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던 카메라 시장이 지난해 렌즈교환식 카메라 부문에서 2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러리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 같은 반등의 배경에는 유튜브의 발전으로 인한 1인 영상촬영 수요의 급증이 있었다. 영상의 질을 높여서 찍고 싶은 사용자들과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카메라 구입에 열을 올렸다. 카메라 업체들은 이런 추세에 발맞춰 영상 관련 스펙을 강화한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카메라 출하량, 9년 새 10분의 1로 급감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 따르면 전체 카메라 출하량은 2010년 1억2146대로 정점을 찍은 후 급격히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2018년 카메라 출하량은 1942만대로 집계됐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콤팩트 카메라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그나마 선방했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출하량은 2010년 2170만대를 기록한 이후 2012년 3037만대로 정점을 찍었으며 꾸준히 감소해 2018년 1802만대를 기록했다. 스마트폰에 비해 촬영 경쟁력이 더욱 확연한 렌즈교환식 카메라에 대한 수요층은 어느 정도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 전체 카메라 출하량. 출처=CIPA

전체 카메라 출하량은 지난 약 9년간 10분의 1수준으로 몰라보게 급감했지만 출하된 카메라의 금액 기준으로는 감소폭이 비교적 크지 않았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경우엔 2010년과 비교해 오히려 금액이 늘었다. 2010년 전체 출하된 카메라의 금액은 1조6433억엔(한화 약 16조 8700억원)이었고 지난해엔 7291억엔(한화 약 7조4800억원)으로 나타났다.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경우 증가와 감소가 반복됐다. 2010년 3894억엔(한화 약 4조원)을 기록한 후 2013년 5043억엔(한화 약 5조1800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다시 감소해 2016년엔 3800억엔(한화 약 3조9000억원)수준으로 내려왔다. 다만 이때의 규모 축소는 당시 연속적인 강진으로 인해 일부 카메라 업체의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점도 주요했다. 2017년엔 4143억엔(4조2500억원), 2018년 4178억엔(4조2900억원)으로 차차 늘었다.

▲ 카메라 출하 금액. 출처=CIPA

결론적으로 전체 카메라 출하량과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의 규모는 다시 느는 추세다. 이는 저가형 카메라보다는 개당 가격이 좀더 비싼 프리미엄 카메라가 잘 팔린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DSLR 비중 줄고…’미러리스 약진’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DLSR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로 나뉜다. 아직은 DSLR이 출하량과 금액면에서 모두 미러리스 위에 있다. 그러나 곧 미러리스가 DSLR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CIPA가 미러리스를 통계에 넣기 시작한 2012년 이후 추이를 살펴보면 DSLR은 출하량과 금액 모두 지속 감소했다. 반면 미러리스 출하량은 2012년 396만대에서 2018년 414만대로, 금액은 1252억엔(한화 약 1조2900억원)에서 2724억엔(한화 약 2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 DSLR·미러리스 카메라 출하량. 출처=CIPA
▲ DSLR·미러리스카메라 총 출하 금액. 출처=CIPA

최근 미러리스 시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기기 성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으며 DSLR에 비해 가볍고 작다는 이점은 유지했다. 결정적인 건 동영상 시장 규모의 증가다. 최근 몇 년간 국내외 유튜브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단순 일상을 담는 브이로그부터 여러 분야의 전문 콘텐츠를 만드는 1인 크리에이터가 많아졌다. 이는 미러리스 카메라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동영상 촬영에서 미러리스 카메라는 스마트폰과 DSLR 카메라보다 우위에 있다. 미러리스를 사기엔 부담스럽지만 스마트폰 이상의 퀄리티를 원하는 사용자들은 콤팩트 카메라를 찾았고, 콤팩트 카메라 또한 스펙이 프리미엄화됐다.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점유율 1위 누구?

우리나라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업체는 캐논이다. 캐논이 지난 2월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캐논은 2018년 한국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며 16년 연속 1등 자리를 지켰다. 판매 수량 기준으로는 54.8%, 판매 금액 기준으로는 51.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는 캐논 외에도 니콘, 소니, 파나소닉,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이 들어와 있다는 걸 감안하면 상당한 점유율이다.

캐논은 특히 지난해 3월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인 EOS M50가 작은 사이즈에 4K 영상 촬영 기능, 셀프 촬영이 가능한 스위블 액정 등을 탑재하며 동영상 성능과 가성비 측면에서 호평을 받아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많은 유튜버들이 이 카메라를 선택했고 추천했다. 

다만 카메라 시장의 대세가 미러리스로 넘어온 만큼, 캐논이 ‘독주’하고 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초기 미러리스 시장을 선도한 건 올림푸스, 파나소닉 등의 마이크로포서드 규격 카메라였으며, 그다음으로 진입한 소니의 미러리스가 호평을 받으며 입지를 다졌다. 이후 소니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을 이끌었다. 현재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 점유율은 소니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 캐논, 니콘 순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동영상’ 잡기 나선 업체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는 지난해 가장 크게 성장한 앱이다. 유튜브는 2018년 1월 국내에서 2880만명이 이용했지만 9월 들어 3109만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상을 보는 사용자가 늘었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영상을 만드는 사람도 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카메라 업체들은 늘어나는 동영상 촬영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전통 카메라 업체들의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 참전이 눈에 띈다. 캐논과 니콘은 지난해 8월에서 9월 각각 풀프레임 미러리스 라인업인 EOS(EOS R, EOS RP)와 Z (Z6, Z7)시리즈를 선보였다. 각 사의 제품은 모두 사진 촬영뿐만 아니라 동영상 촬영 성능에 힘을 줬다. 4K 촬영, 저소음 작동, 영상편집에 유리한 로그 촬영 지원 등이 그 예다.

파나소닉은 지난 3월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루믹스 S1과 S1R 을 선보였다. 특히 S1은 전문가용 동영상 촬영에 방점을 둔 점이 눈에 띈다. 4K, 60p 촬영과 화각 손실 없는 촬영을 지원한다. 펌웨어 업그레이드 키를 별도 판매해 4:2:2 10비트 4K 30p/25p 내부 비디오 녹화 및 4K 60p/50p HDMI 출력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 파나소닉 S1&S1R 모습. 출처=파나소닉

풀프레임 미러리스 시장에서 이미 3세대째 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소니는 올해 풀프레임 이외 라인업에 동영상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내놨다. 소니는 지난 2월 APS-C 센서 카메라인 A6400을 출시했다. 0.02초의 초고속 AF 속도와 인공지능 기반 리얼타임 Eye-AF, 리얼타임 트래킹 등을 탑재했으며, 마이크를 달았을 때 셀프 촬영시 화면이 가리는 틸트형 액정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별도의 브라켓을 준비한 점도 눈에 띈다. 그 외에도 영상 촬영자를 위한 액세서리 준비에 신경 쓰며 소비자들의 영상 촬영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소니는 이어 3월 초소형 동영상 전용 카메라 시리즈인 RX0의 후속 제품을 내놨다.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132g 초소형 크기에 4K, 30p 동영상 촬영과 180도 플립 LCD, 영상 촬영용 손떨림 방지 솔루션 등을 탑재했다. 방수·방진과 견고한 내구성을 갖춰 야외 촬영이 많은 사용자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 모델들이 A6400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이노코믹리뷰 임형택 기자
▲ 소니 RX0 II.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카메라 업체들의 신제품 사진 컷을 봐도 동영상 촬영용 마이크, 별도의 브라켓, 짐벌 등이 함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체들이 1인 동영상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도 카메라 시장은 ‘동영상’과 ‘프리미엄’ 두 가지 키워드로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