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삼성전자의 26일 예상실적 설명자료 공시는 매우 이례적이었다. 4월 5일 예정된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의 예상보다 실적이 매우 저조할 것이라고 ‘고백’한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반도체 초호황에 힙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올해는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작년 동기 대비보다 저조한 실적이 예상되면서 2분기 삼성전자의 실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데이터센터용 D램에서 가시적인 수요 개선이 일어나야 삼성전자의 캐시카우인 메모리반도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지난 20일 메모리 반도체 감산 계획을 발표한 만큼 시장에서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 계획이 현재까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 조감도. 출처=삼성전자

1분기 “생각보다 나쁘다”

삼성전자는 26일 공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비수기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약세 속, 주요 제품들의 가격 하락폭이 당초 전망 대비 일부 확대가 예상된다”면서 “디스플레이사업도 LCD 패널의 비수기 속 중국 패널업체 캐파 증설로 인한 공급 증가로 당초 예상대비 가격 하락폭이 확대됐고, 플렉서블 올레드(Flexible OLED)대형 고객사 수요 감소, LTPS LCD와의 가격 경쟁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실적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기술리더십 기반 제품 차별화와, 효율적인 자원 운용을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력 사업의 경쟁력 제고와 전략적 연구개발(R&D) 투자 등 핵심역량 강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같은 이례적인 삼성전자의 공시를 볼 때 삼성전자는 사실상 올해 1분기 실적이 작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도 삼성전자의 이번 이례적인 공시를 분석하면서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를 우려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 내 공급증가 속도는 끝없는 재고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수요 쪽에서도 가격 비탄력적인 서버 비중이 늘어났고, 작년 하반기 비정상적 수준까지 가격이 치솟아 현재 판가 하락에도 여전히 가격은 수요를 자극하기에는 턱없이 높은 수준이라 메모리 다운사이클은 일시적이기 보다 지속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에 대해서 김 연구원은 “갤럭시S10의 판매 호조가 나타나고 있지만 애플의 주문 감소가 실적 부진을 야기하고 있다”면서 “하반기에는 애플의 신제품 효과가 기대되지만 반대로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에서 수익성 감소가 발생 가능해 IM 사업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최근 예상한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6조 2000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영업이익 15조 6000억원보다 60%가량 하락된 전망치다. 애초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7조 8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이를 더 하락해 잡은 것이다. 한화투자증권도 27일 삼성전자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기존보다 10%가량 낮춰 잡은 6조 3000억원으로 예상했다.

▲ 메모리 반도체 가격 추이. 자료=D램익스체인지

여전히 낮은 메모리 반도체 가격...2분기에 반등하면 다행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월 27일 기준 D램인 DDR4 8GB 1Gx8 2133MHz의 고정거래가격 평균은 5.13달러로 1년 전인 2018년 2월 27일의 7.94달러보다 35.4% 하락했다.

낸드 128Gb 16Gx8 MLC의 가격도 2월 27일 기준 4.2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날 5.6달러보다 24.6% 하락한 것이다. 또 다른 한국의 주력 생산 D램인 DDR4 8Gb 512x16 2133MHz의 가격도 2월 27일 기준 4.88달러로 작년 6월 29일 7.88달러보다 61.5%나 하락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은 전반기에 나쁘고 하반기로 갈수록 나아지는 ‘상저하고’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하락폭이 기존 예상보다 더 커 반도체 제조사들의 수익성에 직격탄을 준다는 점에서 시장의 우려가 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서버와 PC용 D램 가격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크고, 올해 하반기에도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2020년 3분기가 돼야 가격이 반등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 연구원은 이어 “데이터 센터용 D램 수요는 인텔의 신규 CPU 출시, 5G용 엣지 컴퓨팅 수요, 중국의 티어2의 신규 데이터센터 수요가 있음에도 기존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수요 감소로 인해 2018년과 같은 호황은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분기에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소폭 회복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3분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노 연구원은 “최근 들어 일부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4월부터 서버 D램 수요가 발생하고 있고, 중국의 티어2 업체들을 중심으로 서버 D램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면서도 “여전히 서버용 D램 재고 수준은 높은 상황이고, 해당 재고가 소진되는 데는 최소 몇 개월은 더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D램 대량 리콜 요청?...가능성 낮아

한편 28일 제기된 삼성전자 서버용 D램 리콜에 대해서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서비스하는 아마존이 삼성전자로부터 공급받은 10나노미터 후반급 D램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한 리콜 요청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용 D램에서 품질 문제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이슈인데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면 설계 변경 등을 통해 삼성이 대응해 나갈 수 있는 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