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초 5G 상용화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TV 광고나 아파트 사이니지에 나오는 5G 홍보 영상을 보니 정말 신세계가 따로 없습니다. 가상현실로 게임하고 증강현실로 코끼리와 놀고 태양의 서커스 관람하고...자율주행차가 막 달릴 것 같고 인공지능과 뒤엉켜 싸우다 왠지 '따봉'을 날릴 것 같고. 정말일까요?

광고는 광고일 뿐. 마케팅은 마케팅일 뿐. 당장 5일 5G 상용화가 시작된다고 이러한 장밋빛 이야기가 당장 현실이 될 수 없습니다. 혹시 5일 5G 상용화 시기에 맞춰 자율주행차 한 대 뽑으려는 분이 있다면 부디 기다려 주십시요. 인공지능 여자친구, 남자친구 기대했다면 접어두세요. 몇 년은 기다려야 하니까요. 가상현실 정도가 헤드셋 상용화라는 전제로 가장 가능성이 있을 뿐, 나머지는 아직 'MSG'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5G가 왜 좋은거야? 당장 좋아지는 건 없나? 혹시 요금제 더 올리려고? 일리가 있지만 당연히 전부는 아닙니다. 무엇이 있을까요? 무엇이 당장 좋아질까요?

 

5G 상용화 시대가 오고 5G 스마트폰을 구매할 당신. 스마트팩토리 등 B2B가 아니라 대중이 가장 먼저 5G를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영화보기'입니다. 허탈한가요?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데 갑자기 스마트폰으로 영화보는 것이 5G 상용화의 첫 발화점이라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습니다. 여기서부터 차근차근 5G 로드맵을 넓혀가는 것이 업계의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통신사들과 제조사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통신사 "5G와 콘텐츠와 제로레이팅을 준비했어"
통신사는 5G 생태계의 첫 발화점으로 미디어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방대한 데이터가 소모되는 지점이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 및 증강현실로 이어지는 실감형 미디어 시대를 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릭슨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매월 107엑사바이트(EB)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세계 모바일 가입자가 10시간 동안 HD 영상을 재생하는 수치입니다. 1엑사바이트(EB)는 104만 테라바이트(TB)이고 1테라바이트는 1024기가바이트(GB)로 계산됩니다. 에릭슨LG는 “2023년에는 현재의 4G, 3G, 2G 트래픽의 합계보다 1.5배 많은 트래픽 양이 예상된다"고 말했어요. 그 중심에 미디어 콘텐츠가 있습니다.

5G가 통신사의 기본적인 책무라면, 미디어 콘텐츠는 탈 네트워크 플랫폼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통신사들은 5G 시대를 빈틈없이 준비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전쟁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실제로 SK텔레콤은 지상파 OTT 푹과 만났습니다. 더 다양한 지상파의 콘텐츠를 담아내기 위한 포석입니다. 직접수신율이 낮은 지상파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여기에 티브로드 인수 카드를 꺼내며 이를 다양한 가능성과 연결시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료방송 IPTV의 강자 KT는 합산규제가 걸리기는 하지만 티브로드 인수까지 타진하고 있고, LG유플러스는 CJ헬로 인수에 나섰습니다. 넷플릭스와 협력하고 있고요.

통신3사는 5G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탈 네트워크를 위해 최초 미디어 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차와의 연계 등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LG유플러스가 지난달 5G 자율주행차 상용도로 주행을 통해 차량 내부에서 실감형 미디어 시연을 단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미디어 콘텐츠, 즉 엔테터인먼트는 즐거움의 콘텐츠며 플랫폼 관리자 입장에서는 고객을 잡아두는 핵심 요인입니다. 고객이 머물수록 데이터 트래픽이 올라가고 수익도 쑥쑥 올라가지요. 무엇보다 플랫폼에 많은 고객이 머물면 이를 다른 가능성 타진에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있고요. 자율주행차에 미디어 콘텐츠가 시연되면서 이커머스가 진행된다면? 통신사들이 5G 정국에서 미디어 콘텐츠 수급에 열을 올리는 이유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제로레이팅입니다. 사실 망 중립성 약화로 읽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데, 만약 통신사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며 자기들의 콘텐츠에 대해서는 고객에게 트래픽 비용을 받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통신사와 협력하지 못한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은 어려워지고, 통신사의 품 안에 있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은 매우 행복하겠지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제로레이팅의 가능성은 추후 미디어 콘텐츠를 최초 5G 발화점으로 활용하려는 통신사들에게 매력적인 무기지만, 역시 망 중립성 논란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논쟁의 대상이 될 소지도 있습니다.

