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름잡고 있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장 2분기 실적 전망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업계에서는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키우는 한편 자동차용 메모리 시장의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메모리 업계 채우는 한국...그러나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는 2018년 기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약 49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점유율 43.9%로 1위, SK하이닉스가 약 33조1000억원을 기록해 점유율 29.5%로 2위라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는 2017년 74.2%보다 다소 줄어든 73.4%를 기록했으나 여전히 압도적이다. D램의 강자 마이크론이 최근 반도체 양산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황에서 당분간 반도체 코리아의 입지는 탄탄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업황 악화다.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D램 시장은 전년 대비 17.5% 줄어든 약 92조4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줄어든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매출 감소는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낸드플래시도 가격 하락폭이 커지며 올해 상반기 어려운 시장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심각한 수준으로 하락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1일 현재 업계에 따르면 8GbDDR4 D램 평균 고정가격은 5.13달러를 기록해 월 평균 10% 초반대의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은 최근 수습정국에 돌입했으나 역시 4% 내외의 가격 추락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 무너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반도체 공급과잉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 등에 따르면 새롭게 가동되는 300mm 웨어퍼팹만 모두 9곳이며 이는 2007년 12곳에 이어 두 번째로 최대 규모다. 2000년대 후반 300mm 웨이퍼가 대세로 부상한 후 순식간에 생산량이 커져 공급과잉에 이른 셈이다.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지나친 치킨게임을 지양하면서 완급 조절에 나선 배경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과 수요와 공급 불일치 현상이 장기화되며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의 인텔에 이미 전체 1위 자리를 내어준 상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가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매출이 약 4689억달러며, 지난해와 비교해 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1위 자리는 인텔에 돌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스템 반도체의 인텔은 올해 706억달러 매출이 유력하며 삼성전자는 631억달러 매출을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에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6일 공시를 통해 2분기 실적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는 자체평가를 내놨다.

SK하이닉스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석희 대표는 지난달 2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40조4000억원 영업이익 20조8000억원의 최대실적을 달성했다”면서 “올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어려운 사업환경이 전개되고 있다. 본질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 재무적 가치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핵심 경쟁력인 공정 미세화와 수율 향상을 통해 원가절감에 힘쓰겠다"면서 ”기존의 SK하이닉스를 초월하는 혁신을 통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으나 초기술 격차로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는 한편 3세대도 올해 안에 상용화 시킨다는 각오다. 낸드플래시에서는 72단 3D 낸드플래시 역량을 키우고 SSD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그 중심에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이 대표는 “마이크론이 감산한다고 변하는 것은 없다”면서 “실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실리콘밸리 세너제이(San Jose)에서 열린 ‘2019 OCP 글로벌 써밋’에서 차세대 기업용 SSD 표준으로 예정된 ZNS(Zoned Namespaces) SSD(Solid State Drive) 솔루션을 시연하는 등 위기 돌파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 타진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전기 대비 반토막이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LCD 시장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 규모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플러스 알파’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공포심리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적극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파운드리 중심의 전략에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대만의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 2위를 꿰차며 입지를 다졌다. 분사한 파운드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하는 초기술 격차가 시장에 안착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모바일 AP 엑시노스를 키웠던 노하우를 활용, 그 외 지역으로 빠르게 손을 뻗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당장 TSMC의 아성을 넘는 것은 어려워도 점유율 20% 초반을 유지, 추격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도 3분기가 되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여기에 5G와 인공지능 등 새로운 ICT 기술이 수급되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지난달 20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라 5G·AI·데이터센터·차량용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호언한 이유다.

결국 현재의 위기를 타파하려면 반도체 신수요 창출이 중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 연장선에서 자동차의 비전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수급동향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해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시장 매출은 총 539억달러며 이는 전년 대비 18.6%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매출 점유율 기준으로는 11.5%에 머물러 32.4%의 통신용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매출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발전 속도는 빠르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부문 매출 증가액이 전년 대비 13.7%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차량용 반도체 매출 속도가 보여주는 18.6%는 압도적인 수치다. 결국 시장 성장의 여백이 크면서도 매우 유망한 직종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삼성전자 반도체의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삼성의 디지털 콕핏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차(車)사랑...반도체로?

