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이 산업의 미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했고, 메리바라 CEO는 GM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를 깊이 있게 분석한 후 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출처= GMAuthority.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위험을 감수한 결정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때로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위험을 감수한 최고경영자를 다룬 CNN의 ‘리스크 테이커’(Risk Taker) 특집 시리즈를 소개한다.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가 4개의 미국 공장을 폐쇄하고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 워싱턴에서는 그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GM이 10년 전 국민의 세금으로 파산을 모면하면서 10년 후에는 사상 최고의 이익을 내겠다고 장담해왔기 때문에 바라의 그런 발표는 무자비하게 보일 정도였다.

바라의 결정은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를 충분히 말해 주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그녀가 그렇게 냉혹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그녀를 아는 사람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이 무정한 사람이라는 일부 GM 직원들의 비난에 깊은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바라는 GM에 무엇이 필요한지 깊이 있게 분석한 후 공장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 GM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이 산업의 미래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조치를 취해야 했다. 과거에 GM을 포함한 대부분의 자동차회사들이 대개 그랬듯이,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무슨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경제와 회사가 건강할 때인 지금 조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바라는 CNN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2009년 받은 지원(정부 지원으로 인한 회생)에 대해 영원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대량 해고는 노동자들을 힘들게 했다. 그러나 이후 밝혀진 대로, 당시 퇴직 대상이 아니었던 시간제 직원들은 그 이후 대부분 다른 GM 공장에서 다시 일하게 되었다.

적어도 그녀의 관점에서, 바라는 이 산업이 어디로 향해 가고 있는지를 주시하며 GM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하고 있다.

“5년 전 CEO 자리에 올랐을 때, 나는 지난 50년보다 향후 5년간 자동차 산업에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변화와 개혁이 더 빨라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시간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

바라에 대해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은, 그녀가 훈련받은 엔지니어이며 속도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리막길이나 굽은 길에서는 속도를 내지 않는다. GM에는 그런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다른 사람들이 많다. 바라가 집착하는 것은 행동의 속도, 즉 얼마나 빨리 올바른 해결책을 찾아 그것을 실현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 혁신하라”는 말은 그녀가 항상 되뇌는 주문(呪文) 같은 말이다. 그녀에게 가장 큰 위험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Inaction)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조직의 관성(慣性)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깨달은 것은 GM의 점화 스위치 사건이었다. 그녀가 CEO가 되기 훨씬 전이었던 2001년에, 몇몇 GM 엔지니어들은 회사의 일부 소형차 모델의 점화 스위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운전 중 갑자기 시동이 꺼지게 되면 파워 스티어링, 파워 브레이크,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으로 운전자를 몰고 갈 수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위험한 결함이었다.

이후 15년 동안 GM은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수차례의 회의가 열렸고 보고서가 작성되었고 대책 위원회까지 만들어졌지만 이 사실은 잊히고 말았다. 관료주의와 책임회피의 문화에 만연돼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124명의 죽음을 가져왔다. 리콜은 바라가 CEO로 취임한 이후에야 이뤄졌다.

그 경험은, GM 하면 연상되는 신중하고 경직된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바라에게 분명히 가르쳐 주었다.

바라는 당시 전 직원에게 전하는 비디오 컨퍼런스에서 “이 일을 뒤로 미루고 싶지 않다. 우리는 이 고통스러운 경험을 우리의 집단적 기억 속에 영원히 간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라는 CEO가 되면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을 때 전 직원은 그것을 따랐다.

그녀는 가능한 한 거추장스러운 규칙을 없애고 모든 일을 단순화했다. 한 가지 작은 예가 GM의 복장 규정이다. 바라는 단 두 단어로 그 지침을 요약했다.

“알맞게 입으시오(Dress Appropriately).”

바라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파산과 점화 스위치 위기를 겪으면서 나는 더 이상 무조건 신중한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간은 우리의 친구가 아닙니다.”

그녀는 이제 행동하기 전에 모든 데이터 포인트를 지나치게 분석하려고 기다리지 않는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위대한 생각은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바라의 경영 스타일을 잘 아는 사람은, 바라의 방식은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의 80%만 알아도 올바른 방향을 선택할 수 있다. 나중에 더 많은 정보가 들어오면 그때 가서 수정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빠른 의사 결정을 해야 할 때도 바라는 결코 허둥대는 기색이 없다. 남이 보는 데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일부 전설적인 자동차 업계 경영자들과 달리, 그녀는 자신의 결정을 따르게 하기 위해 소리를 지르거나, 책상을 두드리거나, 전화기를 쾅 내려놓지 않는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리더십 연구소 부학장 제프리 소넨펠드는 “전쟁터에서는 강압적인 군대 스타일이 통할 수 있다. 그러나 고통스러운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을 때는 설득과 이해와 비전이 필요한데, 바라에게는 그런 자질이 풍성하다”고 지적했다.

