 실적이 새로 선임된 두 대표이사의 경영능력 평가 잣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은 금호피앤비화학의 실적이 대체로 지난해 수준보다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PC의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있어 주원료인 BPA가 중국 부양책에 따른 수혜 품목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금호석유화학의 페놀유도체 부문 매출이 약 3% 증가할 것이며, 영업이익은 약 1%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오는 2020년까지 예정된 글로벌 PC 증설 대비 실제 예정된 BPA 증설은 현저히 부족하다”라며 “구조적인 페놀/BPA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페놀 관련 매출과 영업이익이 약 9.5%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BPA의 경우 수급 구조상 지금같은 실적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페놀 수요 증가는 일시적인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지난해 수준의 매출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