삼성은 한 때 완성차 시장에 진출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철수한 역사가 있다. 그 연장선에서 최근에도 삼성의 공식적인 부정이 나왔으나 자동차 산업 진출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설’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완성차 산업에 진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전장을 중심으로 반도체 인프라를 연결하는 영역에는 관심이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삼성의 자동차용 메모리 솔루션(Samsung Automotive Memory Solution)이라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5G 장비가 설치된 도로에서 스마키로 시동이 걸린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CG 콘텐츠다. eUFS(내장형 유니버설 플래시 저장장치)와 SSD가 유기적으로 작동하며 LPDDR5가 인공지능 경쟁력을 키우는 모습이 연출됐다.

삼성전자가 추후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자동차의 플랫폼 로드맵’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미 시너지는 나오고 있다. 하만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2017년 3월 글로벌 1위 전장 회사 하만을 9조3700억원에 인수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오른 후 전면에 나서 인수합병을 지휘한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하만은 현재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4% 이하의 낮은 비중만 차지하고 있으나, 하만카돈과 JBL 등 카 인포테인먼트 분야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만의 가시적 성과는 디지털 콕핏에서 만개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9에 등장한 하만의 디지털 콕핏은 총 6개의 스크린이 담겼으며 개인별 최적화된 인포테인먼트 환경을 제공하고 이동 중에 삼성 덱스와 연동도 가능하다. 미러 대체 비전 시스템(Mirror Replacement Vision System)과 카메라 기반의 안전 운전 솔루션을 적용해 안전성도 대폭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콕핏은 자율주행차로 발전하는 자동차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LG전자는 룩소프트(Luxoft), 애디언트(Adient), 히어(Here)社 등 자동차 관련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업과 파트너쉽을 체결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룩소프트와 연합해 디지털 콕핏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퀄컴도 스냅드래곤 820A 플랫폼을 중심으로 통합 이기종 컴퓨팅 성능을 자랑하고 있으며 제품에는 퀄컴 보안 프로세싱 유닛(SPU)을 탑재했고 최첨단 무선 기술도 지원하도록 만들었다.

심지어 블랙베리도 관심이 많다. 블랙베리 QNX 플랫폼은 QNX 기반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자동차 제조사에 제공해 하나의 ECU에서 구글 맵(Google Map)이나 구글 플레이 뮤직(Google Play Music)과 같은 최신 안드로이드 기반 어플리케이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기점으로 전 영역에 기술 인프라를 연결하고 있으며, 그 대상은 삼성디스플레이부터 대부분의 가전 영역에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장 사업 인력을 대거 확충하며 그 중심의 반도체 인프라를 정조준했다.

삼성전자의 자동차 사랑은 아우디와의 협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엑시노스 오토 V9이 선봉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차량용 반도체 브랜드인 엑시노스 오토를 공개한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용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며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운행정보나 차량상태 등의 정보(인포메이션) 요소와 멀티미디어 재생과 같은 오락(엔터테인먼트)요소를 결합한 첨단 장비다.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오토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엑시노스 오토 V9은 최대 2.1GHz속도로 동작하는 옥타코어(Octa Core)가 디스플레이 장치 6개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고 카메라는 최대 12대까지 지원한다. 3개의 그래픽 처리장치(GPU)가 디지털 계기판과 CID(Center Information Display), HUD(Head Up Display)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독립적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대외적인 분위기도 우호적이다. 특히 중국의 경우 중국 전력 반도체 시장이 매년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그 중심에 자동차 반도체가 있다는 평가다. 이러한 분위기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바람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 윌리엄 김 전 올세인츠 CE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 등 다양한 ICT 분야의 석학들을 영입하며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전문가인 윌리엄 김 전 올세인츠 CEO를 영입한 상태다. 김 전 CEO는 유명한 명품 브랜드 구찌에서 임원을 지냈으며 버버리에서는 디지털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파산 위기에 처한 영국 패션업체 올세인츠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단숨에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킨 사례로 명성이 높다. 여기에 폭스바겐의 민승재 미국 디자인센터 총괄 디자이너도 영입했다. 자동차와 관련된 디자인 브랜드 마케팅에도 집중하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악화 우려를 정면돌파하는 한편, 시스템 전반의 인프라를 강화하려고 한다”면서 “새로운 반도체 수요 창출을 위해 차량용 반도체에 집중하는 전략은 향후 5G와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