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지난 2017년 생리대 파동으로 주저앉은 깨끗한나라의 실적이 악화일로다. 구광모 LG회장의 고모 회사로 범LG가의 지원에도 악화된 현금창출력과 재무구조는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기업어음 신용등급도 한 단계 강등됐다.

올해 3세 경영인인 최현수 대표와 전문경영인인 김민환 대표가 경영 일선에 나서면서 재무구조 개선 카드로 주식 액면가를 줄이는 감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재무구조 회복 요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흑자로 돌아설 만한 수익성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지난 3월 22일 주식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0원으로 줄이는 감자계획을 밝혔다. 1880억원인 자본금은 376억원으로 감소한다. 감자 기준일은 4월 9일이다.

깨끗한나라의 실적악화는 예고된 상황이었다. 매출액은 2016년 7060억원에서 2018년 6263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EBIT(영업이익)도 지난 2017년 253억원 손실로 돌아섰고 지난해는 292억으로 손실폭은 늘어났다.

▲ 지난 2017년 생리대파동 이후 깨끗한나라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현금사정도 마찬가지다. 잉여현금흐름은 생활용품 생산설비 증설과 유동상 소각보일러 설치를 위한 투자로 인해 2017년 손실로 돌아섰다. 지난해에는 복합보일러 설비 매각(300억원) 등의 자구노력에도 잉여현금흐름이 635억원으로 손실폭이 늘어났다.

2018년 말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2016년 말 대비 759억원 증가한 2514억원을 기록했다. 순손실 누적으로 납입자본 일부가 잠식됐다. 동 기간 차입금의존도는 31.5%에서 43.1%로 상승했고, 부채비율 역시 148.1%에서 243.2%로 상승하는 등 재무안정성이 크게 저하되었다.

최현수 대표는 지난 2006년 입사 후 총괄사업본부장을 거치면서 기저귀와 아기용 물티슈 등 생활용품 부문 성장에 앞장서면서 수익기반 다변화에 힘썼다. 그 결과 전체 매출의 40%가량이 생활용품에서 나오고 있으나 생리대 파동 이후 기타 생활용품의 시장점유율도 5.2%(2018년 기준)로 반토막 난 상황이다. 따라서 수익성 감소를 상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나름의 자구책에도 해마다 손실의 폭이 커지면서 현금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출처= 한국기업평가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제지사업부도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상승하고 있어 실적 반등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자계획에도 악화된 재무구조가 단기간 내 2016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저하된 수익창출력과 향후 5년간 연평균 200억원 이상 예정된 설비투자 계획 등을 감안할 때 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차입금 감축까지는 중기적인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차환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2013년 이후 깨끗한나라는 회사채 시장을 마지막으로 기업어음 등 단기금융 시장에서 자금 조달을 해왔다. 대부분 3개월 만기 단기물이다. 차입구조를 장기화할 여력이 부족한 상태다. 그러나 지난해 단기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한 단계 강등됐다.

깨끗한나라는 수익 개선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생리대 파동이 잊혀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양새다. 존폐위기를 맞을 때마다 도와주는 희성그룹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깨끗한나라는 최근 11년간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덕분에 두 번의 생사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경영권 인수, 자금 수혈 등 구 회장이 깨끗한 나라를 살리는 데 들어간 자금만 1000억원이 넘는다.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이 2016년 말 구본능 회장의 친자인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에게 LG 지분 420억원어치를 증여하기도 하면서 상부상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나라 관계자는 “액면감자는 자본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식의 표시 액면액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감소시키면서 액면액만 변동됐을 뿐 주식수와 회사 밸류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주식가치나 회사 가치는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경영시험대에 오른 최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장자승계가 엄격한 범LG가의 가풍을 볼 때 최 회장의 장자인 최정규(1991년생) 씨가 최종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지분율도 최 대표가 7.69%, 최정규 씨가 16%로 누나보다 많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감자를 통해 발생한 차익의 이익잉여금 전입 절차를 통해 자본잠식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영업실적의 회복을 전제하지 않고는 재무구조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