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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주의 워치블랙북] 전설의 시계 비화(祕話), 네 번째 이야기롤렉스 GMT와 체 게바라
   
롤렉스 GMT마스터를 착용하고 있는 체 게바라(1928-1967) / 출처: rolexmagazine

‘혁명가’를 ‘직업’으로 삼았던 남자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1%의 권력이 99%를 지배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어떤 남자는 자본주의를 타도하기 위해 혁명가의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의 이름은 체 바라. 자본주의를 타도하고 사회주의를 위해 혁명가의 이름을 달았던 그가 생포될 당시,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의 상징, ‘롤렉스’사의 GMT마스터였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체 게바라의 삶을 넓은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체 게바라의 혁명이 정말 깨끗하기만 했던 것이냐, 혹은 사회주의가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하나의 염원을 위해 끝없이 전력질주를 했던 한 남자의 모습은 현실의 삶과 투쟁하는 많은 청년들에게 롤모델로 비춰지고 있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는 마치 소설 속 주인공이 했을 법한 대사도 체 게바라의 것이다. 체 게바라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은 책으로 엮여 지금까지도 전해지고 있지만 그가 착용했던 시계에 관한 이야기는 유독 흐릿하다. 체 게바라가 왜 롤렉스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는지, 그것은 그의 삶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리얼리스트의 시선으로 그를 바라본다면 어떨까?

 

<체 게바라가 아니야>

   
체 게바라가 롤렉스를 착용하고 있는 가장 유명한 사진 / 출처: pinterest

‘체 게바라도 롤렉스를 찼다.’, ‘체 게바라의 롤렉스의 가치는 대단하다.’ 등 체 게바라가 찼던 롤렉스 시계는 다양한 형태로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체 게바라가 생전에 롤렉스 시계를 착용한 상태에서 찍힌 사진은 성냥으로 시가에 불을 붙이고 있는 사진 한 장 뿐이다.

   
   
데이데이트와 GMT마스터를 동시에 착용하고 있는 피델 카스트로 / 출처: rolexmagazine

우리가 <체 게바라의 롤렉스>라고 알고 있는 많은 사진은 실제로 체 게바라가 아니라 피델 카스트로의 사진이다.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 혁명의 지도자이자 쿠바 혁명 이후 총리에 취임한 이른바 ‘성공한 혁명가’인 인물이다. 그는 생전에 롤렉스 시계를 즐겨 차기로 유명했다. 1964년 그가 소련을 첫 방문한 모스크바 회담에서는 무려 롤렉스 시계를 한 손목에 두 개나 차고 있는 모습이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며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왜 롤렉스 시계를 두 개나 차야 했는가? 왜 롤렉스 시계 중에서도 고가 모델을 차야만 했는가? 당시 사진을 봤던 사람들은 많은 의문을 품었지만 감히 피델 카스트로에게 의문을 공개적으로 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롤렉스 신봉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었던 피델 카스트로는 동생이자 현재 쿠바 대통령인 라울 카스트로를 포함, 주변의 혁명 동지나 간부들에게도 롤렉스 시계를 곧잘 선물로 주곤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 중에 한 명이 체 게바라다. 어떻게 피델 카스트로가 롤렉스 시계를 많이 소비할 수 있었느냐에 대해 많은 설이 있다. 그 중 가장 신빙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것은 혁명 성공 후 아바나에 있던 롤렉스 사의 재고를 모두 몰수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실제로 아바나는 부정부패의 상징이었던 바티스타 정권 이전부터 파텍필립이나 롤렉스와 같은 최고급 시계 회사들이 진출해 있었다고 한다.

   
1964년 모스크바 회담 당시 피델 카스트로 / 출처: monochrom

'혁명 영웅이 권력에 빠지는 모습은 역사에 자주 등장하며 피델 카스트로는 롤렉스 시계를 통해 권력을 과시하려 했다.’라는 의견과 ‘1960년대만 해도 롤렉스는 부의 상징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용적인 측면에서 롤렉스 시계를 선택했을 것이다.’라는 두 가지 주장이 아직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데이데이트 모델이 1960년대 ‘세계에서 가장 명성 높은 손목시계’로 불렸다는 롤렉스 공식 홈페이지의 기록을 보면, 전자의 의견이 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혁명가로 출발해 지배자라는 길을 선택한 그의 행적을 보노라면 더욱 그렇다.

피델 카스트로는 2006년, 동샌인 라울 카스트로에게 쿠바 통치권을 이양하며 롤렉스 시계도 함께 벗었다. 그리고 2016년 4월 쿠바 공산당 7차 전당대회에서 아디다스사의 운동복과 카시오 사의 전자시계를 착용한 모습이 비춰졌다. 그에게 롤렉스는 어떤 의미었을까? 개인 취향인지 과시용인지 피델 카스트로가 세상에 없는 지금은 알 길이 없으나, 혁명 당시 굳이 롤렉스 시계를 공식석상에 많이 노출 시킨 것은 피델 카스트로의 기행으로 평가받는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시계는 어디로?>

‘안전한 죽음’을 맞이했던 피델 카스트로와 달리, 체 게바라는 마지막까지 홍염의 삶을 살다 볼리비아 혁명에서 체포 당해 총살 당했다. 이야기거리를 좋아하는 호사가들 덕분에 체 게바라의 이야기는 청춘을 위한 지침서가 되었고, 그들이 만든 극적인 스토리에서 오는 가치 덕분에 체 게바라는 전설이 되었다. 때문에 ‘가장 유명한 혁명가가 게릴라전에서 사용했고, 처형 당하는 순간까지도 착용했던 사라진 롤렉스’ 라는 것은 현존하는 그 어떤 시계들보다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동시에 가치있다고 평가받는다.

