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정기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장영성기자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가 열렸다. 박 회장의 퇴임 직후 열린 주총이었지만, 주주들은 다소 차분한 분위기에서 총회를 지켜봤다.

아시아나항공은 29일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본사에서 열린 제31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이날 보고된 아시아나항공 총주식보유자 수는 6만7277명이다. 총 발행주식은 2억523만5294주다. 주총에 출석한 주주는 1785명, 의결권 있는 주식은 1억3330만 2349주로 전체 64.9%가 참석했다.

주주총회는 아시아나항공 감사보고서 문제로 시장에 혼란을 가중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도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감사보고서에 대한 외부감사인 의견과 관련해 큰 심려를 끼친 점 주주분들께 깊이 사과한다”고 운을 띄웠다.

김 대표이사는 이어 “마일리지 충당금 등에 대한 회계기준 적용상 차이 문제였다”면서 “일시적으로 영업 비용이 늘어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회계 부담과 재무 변동성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투명한 경영을 이끌어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의 신뢰를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창영 아시아나항공 감사위원은 “한정 의견을 받은 것은 엄격한 회계감사가 문제의 본질”이라면서 “공시 이후 외부감사인과 사안을 협의해 재무제표를 재작성한 결과 적정 판정을 받아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감사보고서를 통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이라는 감사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 여파로 금호산업도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대기업의 감사의견 한정으로 주식시장과 채권 시장에 혼란이 일었다.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이 삼일회계법인의 회계 처리 지적사항을 수용하면서 지난 26일 ‘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고 공시했지만 시장의 불신은 여전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한정’ 감사의견을 받으면서 금융시장에 혼란이 불거진데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지난 28일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외에 금호산업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 금호고속 사내이사직에서 모두 사임했다.

이날 주총은 박 회장의 퇴진 다음날 열려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현장 분위기는 차분한 상태에서 주총이 진행됐다. 주주들은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 ‘한정’과 박 회장 퇴진 등을 우려했지만 크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실적에 관한 거론이 많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2018년 확정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액 7조1834억원(전년대비 +8.9%), 영업이익 282억 원(전년대비 -88.5%), 당기순손실 1959억원(전년대비 적자 전환)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적정’ 감사의견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급한 불을 껐지만, 회사를 옥죄는 재무리스크는 달라지지 않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진한 재무실적에 대해 김 대표는 “지난 한 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영체질을 개선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나 주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경영성과를 달성하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올해는 A350 4대를 추가 도입해 장거리 기재의 세대교체를 가속하는 동시에 A321 NEO 2대를 신규로 도입할 계획”이라면서 “단거리 노선까지 안전하고 연료 효율이 높은 차세대 항공기로 교체함으로써 기재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주총 주요 안건은 ▲ 제31기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 정관 변경의 건 ▲ 이사 선임의 건 ▲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법무법인 인강 대표변호사 사외이사 선임건이 눈길을 끌었으나, 곽 변호사가 개인 일신상 이유로 후보직을 철회하면서 안건은 상정되지 못했다. 사외이사는 백해준 전 국민연금 공단 이사장이 선임됐다. 사내이사는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과 안병석 아시아나항공 경영관리본부장이 선임됐다. 감사위원은 박 전 이사장과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선임됐다. 이외 다른 안건은 모두 원안 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