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숙박 플랫폼 업계를 좌우하는 야놀자와 위드이노베이션 여기어때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위 사업자가 누구냐'는 논란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난타전을 벌인 두 회사는 2016년 크롤링과 댓글 공작 혐의로 정면충돌했으며 이 과정에서 두 회사 전현직 대표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리고 현재, 두 회사의 명운을 가를 또 한 번의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출처=각 사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2016년 여기어때가 야놀자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데이터를 추출한 이른바 경쟁사 크롤링 사건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디도스 공격 시도 ▲저작권 침해 ▲업무방해 등 3가지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2017년 9월,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크롤링은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된 정보를 특정 키워드로 긁어모아 검색 대상의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이다.

여기어때는 당시 공개된 자료에 대한 접근이라고 설명했으나 검찰의 최종 판단은 기소로 가닥이 잡혔다. 여기어때 입장에서는 지난해 대표가 물러난 후 조직을 빠르게 추스리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던 상황에서 또 한 번의 발목이 잡힌 셈이다. 다만 여기어때는 검찰의 기소 결정이 났어도 아직 기회가 남아있다고 본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이 건과 관련한 위반 여부의 사실관계 및 법리적 측면에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법원 재판과정에서 상세히 소명해 궁극적으로는 모든 혐의가 해소될 것으로 믿고 있다”며 "향후 재판과정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여기어때 크롤링에 대해 검찰이 기소 결정을 내리며 국내 숙박 플랫폼 업계는 또 한 번 격랑속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검찰의 기소는 표면적으로 여기어때의 리스크를 의미하지만, 이번 사태가 야놀자와 여기어때라는 두 회사의 극단적인 충돌로 비화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를 둘러싼 논란부터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 중 숙박 플랫폼 영역은 다른 영역과 비교해 유독 많은 사건사고가 있었다. 야놀자는 프랜차이즈의 성매매 의혹으로 심각한 수준의 마타도어를 당했으며, 여기어때는 웹하드 논란에 휘말리며 지난해 대표가 교체되는 일도 발생했다. 해킹 등의 논란도 심각하다. 여기어때는 지난해 12월 이메일 주소 유출 사고가 발생했으며 야놀자펜션은 2014년 3월부터 2016년 8월 사이 앱을 사용한 고객의 개인정보 약 7만여건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KT와 협력해 제주도에 인공지능 호텔을 구축하는 한편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는 야놀자와, 조직을 빠르게 추스리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여기어때 모두에게 악재다.

이러한 논란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두 회사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치열한 시장 상황에서 두 회사를 둘러싼 잡음이 커지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향한 칼날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검찰의 이번 기소 결정을 바탕으로 야놀자와 여기어때의 격렬한 충돌이 불가피하다. 다소 상황을 관망하려는 야놀자와 달리 여기어때가 제기된 혐의를 소명하려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과정에서 심각한 수준의 난타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야놀자의 소위 댓글 부대 논란도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다. 현재 야놀자는 여기어때에 대한 비방 댓글을 게시하고 소위 지라시(정보지)를 배포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야놀자가 2017년 12월 경쟁사를 비방하는 악성댓글과 게시물을 작성했다는 혐의로, 전현직 임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회사 측이 고용한 바이럴 광고대행사 대표와 직원, 창업투자 업계에 정보지를 전달한 회계사도 함께 검찰에 넘겨져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직 이와 관련된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두 회사는 최근까지도 수면 아래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두 회사의 신경전이 대법원까지 간 사례도 있다. 지난해 10월 야놀자가 여기어때를 상대로 제기한 ‘인격권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기 때문이다. 야놀자는 당시 경쟁사 여기어때가 외부 채널을 통해 자사의 인격을 해치는 표현을 지속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야놀자는 1심과 2심에 불복해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해당 표현이 지속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여기어때의 손을 들어 줬다.

결론적으로 두 회사에 대한 내외부의 논란이 커지는 상황에서 두 회사는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그 발화점이 여기어때에 대한 검찰 기소가 될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는 상태다. 댓글 부대 논란과 크롤링 논란이 불거진 후 국내 스타트업 업계 내부에서 두 회사의 관계진전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했으나 이들이 끝내 마음을 나누지 못한 상태에서, 국내 숙박 플랫폼 업계는 물론 전체 스타트업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직방과 다방도 상표권 분쟁을 거쳤고,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도 몇몇 신경전을 벌인 바 있으나 최소한 겉에서 보기에는 갈등이 봉합된 상태"라면서 "댓글과 크롤링 논란으로 정면충돌했던 두 회사가 이번 검찰의 기소로 심각한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소모적인 논란을 멈추고 업계 전체의 상생을 위한 길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