바라를 아는 사람들은 그녀가 어떤 사안에 대해 깊이 파고 들고,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녀는 이전부터 있었던 방식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다.

2017년에 GM은 유럽 브랜드인 오펠(Opel)과 복스홀(Vauxhall)을, 시트로엥(Citroën)과 푸조(Peugeot)를 만드는 프랑스 회사 PSA 그룹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무심코 관찰한 사람에게는 그 결정이 당연한 것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이 두 브랜드는 경쟁이 치열한 유럽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제대로 이익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독일의 오펠과 영국의 복스홀 두 브랜드는 1920년대부터 GM의 일부였다. 그 같은 오랜 사업을 파는 것은 거실의 소파를 파는 것과 같지 않다. 매각과 함께 떠난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인재들은 GM으로서는 아픈 상처다. 오펠과 복스홀의 매각은 또 GM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라느니, 글로벌 자동차 회사라느니 하는 주장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바라는 이 조치로 제너럴 모터스의 의미를 단 번에 재정의했다. GM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는 그 사업에 대해 달리 생각해야 했다.

바라는 지난해 5월, 로이드 블랭크페인 전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CEO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존재할 권리가 없다. 제너럴 모터스가 되기 위한 우리의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2017년에 GM은 유럽 브랜드인 오펠(Opel)과 복스홀(Vauxhall)을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오펠과 복스홀의 매각은 GM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라는 주장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출처= The Drive

변화를 주도한다

그러나 바라가 CEO가 되면서 모든 것을 축소시킨 것만은 아니다. 그녀가 진전시킨 것도 있다. 바라는 GM의 비전을 세 가지 목표로 요약했다. ‘제로 충돌, 제로 배출, 제로 혼잡’(Zero Crashes, Zero Emissions And Zero Congestion)이 그것이다.

그 목표들은 비록 기한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불가능하게 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비전은 회사가 전기 자동차, 자율주행 자동차, 카셰어링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용기 있게 받아들이면서 직원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 주었다.

GM은 2016년에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하는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회사 크루즈 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을 5억8100만달러(6600억원)에 인수했다. 일본의 혼다자동차와 소프트뱅크도 지난해 이 회사에 대규모 투자를 했다. 오늘날 GM은 이동식 조립라인에서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최초의 회사가 되었다. GM은 이제 자율주행 기술의 활용에 가장 잘 준비된 회사들 중 하나가 되었다. 최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그 기술을 양산하는 것을 이미 배우고 있으며, 자회사 온스타(OnStar)를 통해 수십년 동안 ‘네트워크 자동차’의 경험을 쌓아왔다(GM의 자회사 온스타는 1996년부터 ‘24시간 온스타 센터’를 통해 긴급통보 서비스나 길 안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GM은 또 지난 2016년에 짚카(Zipcar)와 비슷한 카셰어링 서비스 메이븐(Maven)을 출시했다. 처음에는 앱을 통해 GM 차량 한 대를 임대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현재 메이븐은 GM 차량 소유자들이 앱을 통해 자신의 자동차를 임대해 주는 사업까지 확대되었다. 메이븐을 통해 GM은 자동차를 전혀 소유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동 필요성(Mobility Needs)과 전통적인 자동차 판매 이외의 수익 흐름에 대한 전망에 대해 배우고 있다.

바라는 블랭크페인과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업계의 분열이 무르익고 있다”고 말했다.

GM은 테슬라가 전기차를 판매하기 시작한 것과 같은 해에 전기차 볼트(Bolt) EV를 판매하기 시작했다(실제로 GM은 전 세계적으로 테슬라보다 더 많은 전기차를 팔았다). GM은 차세대 EV 기술도 보유하고 있어, 캐딜락(Cadillac) 브랜드를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며 시장을 주도할 할 계획이다.

전기자동차는 적어도 지금은 큰 이익을 내지 못한다. 따라서 포드는 전기차 개발이나 판매에 있어 GM보다 느린 행보를 보였다. 토요타도 훨씬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바라는 “우리는 모든 게 전기로 움직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배터리 전기와 수소연료전지 시대가 올 것입니다(수소연료전지는 수소 가스로 자동차에 전기를 발생시킨다).”

테슬라나 다른 여러 스타트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 이후, 제너럴 모터스 같은 기존 자동차회사들을 지칭하는 새로운 용어가 생겼다. 그들을 ‘레거시 자동차 회사’(Legacy Automakers)라고 부르는 것이다. ‘레거시’라는 말에는, 한때는 위대하고 존경스러웠지만 이제는 백미러로 사라지는 회사라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바라가 그녀의 길을 간다면, 그 말은 GM에게는 더 이상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