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MooAV는 거대한 로봇 딱정벌레 같이 보이지만 그래도 미래의 자동차다.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무비타(MooVita)가 만든 이 차는 자율주행차 기술의 발전을 앞당기기 위해 싱가포르의 특별한 센터에서 테스트를 하는 수십대의 자율주행차 중 하나다.

전 세계의 스타트업들이, 도시 환경 재현을 목표로 만든 싱가포르 난양기술대학교(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의 5에이커(6000평) 트랙으로 몰려오고 있다. 이 테스트 센터의 도로에는 신호등, 횡단보도, 교통 표지판 등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 여느 시가지 도로와 똑같다. 게다가 빗물 시뮬레이터까지 갖추고 있다.

이 테스트 센터는 자율주행차량이 각종 교통 환경 요인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무비타의 딜립 림부 최고경영자(CEO)는 회사가 만든 자율주행차 무비타의 유별난 디자인은 모두 의도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이 자동차가 일반 자동차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첫인상에서 눈에 띄게 달라야 합니다. 다른 차들에 비해 확연히 구별되어야 하지요.”

난양기술대학교의 테스트 트랙 프로젝트는 싱가포르가 자율주행차 개발의 거점이 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술 부문의 성장을 장려하고 동시에 직면하고 있는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싱가포르가 광범위하게 추진하는 정부 정책의 일환이다.

자율주행차 연구를 수행하는 난양 에너지연구소의 수보드 마이살카르 책임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는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이동성을 제공하기 위해 이런 기술을 이용하면 유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는 항상 이렇게 질문합니다. ‘과연 자율주행차가 그들의 교통수단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이 연구소의 자율주행차량 연구는 이 기술의 혜택을 가장 먼저 받을 것으로 생각되는 노인이나 장애인 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앞으로 버스 운전기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도 새로운 형태의 대중교통을 개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싱가포르 스타트업 무비타(MooVita)가 만든 자율주행차 MooAV가 난양기술대학교의 테스트 센터에서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출처= MooVita

전통적 교통수단과의 혼재

싱가포르의 특정 지정된 구역의 도로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차들이 전통차와 뒤섞여 있다. 따라서 싱가포르 정부는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해 자동차의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도록 제한을 두었다.

자율주행차의 제한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이며, 안전을 위해 반드시 인간 운전자가 탑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한 여성이 자율주행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공공도로에서의 자율주행차 테스트의 위험성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가 이 기술의 점진적 도입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이살카르 교수는 “인프라가 고도로 잘 갖춰져 있는 싱가포르 같은 도시들이 다른 도시들에 비해 자율주행차량이 먼저 배치되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비교적 통제된 환경에서 메가시티 운전을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극도로 정교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지요.”

컨설팅 회사 KPMG는 지난 2년간 자율주행차에 대해 가장 잘 준비하고 있는 국가로 네덜란드에 이어 싱가포르를 두 번째로 꼽았다. KPMG의 자율주행차 준비지수는 기술 발전, 정부 정책, 소비자 이익 등을 고려한 것이다.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는 MooAV는 난양 대학교의 테스트 트랙에서 신호등을 지키고, 보행자 앞에서 정지하고, 어느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승객을 태워 나르는 등 일반 자동차와 똑같이 작동했다.

무비타의 림부 CEO는 MooAV 같은 자동차들이 앞으로 몇 년 안에 싱가포르 시내의 고정 노선을 운행하며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것은 흔한 광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