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 등 관계자가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사태와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발전된 과학기술에 따라 기존에 확인된 성분이 아닌 다른 성분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관심이 주목된다. 코오롱 측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같은 세포를 활용해왔다’고 주장해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검증 자료를 발표하기 전까지 기술수출 등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관계와 주가도 당분간 유동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관된 세포 활용…효능‧안전성 우려 낮아 vs 기술 빙자한 모럴 해저드

한국 등 아시아에 인보사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과 허가감독당국인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 성분 중 하나가 다른 것으로 밝혀진 것과 관련, 효능과 안전성 등에 대해 나타나고 있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지만, 업계에서는 강력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는 해당 사실을 코오롱 측으로부터 보고 받고 제조‧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코오롱 측은 국내에서 사용된 인보사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의 일관성을 식약처로부터 재검증받기 위해 인보사의 출고를 1일부터 자발적으로 중지하기로 했다.

식약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인보사에 대해 "최초 임상시험 이후 현재까지 11년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 보고사례가 없었고, 제조과정에서 해당 세포(2액)에 방사선조사를 하여 안전성을 확보했다"면서 "품목허가 시 제출된 독성시험 결과에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는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 형질전환세포(TC)는 원천적으로 종양원성을 보유해 방사선 조사를 통해 세포의 기능을 없앤다.2 출처=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TC는 TGF-β1 단백질이 관절강 내로 잘 분비되도록 하는 전달체 역할을 수행한 후, 자연스럽게 사멸해 없어지는 세포다”라면서 “임상개발 초기에 제기됐던 종양원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 FDA와 식약처의 권고에 따라 방사선 조사까지 실시해 안전성을 더욱 강화했다”고 밝혔다.

한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TGF-β1를 생성하는 세포가 일정 기간 단백질 생산만 가능하고 증식을 막기 위해선 방사선처리가 필요하다”면서도 “293 세포가 반복해서 투여된다면 면역반응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보사는 임상시험 환자에 대한 최초 투여부터 11년 동안 장기추적조사를 받고 있다. 이는 2월 28일을 기준으로 시판 전 145명, 시판 후 3403건 투여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보사 사용에 따른 시판 후 전체 이상사례는 3월 30일을 기준으로 주사부위 통증, 다리부종 등 102건이 보고됐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293 세포가 임상시료부터 상업제품까지 일관되게 사용돼 와서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변함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사용된 세포의 일관성을 재확인해 검증받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일관된 세포를 활용했지만 ‘라벨링’이 잘못됐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와 코오롱 측이 ‘연골 유래로 알고 있던 세포가 사실 293 세포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처음부터 일관되게 이를 활용해서 검증을 받았으므로 유효성‧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과 달리 업계에서는 다양한 지적이 따른다.

한 업계 전문가는 “연골유래세포와 293 세포는 엄연히 다른 것.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검토하는 단계가 한 두 번도 아닐 것. 기술적인걸 빙자한 모럴 해저드”라고 비판했다.

인보사 사태가 업게 전반에 끼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다른 한 전문가는 “기업 측 해명은 레트로 바이랄벡터 생산에 사용한 패키징 세포주인 293세포가 바이랄렉터 분리정제 과정을 거치고도 살아남아 원래 세포주를 대체했다는데, 되돌이키기 어려운 일이라면 정직하게라도 대응하기를 요구한다”면서 “자칫 업계 전체로 불신이 확산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기술수출 건과 코오롱생명과학‧티슈진 주가‧기술수출 전망은?

악재가 발표된 후 1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은 전 거래일에 비해 29.92%(2만2500원) 하락한 5만2700원, 코오롱티슈진은 전 거래일 대비 29.9%(1만300원) 하락한 2만4150원에 거래 중이다.

투자 업계에서는 새롭게 확인된 TCrk 단순히 ‘전달자’ 역할을 한다면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코오롱생명과학은 연골유래 세포가 아닌 신장유래 세포로 임상을 수행했으나, 임상결과는 잘 나왔고 독성도 없었다”면서 “TC의 목적이 TGF-β1가 연골세포 주변에 잘 발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 그것이 연골세포이건 신장세포이건 다를 것은 없다고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술수출이나 판매계약을 한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유효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파트너사와 신뢰 부문에서 잡음이 나올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오롱티슈진은 2017년 말게 일본 파트너사였던 미쓰비시타나베 파마로부터 기술이전 계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미쓰비시타나베 파마는 인보사와 관련,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진행할 임상 3상에 쓰일 임상시료 생산처 변경을 고려하는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250억원의 계약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는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아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판권은 코오롱생명과학에게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아시아에 지역에 판매 혹은 기술수출에 성공할 시 판매수익의 2%를 로열티로 코오롱티슈진이 받는다. 서브라이센스(Sub-License) 계약 시 코오롱티슈진이 계약금과 마일스톤, 로열티의 50%를 가져갈 수 있다.

인보사는 일본에 마일스톤 포함 총 계약금 6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돼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해당 계약에 따라 반환의무가 없는 초기 계약금 300억원을 받았다. 이 중 150억원이 코오롱티슈진의 몫인 셈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외에도 인보사 기술수출과 관련, 중국 하이난성에 총 계약금 약 2300억원,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약 1000억원, 홍콩‧마카오에 약 170억원, 몽골에 약 100억권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수출 계약에 대한 전망과 관련 코오롱생명과학 이우석 대표는 “확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파트너사들도 이제야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예단하긴 어렵지만,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인보사를 선택한 것은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유효성과 안전성, 상업성이다”고 설명했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당분간 파트너사들의 동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새로 확인된 세포 등과 관련,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입증하고, 규제 당국에 의해 확인된다면 파트너사들도 이를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