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롯데의 유통부문 계열사 롯데쇼핑이 통합 로그인 서비스 ‘롯데 ON’의 출시를 예고하며 온-오프라인 유통의 통합 플랫폼 구축에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유통 플랫폼의 통합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롯데가 이루고자 했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이전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지지부진하던 통합의 첫 단추를 꿰면서 추후 이커머스 업계에서 롯데의 입지도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한 것이다.

롯데쇼핑은 별도의 앱이 아닌 롯데 유통계열 각사 온라인 몰을 1차적으로 통합시킨 로그인 서비스 ‘롯데 ON’의 운영을 시작한다고 1일 밝혔다. 이용자는 단 한 번의 로그인으로 롯데 유통 7개사(백화점·마트·슈퍼·홈쇼핑·하이마트·롭스·롯데닷컴)의 온라인몰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기존 체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의 앱과 롯데하이마트 앱에서 구매하는 상품에 맞춰 각각의 앱마다 별도의 로그인이 필요했다면, 롯데 ON은 ‘엘롯데’ 앱에서 1회 로그인 후 앱 우측 상단의 ‘ON 몰 이동’ 탭으로 다른 유통채널의 웹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재로그인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롯데ON 서비스의 본격 도입 이후부터는 7개사 온라인 몰에 대한 통합검색기능이 지원된다. 검색창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검색하면 해당 판매상품 외에도 동일한 키워드로 검색되는 상품에 대한 검색 결과를 보여주며, 또한, 본인이 검색했던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社별 온라인몰에서 제공하는 관련 상품도 추천 받을 수 있다.

▲ 출처= 롯데쇼핑

사실 롯데의 유통플랫폼 통합 계획은 지난해 롯데e커머스사업본부 출범 이후부터 논의된 사안은 아니다. 롯데는 수년 전부터 자사의 유통 채널들을 통합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계속 고민하고 추진해왔다. 그러나 각 유통채널마다 다르게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큰 문제는 없었으며 무엇보다 동일한 상품의 매출 발생 시 이를 어느 채널의 매출로 계산해야 하는가 등 현실적인 문제로 그간 롯데의 유통채널 통합은 계속 미뤄졌다.

이후 경쟁사인 신세계가 자사의 온라인 몰들을 하나로 묶은 SSG.COM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가 나오자 롯데도 그간 미뤄졌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롯데ON은 롯데쇼핑이 지난해 8월 ‘롯데e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시킨 이후 약 3조원을 투자해 오는 2020년까지 각 유통 계열사의 모든 온라인몰을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발표 이후 내놓은 첫 번째 결과물이다.

통합 효과의 수확 '구매력 강화' 

롯데e커머스사업본부는 롯데 ON의 가능성에 대해 “국내 38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간편 결제 시스템 롯데멤버스 회원과 약 1만1000개의 롯데 오프라인 유통 채널, 2000만개에 육박하는 상품 소싱(구매) 역량을 바탕으로 O4O(On-line for Off-line)채널 구축의 중심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롯데가 유통 통합으로 의도하는 가장 큰 효과는 바로 ‘구매력(Buying Power)’의 강화라는 것이다. 모든 채널이 연결된 이후라면 제조업체나 공급업체에게 상품을 공급받는 구매의 과정도 단순화될 가능성이 높다. 롯데의 모든 채널로 상품을 공급시키는 구매 채널이 있으면 그만큼 롯데의 구매력도 커진다. 한 번에 상품을 구매하는 단위가 이전과 확실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량으로 구매를 하는 만큼 공급을 받는 비용이 낮아지고 이는 곧 이커머스의 기본 경쟁력인 가격 경쟁력으로도 이어진다. 물론 공급자들이나 생산자들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엄청난 상품을 공급받는 유통의 ‘슈퍼 갑’이 생기는 것이기에 그렇게 달갑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B2B 거래이기 때문에 소비자 접점의 영역에서 크게 문제될 일은 없다.

▲ 롯데 e커머스사업본부 전략 및 비전 소개 간담회 사진. 출처= 롯데쇼핑

어디까지 합칠 수 있을 것인가

신세계가 SSG.COM으로 온라인 채널들을 묶은 것처럼, 롯데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롯데ON은 우선은 각 사 유통채널의 온라인 몰을 하나의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연결했다. 이후의 관건은 롯데가 이뤄내는 것이 온라인만의 통합인가 아니면 오프라인 유통채널까지의 통합인가이다. 물론 롯데가 신동빈 회장까지 나서서 지난 몇 년 동안 강조해 온 ‘옴니채널’을 이루려면 그 통합은 반드시 후자까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롯데 오프라인의 인프라가 큰 만큼 이를 단기간에 이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온-오프라인 유통의 인프라는 분명 국내에서 최대규모임이 틀림없다”면서 “이를 통합하는 채널 구축으로 인한 구매력 강화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국내 유통업계에서 롯데가 차지하는 입지를 달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롯데는 롯데ON으로 숙원사업인 ‘유통 통합’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과연 롯데는 어디까지 합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