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주사의 실적 가변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조선부문이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업황을 예단하기 어려운 탓이다.

단연 시장의 관심은 재무안정성에 쏠린다.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에서 ‘안정적’ 하향 조정됐지만 자금조달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공모시장이 움츠러들고 있는 만큼 낙관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1000억원 규모의 공모채 발행을 추진한다. 트랜치(tranch)는 2년물(400억원), 3년물(600억원)로 구성됐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대비 각각 -20bp~+15bp, -20bp~+20bp 가산해 제시했다. 수요예측일은 오는 3일이며 주관업무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공동으로 담당한다.

조달된 자금은 오는 5월 14일 단기 도래하는 2500억원 규모의 전자단기사채 상환에 쓰인다. 차입구조를 다소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현대중공업지주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계열에 편입되면 조선부문 확대로 통합신용도 개선 여력이 크게 감소할 것이란 판단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로 계열의 자체 신용도를 결합하는 통합 신용도(Building Block Approach)가 적용되고 있다. 정유부터 화학, 조선, 전력기계, 건설기계 등의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다수의 사업자 회사를 보유한 탓이다. 자회사로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오일뱅크,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등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월 31일자로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고 공시 후 지난달 8일 한국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김병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조선 부문의 그룹 내 비중 확대는 통합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당초 예상됐던 통합신용도 개선 여력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지주회사는 일반회사와 다르게 지주회사 신용평가방법론이 따로 적용이 된다. 여러 종속관계기업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각자의 영위사업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지주 역시 보유한 종속기업과 관계기업의 지분 장부가액은 지난해 말 기준 7조8000억원으로 총 자산의 95.4%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중공업이 각각 36.3%와 45.6%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도 각각 7.2%와 4.9%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지주회사 신용평가방법론으로 쓰이는 Building Block Approach는 사업자회사들의 자체 신용도를 결합해 지주회사의 신용도를 가늠하는 방식이다. 결합가중치는 각 사업자회사의 매출액과 자산총액, OCF(영업현금흐름), EBITDA 규모 의 최근 3개년 비중의 평균을 적용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별 결합가중치. 출처=한국기업평가

이 방법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대우조선해양이 편입되기 이전에 결합가중치가 ▲현대오일뱅크 44% ▲현대중공업 43% ▲현대건설기계 ▲8% ▲현대일렉 5% 이다. 현대오일뱅크의 장부가액은 2조9547억원으로 총자산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36.25%, 현대글로벌서비스는 1253억원으로 1.54%, 현대일렉트릭은 4022억원으로 7.17%, 현대건설기계 5844억원으로 7.17%, 관계기업으로는 현대중공업이 3조7130억원으로 45.5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중공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편입됐다는 가정하에서는 ▲현대오일뱅크 30% ▲현대중공업 30% ▲대우조선해양 30% ▲현대건설기계 5% ▲현대일렉 3%로 신용도가 높은 현대오일뱅크의 가중치가 14%포인트가 낮아지며 조선부문이 대폭 늘어나게 된다. 현대오일뱅크 회사채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으로 현대중공업지주보다 높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월 수시평가에서 BB+를 받았다.

현대오일뱅크는 사업과 재무안정성이 매우 우수한 수준으로 지주회사의 신용도의 근간이 돼왔다. 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국내 4위 수준의 일산 56만배럴의 원유정제설비를 보유한 정유사로 국내 고도화 설비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합작투자를 통해 석유화학과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을 확대해 사업다각화 역량을 제고하고 있어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 편입으로 현대오일뱅크의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신평사 측에서는 전망 하락을 내놓았다.

김 평가전문위원은 “현대중공업 그룹의 인수의지와 대우조선해양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 및 영구채 채권자인 한국수출입은행 등 관련 정책금융기관의 매각유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면서 “신용등급전망의 경우 각 관계사들의 신용도와 가중치를 통합해 내부적인 로직을 활용해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신용등급 전망은 비록 하향됐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당분간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 추이. 출처=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역시 현대오일뱅크의 우수한 신용도가 지주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률은 2015년 4.5%, 2016년 7.3%, 2017년 6.9%, 2018년 3.1%로 우호적인 영업여거노가 신규 설비 가동 등을 바탕으로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2017년에는 주요 석유제품의 수요 성장과 견조한 경제마진, 현대케미칼의 본격적인 가동을 통해 연결 기준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비록 지난해 4분기 유가급락에 따라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해 연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7000억원 감소했지만 유가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고 석유제품 수요가 점진적으로 성장세라는 점, 비정유부문 이익기여도 확대 등으로 양호한 실적을 이을 것이란 전망이다.

