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탄소년단의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CJ ENM의 합작사인 빌리프랩의 글로벌 오디션 공고 영상 캡쳐. 출처= CJ ENM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CJ ENM의 출범에 대해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는 의견은 많지 않았다. 콘텐츠 사업부문인 CJ E&M의 불안정성을 커머스 사업부문인 CJ오쇼핑으로 ‘메꾼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나 CJ ENM은 오히려 콘텐츠 사업부문에서 경쟁 업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 입지를 만드는 성공 사례들을 계속 이어가며 그들이 강조했던 콘텐츠와 커머스의 시너지를 점점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콘텐츠, 강력한 팬덤 

3월 29일 발표된 CJ그룹의 2018년 실적에서 CJ ENM이 담당하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부문은 총 4조898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CJ그룹 전체의 매출인 29조5000억원에서 약 16.8%의 비중이며 지난해 대비로는 12.6%의 성장한 기록이다. 이는 현재 CJ의 미래 주력사업인 식품·생명공학·물류(신유통)·콘텐츠의 4대 사업부문의 이름값에 상응하는 비중으로 볼 수 있다.

CJ ENM이 제작하는 미디어 콘텐츠들의 강점은 수많은 마니아들이 모여 하나의 ‘팬덤’이 계속해서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미디어의 팬덤화는 매년 더 나은 내년을 기대할 수 있는 제작 역량으로 평가되고 있다. 콘텐츠 팬덤화에 따른 수익효과가 확실하게 나타나면서 이는 앞으로 본격적으로 융합이 될 커머스에서도 높은 시너지가 예상된다.

특히 트래픽(시청자, 콘텐츠 이용자)이 트래픽을 만드는 디지털 광고 산업에서는 1인 창작자 제작사업인 다이아TV로 대변되는 투자도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다이아TV의 운영과 다다스튜디오 등 스튜디오를 통한 콘텐츠 제작이 확대되고 있는 ENM의 미디어 내 디지털 비중은 2016년 8.1% → 2018년 13.6%로 성장했다. 현재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2020년에는 18%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업계가 예상하는 CJ ENM의 1분기 실적은 매출 1조1118억원(전년 대비 +7.8%), 영업이익 865억원(전년 대비 –4.0%) 수준이다. 콘텐츠에 제작에 대한 투자비용과 방송 콘텐츠의 주력 수입원인 TV광고단가의 성장률(프라임타임 평균단가 1~2월 합산 기준 전년 대비 +2.2%) 정체로 영업이익은 다소 감소할 전망이지만, 16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이 끌어올 최대 100억원 규모의 수익과 커머스 부문의 뒷받침으로 이는 추후 충분히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또 이제는 우수한 K-POP그룹 탄생의 진원지가 된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리즈의 흥행과 방송으로 탄생한 팀들이 거두는 기록적 성과는 추후 음악부문에서도 큰 성과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프로듀스101> 시즌 2의 남성 K-POP 그룹 ‘워너원’은 1년 6개월이라는 길지 않은 활동기간 동안 투자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겨버렸고, 시즌 3인 <프로듀스48>의 여성 K-POP그룹 ‘아이즈원’은 국내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일본 데뷔 첫 앨범 판매량 24만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선전하고 있다. 

▲ 출처= 오프더레코드엔터테인먼트

여기에 ENM만이 가능한 광고 부분의 경쟁력도 긍정적이다. 특히 장기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시즌제 예능 콘텐츠 <프로듀스101> 시리즈나 시즌제 드라마인 <아스달 연대기>의 방영을 앞두고 있어 많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러한 시리즈 콘텐츠의 흥행은 충성도가 높은 팬덤화로 이어지고 이를 통한 높은 수익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아울러 최근 CJ E&M은 새로운 한류 붐을 이끌고 있는 K-POP그룹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합작한 ‘빌리프랩’의 출범으로 사실상 K-POP 부문에서 이제는 국내 3대 기획사(SM·YG·JYP)의 영향력을 서서히 넘어서고 있다.

콘텐츠-커머스의 본격 융합 시작 

CJ ENM에서 커머스 부문을 맡고 있는 CJ오쇼핑의 주력 사업인 홈쇼핑은 최근 업황 자체의 침체 때문에 뚜렷한 성장률 둔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홈쇼핑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TV취급고 성장률의 둔화와 송출 채널인 IPTV의 수수료 증가는 수익성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CJ오쇼핑은 아직까지 전체 시장점유율 약 25%로 홈쇼핑 업계 1위 사업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TV홈쇼핑의 성장 둔화에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홈쇼핑 강화와 자체 브랜드 비중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또 CJ E&M과의 합병 후에는 콘텐츠와 자체 브랜드의 시너지를 통한 성장을 계속 도모하고 있다. 자사 인기 콘텐츠에 기존 자체 제작 상품을 노출(‘오덴세’/윤식당, ‘Ce&’/로맨스는 별책부록 등)하는 유료 노출광고 수준의 협력은 물론이고 콘텐츠의 IP를 활용한 굿즈 제작(‘아울이’ 드라마 <남자친구>, ‘신묘한 힘’ <신서유기>) 등 다방면의 수익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일련의 시도들은 서서히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에 앞으로 E&M 부문과의 적극적 협력은 더 가속화될 전망이다. 

▲ CJ 오쇼핑 자체 론칭 브랜드들. 2018년 주문 금액은 약 3200억원 수준. 출처= CJ ENM/하나금융투자

콘텐츠와 커머스의 융합으로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외에도 CJ ENM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은 바로 사업부문 매각으로 인한 재무구조의 개선이다. 현재 CJ ENM이 5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방송사업체 CJ헬로의 매각대금 8000억원이 유입되면 차입금이 그만큼 제거되는 동시에 현금이 더해져, 지난해 말 1조4000억원이 넘었던 순차입금은 약 1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한다. 이는 CJ ENM의 가장 아쉬운 점으로 평가된 불안정한 재무구조의 개선이며 동시에 자사의 가장 강력한 장점인 제작역량 강화를 위한 M&A 등 투자여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투자 이기훈 연구원은 “향후 CJ ENM의 자체 예능/드라마/음악 콘텐츠들이 시리즈를 통한 팬덤화에 성공해 콘텐츠 IP가 강화되면 중장기적으로는 HBO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이나 디즈니의 ‘마블 시리즈’와 같이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 제작을 통한 커머스 매출 성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스트 투자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CJ ENM의 매출 증가는 전 사업부문이 고르게 기여하는 가운데 올해에는 커머스 부문의 매출은 1000억원, 음악/영화 부문은 800억원, 미디어 부문은 7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추후 지상파 방송의 중간광고 도입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TV광고 부문의 고성장의 유지와 흥행 콘텐츠 제작 여부가 앞으로의 실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