▲ LG유플러스 팝업 스토어의 장면. 출처=LG유플러스

제조사 "넓거나 접히는, 오래가고 뜨겁지 않은 스마트폰 준비했어"
5G의 최초 발화점이 스마트폰으로 영화보기라면, 제조사들은 여기에 어떤 카드를 빼들었을까요? 작게는 세 가지. 많게는 네 가지 카드가 나옵니다. 바로 넓거나 접히는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용량이 크고 발열되지 않는 단말기입니다.

넓은 디스플레이부터 보겠습니다. 삼성전자가 패블릿 트렌드를 선도한 것과 스마트폰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시청하는 트렌드는 시기적으로 비슷합니다. 4인치 아이폰으로 어벤저스 보고 싶으세요? 아니면 6.7형 갤럭시로 어벤저스 보고 싶으세요? 우리가 왜 큰 TV를 좋아합니까. 크면 몰입감이 다르거든요.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왕 영화를 보려면 큰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즉 패블릿이 좋습니다. 갤럭시S10 5G가 인피니티O 6.7인치를 제공하는 이유입니다.
  

▲ 갤럭시S10 5G의 넓은 디스플레이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LG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LG전자는 원래 상반기 G 시리즈, 하반기 V 시리즈로 스마트폰을 출시했는데 이번에는 4G 전용으로 LG G8을, 5G 전용으로 LG V50을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V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넓은 화면에 미디어 사용자 경험을 특화시킨 라인업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보기 제격이라는 뜻입니다. V50은 6.4인치를 자랑합니다.

여기서 제조사들은 5G 정국에서 폴더블까지 나아갑니다. 디스플레이가 넓으면 좋기는 하지만 휴대성이 떨어지는데, 이 부분에 대한 사용자 경험을 효과적으로 가져가기 위함입니다. 즉 폴더블 경쟁력도 5G 정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보기에 적합하다는 뜻입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가 5G 전용으로 내달 국내에서 출시되는 이유입니다. LG 듀얼 스크린은 탈착식으로 비슷한 로드맵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연출됩니다.

여기서 배터리 용량도 살펴야 합니다. 5G 정국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려면 당연히 스마트폰이 꺼지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휴대용 배터리가 일반화됐다고 하지만 이동하면서 보는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기본 이상으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곤란합니다. 갤럭시S10 5G의 배터리는 무려 4500mAh 대용량 배터리고, LG V50 씽큐도 4500mAh입니다. 마지막으로 발열.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는 행위 자체가 많은 트래픽 소모를 내부에서 일으킵니다. 이 과정에서 기기가 발열되면 구동이 느려지고 사용자 경험이 저해됩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강력한 쿨링 시스템을 장착한 이유입니다. 물론 여기에 듀얼 인터페이스, 기본적인 내부 작동 기술 등도 포함됩니다.

결론적으로 5G 상용화의 첫 걸음은 스마트폰 영화며, 여기에서 모든 통신사와 제조사의 고민이 시작되는 분위기입니다. 이후 자율주행차가 5G로 달리면서 이미 확보된 콘텐츠 생태계를 적절히 연결하는 방식 등으로 최종 진화형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5G 생태계에 적을 둔 많은 플레이어들이,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이유입니다. 여기서 5G 상용화의 미래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