▲ 대우조선 편입 이후 현대중공업그룹 내 사업부문 비중 변동. 출처=한국신용평가

반면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는 조선부문 의존도를 심화 시킬 것이란 우려가 더해지면서 한신평 역시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인수시점에서의 소요자금은 6000억원 내외로 크지 않을 전망이지만 인수 이후 대우조선해양의 차입부담 외에 추갖거인 자금소요가 최대 6조원까지 크게 확대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도가 열위하고 재무부담이 현저히 높은 대우조선해양의 편입 이후에는 조선부문의 신용도가 저하되고 그룹 내 조선부문의 비중 확대가 그룹 통합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시각이다.

▲ 대우조선 인수 전후 그룹의 재무부담 변동. 출처=한국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우조선 인수 전후 그룹의 재무부담은 인수 이전 조정순차입금은 그룹한산 6조6000억원, 대우조선 3조8000억원, 단순합산시 10조4000억원으로 조정순차입금을 EBITDA로 나눈값이 그룹합산이 3.9배, 대우조선 7.7배, 단순합산이 4.8배에 이르게 된다. 인수 이후 영업으로 차입금을 감당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게 되는 셈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9월 기준 매출액은 6조7500억원, 영업이익 7170억원, EBITDA는 7966억원을 기록했다. 총 자산은 11조3550억원, 총차입금 3조3128억원, 순차입금은 2조9895억원으로 순차입금/EBITDA는 2.8배로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지만 이전에는 2014년 –14.6배, 2015년 –3.2배, 2016년 –4.6배, 2017년 4.2배로 조선업황에 따라 불안정한 모습이다. 특히 부채비율의 경우 2014년 702배, 2015년 4012배, 2016년 5543배, 2017년 301배 2018년 221배로 부채비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 대우조선해양 재무 수치. 출처= 한국기업평가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지주사의 영업수익에는 당장의 큰 변화는 없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보일 것이란 시각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영업수익이 배당금수익과 로봇부문의 제품매출로 구성돼있다. 브랜드사용료나 임대 등의 그룹 내부거래를 통한 수익확보 보다 인접 사업영역에서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것을 주요 사업전략으로 하고 있어 지주부문 영업수익이 배당금에 편중돼있다.

지주부문 배당금수익은 2016년 2796억원, 2017년 2680억원, 2018년 3127억원으로 일정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배당금 수익은 현대오일뱅크로부터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17년 4월 신설된 현대건설기계와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은 상대적으로 매출과 이익규모가 작아 향후에도 현대오일뱅크로부터의 배당금이 지주부문의 주요 수익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 현대중공업지주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 출처=한국기업평가

또한 자체사업인 로봇부문이 현금흐름의 안정성을 보완하고 있다. 로봇부문은 일반 산업용 로봇과 LCD 산업용 로봇을 주요 제품으로 하고 있다. 분할 전까지 연간 2500억원 내외의 매출액이 안정적으로 발생했으며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가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로봇부문 매출총이익은 2017년 543억원, 2018년 687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배당금수익과 로봇부문 매출총이익을 통한 현대중공업지주 영업이익은 2016년 2929억원, 2017년 2906억원, 2018년 3469억원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유준기 한구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로봇부문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현금 흐름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중공업지주 자체 레버리지 관련 지표. 출처=한국기업평가

다만 자체 재무부담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계열사 지분 현물출자와 추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종속관계기업투자자산과 자기자본이 동시에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중속관계기업투자자산은 2017년 4월까지 3조800억원이었지만 2017년 12월말 기준 7조2376억원으로 늘어났다. 일 년 뒤인 2018년 12월말 기준 7조7796억원으로 2017년 4월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설립당시 2조원이었던 차입금은 2018년말 2조6000억으로 증가해 종속관계기업투자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 이중레버리지가 130%를 상회하고 있다. 지주사의 자기자본 대비 자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이다. 이중레버리지가 과다하다면 배당수익의 상당부분이 차입금이자로 충장되어야 하기 때문에 통합기준등급에 대비해 지주회사 등급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때 등급의 하향조정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한국신용평가의 경우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120%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등급을 통합기준등급에 비해 1 notch 이상 하향할 수 있는 내부지침을 가지고 있다. 실질현금창출력이 연간 3000억원 내외인 현대오일뱅크로부터의 배당금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순차입금이 2조5000억원이란 점은 재무부담에 과중하게 작용한다.

비록 배당수익과 로봇부문에서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 같은 현금흐름으로 차입금을 줄이기는 어려워 재무부담은 당분간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유 연구원은 “유의미한 차입부담 감축은 자회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서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단기적 신용도 전망은 하향세를 보이고 잇지만 중장기적 신용도 방향성은 가변적이란 것이 신평사업계 반응이다.

안지은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조선업황이 회복되고 사업시너지가 발현돼 조선부문의 자체 신용도가 상승되는 경우 그룹 신용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면서 “반면 조선부문의 비중은 확대되었으나 시너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업황 부진, 재무부담 확대 등으로 조선부문 신용도가 저하되면 그룹의 조선부문 지원 부담이 더 커져 부정적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