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의문 도시환경정비사업으로 1구역은 현재 경희궁자이가 들어서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돈의문 뉴타운’의 마지막 부지인 2구역은 더딘 진도를 보이고 있다. 1구역 경희궁자이가 신고가를 경신하고, 3구역의 효성 해링턴 타워도 곧 준공에 이르는 것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다. 도심 초근접성으로 높은 호응이 이는 가운데 2구역, 건너편 천연동 등 개발사업 향방이 주목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월 18일 서울시 종로구 홍파동의 경희궁자이 전용면적 116㎡가 21억원에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12일 해당 단지 같은 면적의 주택의 시세가 1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약 6달 만에 2억원이 상승한 셈이다.

주변 A공인중개사는 “애초에 대형 평형은 매물 자체가 매우 희귀하다”면서 “9월 거래된 것은 5층이고 이곳은 15층으로 층수 차이도 나지만, 무엇보다 이 면적의 매물은 단 하나밖에 없었던 점이 고가 경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개사는 “거주 요건을 채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보니, 조합원 물건 중에 보유기간 2년을 채운 물량들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고려해 소량으로 나오는 추세”라면서 “현금을 많이 보유한 동시에 도심으로 서둘러 들어오려는 매수자와 필요충분이 맞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B공인중개사는 “종로구에 2500가구가 들어설 땅은 이곳밖에 없기도 하고, 3호선 독립문역, 5호선 서대문역과 여러 버스노선 등이 있어 종로·강남 접근성이 매우 높다”고 입지상 장점을 설명했다. 매물은 제한돼 있고 입지는 워낙 좋기 때문에 집값이 추세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란 의미다.

▲ 종로구의 경희궁자이는 매물 품귀 현상으로 2월 21억원에 매매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반대로 15억원에 거래되던 전용면적 84㎡의 시세는 14억원대로 하향했다. B중개사는 “다른 지역도 떨어진다 하니 매수자가 매력을 못 느끼고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경희궁자이는 ‘돈의문 뉴타운’으로 불리는 돈의문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재개발된 곳으로, 임대주택을 포함해 총 4개 단지, 2533가구로 구성된 대단지다. 해당 지역은 2003년 뉴타운 지정고시 이후 16년째 사업이 진행 중으로, 이 가운데 재개발 후 입주를 완료한 곳은 1구역 경희궁자이가 유일하다. 현재 경희궁자이 2단지의 최고가 매물은 26억원으로, 주변 공인중개사는 21억원 매물의 매도인 역시 해당 가격에 매매가 되지 않아 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같은 뉴타운 지역 가운데 정비사업이 전개된 곳은 경희궁자이의 1구역, 효성 해링턴스퀘어의 3구역뿐이다. 나머지 4~6구역은 당초 병원부지인 탓에 주택용 재개발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고, 그마저도 현재 구역지정이 해제된 상태다. 4구역은 현재의 적십자병원 부지, 5구역은 강북삼성병원 부지이고, 6구역은 4.19혁명기념도서관 존지관리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종로구청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해당 지역의 지정 해제를 두고 “2005년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4구역은 별도의 도시환경사업구역에 의해 공공용지 확보계획이 잡힌 곳”이라면서 “5구역은 뉴타운 연계 구역지정일 뿐 구체적 재개발 계획은 없었고, 6구역 역시 존치에 중점을 둔 구역 지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구역은 4.19도서관 건립 외에 이렇다 할 변화는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돈의문 뉴타운 가운데 개발 가능성이 남은 곳은 2구역뿐이라는 설명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2구역은 완전히 초기 단계가 다름없는 상태로, 구체적 계획 수립이 전혀 돼있지 않다”면서 “2007년 2구역 재개발추진위가 설립됐지만 계속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흐르다가, 사업성 등을 두고 내부 문제가 불거져 지난해 해산 신고가 수리된 상태”라고 전했다.

▲ 경희궁자이, 해링턴스퀘어와 달리 낙후된 채 남아있는 돈의문 2구역. 사진=이코노믹리규 김진후 기자.

