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요란하고, 더디게 온다고 말이 많습니다.

아침 져녁으로 날씨가 차고, 비바람이 불며

완전한 봄이 천천히 오고 있음에 대한 불평일까요?

아님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문제들로 인한 무거움 때문일까요?

세월호 사건 때 어른인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긴 시간이 지난 이즈음에 다시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어른들의 문제는 여전합니다.

여전히 거울이 못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의 우상인 아이돌 들이 어른 뺨치는 비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부 중  고등 학생 들이 도박 중독 수준의 게임 중독에 빠져

허우적대는 일도 보도되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일들이 나이나 계층,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벌어지고 있으니,

마음이 봄 같지 않게 무겁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사진 작가인 김아타의 작품과 작품 설명을 최근에 보았습니다.

그가 2009년경부터 ‘온 네이처(on Nature)'라는 제목으로 세계 각지에서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한 내용이었습니다. 4대 문명의 발상지나 대도시, 우리 비무장 지대 같은 산속에 다양한 크기의 빈 캔버스를 세워 놓음으로 작업은 시작되었습니다.

2년 후 다시 각지에 세워 놓은 캔버스를 회수하는데,

그 기간 동안 캔버스에는 다채로운 흔적이 남았습니다.

숲에 세워 놓은 캔버스에는 사계절 녹음과 빛, 바람과 그림자가 하연 면에 맺혔습니다.

빛을 많이 받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얼룩이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비, 눈, 서리, 얼음, 번개 같은 온갖 대기 현상과 벌레, 이끼, 곰팡이도

흔적을 남기었겠지요. 바다 속에 세웠던 캔버스에서는 물비린내와 각종 생물이

덕지 덕지 묻어 있었구요. 뉴욕 맨하턴, 네팔 히말라야, 부처가 깨달음을 얻었던

인도 부다가야, 포탄 사격장 등등 작품마다 다른 냄새와 흔적을 남기었더군요.

뉴욕 도심의 캔버스는 청회색, 인도 부다가야는 황토빛, 포탄 사격장 것은 너덜 너덜해지고..

환경은 그 공간의 정체성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상식적인 답을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너무 당연한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게 되는 것은 왜 일까요?

2년 후 캔버스를 회수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질감 가진 캔버스라는 결과로

정체성을 판명하듯, 지금 이 시간 우리 마음속에 어떤 마음들이 격동해서

마음속 캔버스에 무슨 자국을 남기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4월 봄날의 밝은 햇빛처럼

우리 마음속에 감탄, 평온함, 경외감, 즐거움, 향수, 사랑, 부드러움, 재미 같은

좋은 감정들의 흔적이

캔버스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이 남아있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