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구글이 최근 공개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Stadia)’로 게임 시장의 지각변동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스태디아가 공개된 이후 게이머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스태디아는 디바이스와 서비스의 한계를 확장하는 모습을 연출해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문제도 제기된다. 그중 가장 많은 관심사는 ‘지연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다. 게임 콘텐츠의 특성상 이를 극복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관측도 많다. 다만 전문가들은 스태디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 구글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를 공개했다. 출처=유튜브 갈무리

구글은 지난 3월19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 2019에서 키노트 연설을 통해 자사의 게임 플랫폼 스태디아를 공개했다. 스태디아는 게임을 다운로드 없이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PC·모바일·TV 등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별도의 셋톱박스가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 특징이며, 다만 알려진 바로는 사용자는 크롬 브라우저를 사용해야한다. 

혁신과 우려 동시에 나오는 스태디아

이날 구글이 공개한 스태디아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가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지만, 게임 서비스를 어떤 디바이스에서 건 즐길 수 있고 그 데이터가 모두 연동된다는 걸 시연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마치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노트북으로 보다가 모바일로 옮겨가 봤던 곳에서부터 그대로 시청을 이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 구글 스태디아는 여러 디바이스를 지원한다. 출처=유튜브 갈무리

스태디아를 포함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의 구동 방식은 이렇다. 게임의 컴퓨팅 과정을 사용자가 가지고 있는 기기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구글의 데이터 센터에서 대신해준다. 데이터 센터는 처리된 결과를 사용자의 디바이스에 영상으로 보여주는 형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앞으로 이동’이라는 명령을 내리면 그 연산을 구글의 데이터 센터에서 한 뒤에 처리 결과를 사용자의 화면에 반영해 주는 식이다. 클라우드가 아닌 기존의 방식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기기 자체에서 컴퓨팅을 한다. 고사양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좋은 컴퓨터가 필요한 이유다.

스태디아의 이런 특징 때문에 디바이스의 성능에 관계없이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과 지연율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컴퓨팅을 클라우드에서 해주기 때문에 사용자는 고화질 영상을 재생할 수 있을 정도의 기기만 있으면 비싼 고사양 컴퓨터가 없어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반면 연결망을 통해 클라우드 서버와 통신을 실시간으로 반복해야 해서 인터넷망의 속도가 느리면 조작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느려져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힘들어진다. 

연이어 실패하던 ‘게임 스트리밍’ 스태디아는 다를까?

스트리밍 게임 자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기본적인 클라우드 게임이 출시된 바 있으며 2014년엔 국내 통신사들도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소니는 2015년에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엔비디아는 지포스나우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존재를 기억하는 게이머들은 많지 않다.

이런 서비스들이 여전히 생소하다는 건 그만큼 이 시도들이 게임 시장에 파장을 주지 못했다는 의미다. 실패 이유로는 킬러 콘텐츠의 부재, 가격 경쟁력 부족, 지연율 문제 등이 꼽힌다. 플랫폼 안에서 즐길만한 콘텐츠가 기존의 플랫폼들에 비해 상당히 부족했고 즐길만한 게임이 있더라도 충분하지 못한 네트워크 속도에 발목을 잡혔다. 

스태디아에 기대감이 실리는 건 기존 사례와 다른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구글’이 한다는 기대감이 있다. 구글은 전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강자다. 또한 크롬, 유튜브 등 막강한 플랫폼을 이미 가지고 있다. 사실상 크롬과 유튜브는 각 영역에서 글로벌 1위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구글은 스태디아에 이 두 가지를 모두 연계한다. 크롬 브라우저를 통해 게임을 실행시키고 유튜브와 연계해서 영상을 보다가도 게임을 바로 즐길 수 있는 형식으로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영상 시청과 게임플레이를 연계한다는 건 주목할만하다. 이는 ‘다운로드가 필요 없다’는 클라우드 게임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형태다. 유튜브 영상 콘텐츠의 상당 부분이 게임 콘텐츠인 점으로 봤을 때 그 수요 또한 상당하다. 시청자들이 영상을 보다가 버튼 하나만으로 그 유튜버와 게임에 같이 참여할 수 있다면 게임 유튜버들의 입장에서도 새로운 콘텐츠의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물론 스태디아의 결제, 계정 등 서비스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바가 없어 관련한 문제가 어떤 식으로 발생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네트워크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 요소다. 올해 통신사들의 최대 화두는 단연 5G다. 새로운 세대의 이동통신이 나오며 네트워크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연율 문제 해결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GDC 2019에 참석한 게임 개발사 잔디소프트 윤세민 대표는 지연율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 가능한 영역일 것으로 진단했다. 윤세민 대표는 “구글이 스태디아를 공개한 건 출시 이후 당장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네트워크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트워크망 등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사용자들은 지금은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내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네트워크 발전과 별개로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 통신사들과의 협업이다. GDC 2019에 참석한 게임 개발사 리얼리티매직 김성균 대표는 “구글이 준비를 잘하더라도 국내 게이머가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인터넷 망을 거쳐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오는 지연율 문제와 속도문제, 네트워크 사용료 문제 등 구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망 개선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태디아 서비스가 장소의 제약을 없애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구글이 시연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스태디아는 거치형 디바이스와 이동식 디바이스 모두에서 동일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모바일이나 태블릿처럼 조작의 한계가 있는 기기는 함께 내놓는 전용 게임패드를 통해 즐길 수 있다. 화면만 조금 작아질 뿐이다. 

모바일로 트리플A 게임 같은 대작을 플레이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갖는 유저들도 있다. 각 디바이스에는 특성이 있고 모바일이나 태블릿은 힘을 덜 들이고 하는 게임 플레이에 좀더 적합하고, 대작 게임은 기존의 콘솔 게임 플레이 방식으로 실내에서 자리를 잡고 큰 화면을 통해 즐기는 게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좋은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거나 좋은 음악을 제대로 느끼려면 실내에 설치된 고성능 스피커로 들어야 하는 등의 주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문제는 개인 성향에 따라 선택권이 나뉘는 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많은 대중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영화를 보고 저가형 이어폰을 통해서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 모바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 출처=유튜브 갈무리

스태디아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숙제로는 콘텐츠 확보가 있다. 다른 기술적인 문제를 다 떠나서 결국 재미있는 게임을 많이 서비스해야 이용자들은 찾아온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이 닌텐도와 MS의 스위치·엑스박스보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기기 자체의 매력보다는 유통하고 있는 트리플A 독점작이 많고 다양한 게임풀이 형성돼 있어서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스태디아에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와 둠 이터널이 서비스될 예정이다. 자체 퍼스트 파티 스튜디오도 만들고 스타 개발자를 대표로 내세웠다. 또한 언리얼엔진, 유니티. 하복 등 게임 개발에 사용되는 주력 엔진사들과의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다. 

스태디아는 올해 안에 북미·유럽 지역에 론칭할 예정이다. 그 외 아시아 등의 서비스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스태디아의 출시에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