2구역 모퉁이에 아직 사무실을 두고 있는 ‘2구역 정비조합추진위원회’는 해당 내용에 대해 “현재 현황이라 할 것은 없고 2구역 지주들과 토지비용을 두고 협의 중이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주변 C공인중개사에 따르면 “1구역의 사업이 가시화되고 평당가가 치솟자 2구역 지주들이 요구하는 토지비용이 사업 초반 3000만원대에서 6000만~7000만원대로 덩달아 올랐다”고 설명했다. C중개사는 “현재 경희궁자이의 단위면적 3.3㎡당 가격이 약 5000만원인 것을 따라잡으려는 생각으로 읽힌다”고 해석하면서 “조합은 해산됐지만 건물 노후도에 따라 추진 희망 여부는 갈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딘 추진 과정을 보이면서 인근 빌딩들은 매물로 나왔다가 도로 들어가기를 반복하기도 했다는 게 중개사의 설명이다. 그는 “J빌딩은 20억원에서 47억원으로 오르는가 하면, D빌딩은 120억원에서 100억원대로 낮춰지기도 하는 등 좁은 구역에서 여러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D빌딩의 ㎡당 개별공시지가는 2015년까지 1100만원대를 유지하다 현재 1200만원으로 뛴 상태다.

추진위 내부 사정뿐 아니라 개발 여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D공인중개사는 “1구역과 2구역 사이가 원래는 개천이라 실질적으로 건물을 올릴 수 있는 면적이나 용적률이 나올지도 의문스럽다”면서 “경희궁자이 주민들의 일조권 때문에 고도선을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 2구역에 속한 한 건축물의 단위면적당 공시지가는 2013년~2015년까지 1100만원대를 유지하다 맞붙은 경희궁자이의 착공 시기와 맞물려 1200만원대로 뛰었다. 출처=서울부동산정보광장.

한편 3구역은 효성중공업이 시공을 맡고 대지면적 6400.80㎡ 위에 용적률 848.25%가 적용된 ‘효성 해링턴스퀘어’의 공사가 한창이었다. 해당 건축물은 지하 7층~지상 26층의 높이에 공동주택 2240가구와 업무·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지난 1월 18일 관리처분계획 변경안이 인가된 결과다. 공사기간은 2017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가 목표다. 입주가 시작되면 돈의문 구역은 경희궁자이와 함께 총 4700가구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주택지로 거듭날 전망이다.

돈의문 뉴타운 외에도 종로구 사직동과 내수동, 서대문구 충현동 일대의 마포로4구역, 마포로5구역 등의 정비사업이 잡혀있었지만 조합이 해산되거나 역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종로구의 경우 사직동은 구역 해제, 내수동(내자동) 지역은 약 1만㎡ 규모로 여전히 정비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조합 설립이 10년 전 무산됐다고 D중개사는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자동의 경우 추진위 활동이 이어지고 있고, 사직동은 현재 소송에 휘말려 추진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 돈의문 뉴타운 주변은 불확실한 개발계획과 조합 해산 등으로 개발이 정체되고 있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서대문구 충현동의 마포로 4구역과 5구역은 2016년 서울시가 발표한 ‘2025년 목표 서울특별시 도시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12월 정비계획 재정비를 추진하고 있는 10개 구역에 포함된 것 외엔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상태다. 상가지역인 해당 부지에 주거용 건축물을 확대한다는 서울시의 방향성이 엿보일 따름이다. 다만 서울시가 ‘충정로 옛거리 보존’을 기치로 내걸면서 이 지역 역시 개발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경희궁자이 4단지와 길 하나를 마주하고 있는 영천주택재개발정비구역은 ‘반도유보라’가 들어설 전망이다. 약 1만1154㎡의 부지에 용적률 399.67%, 건폐율 48.05%를 적용해 지하 5층~지상 23층 규모로 들어선다. 공동주택 규모는 199가구이고 오피스텔 116실 등이 포함된 규모다. 천연동 B공인중개사는 “별다른 개발 계획소식은 없고, 이 지역은 반도유보라가 한동안 유일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