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토요타가 공동 출자해 만든 자율주행차 서비스 회사인 모네 테크놀로지에 혼다와 히노 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뛰어들었다.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은 3월 29일 혼다와 히노가 5월까지 각 2억5000만엔을 출자해 10%의 지분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 중심의 일본 자율주행 플랫폼 동맹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소프트뱅크의 비전은 더 멀리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의 지배자

현재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모빌리티의 지배자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소프트뱅크는 한때 ‘반 우버 전선’을 이끌며 올라와 그랩에 투자하며 압박 일변도로 나섰으나 우버가 내부 조직 문제로 흔들리는 사이 재빨리 우버의 최대주주로 등극,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 중심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을 살피면 우버를 중심으로 올라와 그랩 등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에 중국 디디추싱과의 협력으로 사실상 허점이 없다는 평가다.

최근의 판세는 우버를 중심으로 하는 소프트뱅크 진영과 각 지역의 맹주들이 격돌하는 형국이다.

우버의 행보만 보면 최근까지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기업공개 직전 몸집을 불리면서 리프트와 싸우고 있다. 몸집을 불리는 로드맵은 중동의 카림을 인수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3월 26일(현지시간) 우버가 현금 14억달러와 컨버터블 노트 17억달러 등 총 31억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카림을 품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중동 지역 ICT 테크 기술 분야 최대 규모다.

카림은 우버의 자회사가 되지만 카림의 경영진은 독자경영에 나선다. 카림은 아랍에미레이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15개국 90여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 우버가 카림을 인수했다. 출처=갈무리

우버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각각 디디추싱과 그랩에 밀려 시장에서 밀려나는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이제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으로 새로운 팽창전략이 가동되는 셈이다. 다만 기업공개를 단행한 리프트와의 미국 시장 전투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리프트는 물류와 유통에도 관심이 많은 우버와 달리 세부적인 이동의 라스트 마일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리프트는 공유 자전거 기업 모티베이트를 약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한편, 한때 우버의 든든한 후원자였으나 지금은 ‘원수’가 된 웨이모와의 협력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ICT 큰 그림이 웨이모가 추구하는 자율주행택시 등의 비전과 맞아 떨어지면 폭발적인 성장세도 가능하다. 산업 진입장벽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리프트의 미국 점유율은 30% 선으로 추정된다.

소프트뱅크 모빌리티 동맹군의 또 다른 중요한 축은 그랩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등 ICT 기업의 투자까지 유치한 그랩은 최근 확장일로를 거듭하고 있으나 역시 지역의 강자인 고젝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최근 그랩이 수수료 인상 등으로 비판을 받는 사이 고젝은 빠르게 틈새시장을 열며 대항마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젝은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까지 가동하며 그랩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디디추싱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창안과 이치, 둥펑 등 중국 국영 자동차 3사는 총 10개 기업을 모아 87억6000만위안을 출자해 신에너지 공유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 전망이다. 디디추싱의 주요 투자자인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중국 국영 자동차 3사 진영에 선 장면이 새롭다는 말도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등을 활용해 우버와 그랩, 디디추싱 등 촘촘한 동맹군 라인업을 구축해 글로벌 모빌리티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지역의 강자들과 싸우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인수합병 등 다양한 가능성이 타진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토요타와 손잡은 모네 테크놀로지도 비슷한 연장선이다.

아키오 토요타 사장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 3월 4일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주문형 차량 서비스 제공 회사 모넷 테크놀로지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시가총액 1위와 2위 기업이 만난 셈이다. 자체 자율주행차 기술력을 끌어 올리는 한편, 최근 공유 자동차 플랫폼 이팔렛트를 공개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강자로 활동하면서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전반에 강력한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혼다 등 완성차 업체가 합류해 새로운 가능성 타진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무인화, 그리고 물류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GM 지분 20%까지 가진 상태에서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에 진입, 우버를 선봉으로 삼아 외연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자율주행 로봇 뉴로에 9억4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뉴로는 미국의 대형 슈퍼마켓인 크루거와 협력해 일부 지역에서 무인배송을 시작한 상태다. 자율주행 로봇이 도로를 달리며 상품을 배달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과 자율주행차 기술에서 두각을 보이는 엔비디아, 주차 플랫폼인 파크자키, 매핑 업체인 맵박스에도 지분을 가지고 있다. 결국 소프트뱅크의 미래는 이동하는 모든 것의 주체를 사람과 물류 전반으로 확장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는 심지어 고고도 태양광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결국 모빌리티와 무인화 로봇, 물류에 대한 비전을 모두 고려하면 소프트뱅크의 거대한 퍼즐이 완성된다는 말이 나온다.

소프트뱅크는 모든 모빌리티 플랫폼에 자율주행 인공지능 기술력을 삽입하는 방식으로 물류까지 포함한 빅데이터 보고까지 모두 장악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모네 테크놀로지와 우버 등을 위시한 모빌리티 플랫폼이 마이크로 모빌리티 플랫폼을 아우르는 일반적인 전략이라면 이커머스 플랫폼과 드론, 무인자동차 등의 로드맵은 자동화 물류 시장과 빅데이터 선점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평가다.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자율주행 플랫폼의 황제가 되기 위한 모든 자격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