   
체 게바라 체포 당시 펠렉스 이스마엘 로드리게스와 체 게바라(왼쪽부터) / 출처: The Historical Truth Project

시계가 유명한 만큼 시계의 행방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은 체 게바라 포획 작전에 함께 있었던 쿠바 출신의 CIA요원, 펠릭스 이스마엘 로드리게즈가 그 시계를 가져갔다는 설이다. 그가 체 게바라를 체포하고 처형했다는 것과, 체 게바라의 시신을 미국으로 운반한 총책임자라는 사실이 이야기를 뒷받침 해준다. 실제로 체 게바라가 시계를 착용하고 찍은 유일한 사진이 흑백이었기 때문에 일반 GMT마스터냐, 색이 들어간 GMT마스터냐 의견이 분분했는데, 펠릭스 이스마엘 로드리게즈의 ‘on my wrist was his still Rolex GMT-Master with red and blue bezel(내 손목에는 그가 찼던 레드와 블루 베젤의 스틸 GMT마스터가 있었다)’라는 증언 덕분에 논란이 종식되기도 했다. 이후 체 게바라의 GMT마스터가 레드와 블루베젤의 모델이었다는 것이 자료로 증명되기도 했다.

다만, 로드리게즈가 어느 시점에서 체 게바라의 시계를 가지고 갔느냐는 것이 아직도 화두로 남아있다. 그것이 사후강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체 게바라가 죽을 때에도 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것이 자료에 남아 있기 때문에, 로드리게즈가 체 게바라의 사후 시체에서 시계를 가져 갔을 확률이 더 높다. 실제로 로드리게즈는 체 게바라의 담배파이프에 남아있던 담배잎도 전리품으로 가져갔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사후 강탈설이 더 신빙성이 있다.

 

<체 게바라의 롤렉스>

자본주의를 뒤엎자는 혁명이 정작 자신의 손목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체 게바라를 생각했을 때 물음표가 떠오르는 부분이다. 하지만 볼리비아 산악지대에서 정부군과 전투를 벌이다 총상을 입고 잡혔던 체 게바라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체 게바라가 롤렉스를 소비하는 방식은 피델 카스트로의 그것과는 다른 인상을 준다. 우리가 피델 카스트로의 롤렉스가 아니라 체 게바라의 롤렉스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그 것을 기다리는 이유는, 체 게바라만이 끝까지 혁명가의 삶을 살다 혁명가 답게 산화했기 때문이다.

   
체 게바라를 모델로 한 롤렉스의 광고 / 출처: rolex

쿼츠 시계가 보급 되기 전인 60년대에 <방수기능, 충격에 강한 견고함, 시간 표시의 정확도>라는 게릴라전을 위한 조건을 갖춘 시계로 롤렉스의 GMT마스터와 서브마리너는 그야말로 합당한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체 게바라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계를 극찬하기도 했다. 롤렉스 만큼은 체 게바라에게 있어서 과시용이 아닌 생존용이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가 의문을 가져야 할 부분은 생존에 필요했던 시계가 아닌, 생존과 관계없는(어쩌면 생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체 게바라가 평소 애용했던 ‘최고급 시가’다.

   
GMT마스터 Ref.1657 별칭 Espresso / 출처: watchcollectinglifestyle

체 게바라가 소유한 롤렉스의 갯수는 총 4개였다는 설과, 2개였다는 설이 있다. 실제로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은 사망 당시 착용했고, CIA요원 로드리게즈가 가져간 것으로 알려진 GMT마스터 Ref.1675 펩시 모델과 베젤 색이 모두 검정 색인 별칭 에스프레소(Espresso)모델, 그리고 서브마리너 세 종류다.

 

<가슴 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2019년 바젤월드에서 공개된 롤렉스 최신 GMT마스터 2 126710Blnr / 출처: Rolex

빈티지 시계 가치의 80%는 스토리에서 오기 때문에 체 게바라의 시계는 그 어떤 ‘전설’중에서도 더 ‘전설’답다. 특히나 빈티지 시장에서 가격상승이 가파르기로 유명한 종목 중에 하나가 ‘GMT마스터’이기 때문에 체 게바라가 사망당시 착용하고 있던 GMT마스터가 세상에 나온다면 틀림없이 지금까지 가장 비싼 시계의 자리를 차지할 것은 물론, 앞으로도 가장 비싼 시계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존 레논의 파텍필립도 체 게바라의 삶과 죽음 모두를 함께 했던 GMT마스터를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 가격은? 알 길이 없다. 한화 약 200억에 낙찰되었던 최근의 폴 뉴먼 데이토나의 예상 가격은 고작(?) 11억 2천만원이었다. 빈티지 애호가라면 누구나 체 게바라의 GMT마스터를 손에 쥐는 것을 꿈 꿀 것이다. 예상컨대 여유있게 현금을 1000억 이상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불가능한들 어떤가. 체 게바라가 이야기 하지 않았는가.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라고.

참고문헌 historicaltruthproject / rolex / rolexmagazine / ゲバラ日記 新譯 /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김태주 시계 전문 페이지 <블랙북> 운영자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4.03  10: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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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지마라
혁명가는 롤렉스 차면 안되냐? 구질 구질하게 죽을때까지 고생하란 말이냐? 양심도 없구나.
(2019-04-09 11: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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