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를 사랑하는 만큼 일정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랑. 그 애틋함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 <파이브 피트>. 출처= 네이버 영화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이런 말이 있다. “오늘 내가 대충 보낸 하루는 어제 생을 마감한 이가 간절히 바라던 내일이다”라고.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당연한 일상은 다른 누군가에게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함일 수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영화 <파이브 피트>는 바로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일상이자 가장 힘든 일상인 ‘사랑’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화 <파이브 피트>는 ‘낭포성섬유증(囊胞性纖維症)’이라는 희귀 폐질환에 걸린 두 남녀의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다. 낭포성섬유증은 유전자의 이상으로 온 몸에 점액이 넘쳐나 폐 혹은 다른 장기에 세균이 감염될 위험이 정상의 신체보다 높은 질병이다. 그래서 이 질환에 걸린 이는 폐기능이 현저하게 낮아 보조 호흡기를 착용하거나 신체에 구멍을 뚫어 체내의 점액을 배출해줘야 한다. 가장 위험한 것은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끼리의 신체적 접촉이다. 기침이나 재채기로 서로에게 치명적인 세균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스텔라(헤일리 루 리차드슨)과 윌(콜 스프로즈)는 모두 낭포성섬유증 환자다. 우연한 계기로 만난 두 남녀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서로를 돕게 되고, 강한 이끌림으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연인들은 다른 연인들처럼 서로를 끌어안는다거나 키스를 하거나 혹은 섹스를 하는 등으로 사랑을 확인할 수 없다. 보통의 연인들에게 한없이 자연스러운 이 스킨쉽들은 스텔라와 윌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주인공은 기침으로 체액이 닿을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거리인 6피트(약 182cm)의 거리를 유지한 채 서로간의 사랑을 이어간다.   

▲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잘하자.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스텔라와 윌은 서로에게 특별해질수록 깊은 슬픔을 느낀다. 서로를 만지고 마음껏 사랑을 확인하고, 느끼고 싶지만 그것은 곧 서로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리고 스텔라가 가지고 있는 아픈 기억들로 둘의 관계는 여러 차례의 위기를 맞는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시작과 마지막에 반복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감은 누군가에게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일 수 있으니, 할 수 있는 때에 마음껏 그 감정을 공유하라는 것이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이 잘 느껴지지 않는 연인들에게, 서로간의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이 드는 연인들에게 <파이브 피트>를 추천하고 싶다.  

여러분이 가까이 있을 수 있는 거리는 <파이브 피트>의 스텔라와 윌이 목숨을 걸어야 할 수 있는 소중한 교감이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