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저희 현재 상황과 논란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죠? 그와 관련해서 위기관리 컨설턴트의 의견을 듣고 있습니다. 자, 컨설턴트 입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이 위기를 관리할 수 있을까요? 아이디어를 주면 좋겠습니다.”

[컨설턴트의 답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기관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What to do)’보다는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What not to do)’에 대한 것이라고 봅니다. 이 의미는 위기가 발생하기 이전과 이후에 공히 적용되는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많은 기업들은 평시에 위기 시 기억해야 할 ‘해야 할 것(Do’s)’과 ‘하지 말아야 할 것(Don’ts)’에 대한 학습을 합니다. 여러 위기관리 케이스들을 통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생각을 미리 미리 가다듬는 것이죠.

여기에서 핵심은 ‘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평소부터 기업 구성원 모두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집중해 민감성을 유지하면 위기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느껴지는 행동들을 진짜 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위기의 뿌리나 소재가 사라지는 환경이 되는 것이죠.

불행하게도 위기가 발생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기억은 중요합니다. 그래야 일단 발생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이나 대응을 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위기는 근본적으로 흘러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 흘러가는 속력을 가속화시켜 이내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전략적 위기관리입니다.

반대로 흘러가는 위기를 붙잡아 더 키우고, 흘러가는 위기를 자극해 폭포처럼 반복해 용솟음 치게 만드는 것이 비전략적 위기관리입니다. 이런 비전략적 위기관리에서는 항상 위기관리 주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말을 한다거나, 결과를 지켜보자 해놓고 스스로 이를 못 기다린다거나, 사과를 하고 나서도 불안함을 느껴 사과를 반복한다거나, 감정적으로 위기관리 주체가 안정화되지 않는다거나, 위기관리를 할 경영진이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상에 감정적 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한다거나, 귀가 얇아 여러 훈수를 그대로 실행하려 시도한다거나 하는 등 수 많은 위험한 위기대응이 바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위기 시 대표이사와 임직원 모두가 ‘하지 말아야 할’ 위험한 대응만 하지 않아도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몰입해 있을 때 우선 우리가 “이런이런 대응은 하지 말자”는 대표이사의 리더십이 있어야 합니다.

얼핏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챙겨라’는 주문이 상대적으로 수세적이고, 보수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언가 치고 나가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그르다는 말이 아닙니다. 종종 그런 조언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인식은 필히 챙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챙김이 전제된 후에 ‘해야 할 일’을 돌아보는 순서가 더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일단 하게 되면 그때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그 때가서 ‘해야 할 일’을 해도 빛이 나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를 묻기 전에,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먼저 질문 해 보십시오. 모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한 공감대가 정확하게 형성된 다음에 그 기반 위에서 다음 ‘해야 할 일’에 대한 생각을 논의하기 바랍니다. 이 순서를 필히 기억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