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온디맨드 기업들이 자신이 창출한 매출이 아니라 거액의 투자자금으로 버텨왔지만 전문가들은 이익 없는 성장 모델은 공개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출처= personneltoday.com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소피아 게링거는 요즘 거의 매일, 10년 전만 해도 뉴욕 시민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일상을 산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승차공유 회사 리프트(Lyft) 앱을 열고 공유 차량을 호출해 카풀로 부동산 스타트업인 자신의 회사 컴패스(Compass) 사무실로 출근한다. 주말에 친구들과 외출할 때도 리프트나 우버(Uber)를 자주 이용한다. 특히 늦은 밤에 지하철을 타지 않아도 돼 너무 좋다.

그녀는 또 그럽허브(GrubHub)나 우버이츠(UberEats)를 이용해 식사를 배달시켜 끼니를 해결하고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을 통해 화장지 같은 생활용품을 집까지 배달시킨다. 현재 상황에서 게링거는 이런 서비스가 없이 사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이제는 그런 서비스가 없이 산다는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모든 게 해결되는 시대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온디맨드 라이프 스타일을 낭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이것은 뉴 노멀(New Normal)이다. 10년 전 우버가 출범한 이후, 수많은 스타트업과 아마존 같은 기술 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만족을 약속하는 사업 모델에 많은 투자를 해왔다. 정말이지 놀랄 만큼 짧은 시간 동안 온디맨드 모델은 우리의 일, 쇼핑, 생활 방식을 바꾸면서 우리 삶의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갔다.

오늘날 온디맨드 앱은, 식료품을 집으로 배달시키거나 쓸모 없는 살림을 폐기하거나 개를 산책시키거나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나 집안 청소를 해 줄 사람을 찾는 앱 등,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심지어 헬리콥터 호출 앱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식사 주문 앱들은 몇 년 가지 않아 당신의 집까지 요리사가 찾아와 당신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는 기능까지 발전할 것이다. 대도시에서 어느 정도의 가처분소득을 가진 바쁜 사람들의 일상을 간소화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 생태계가 조성된 것이다.

그러나 2019년은, 이들 회사에 생계가 달려 있는 수많은 하청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소비자들이 이제 당연시 여기는 이런 서비스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지를 시험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리프트, 우버 그리고 배달앱 포스트메이트(Postmates) 같은 회사들이 줄줄이 IPO(기업공개)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 회사들의 최근 실적을 보면, 그들의 사업이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월가에 입증하기까지 아직 먼 길이 남아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CNN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29일 IPO를 갖는 리프트(Lyft)는 아직까지 10억 달러의 손실을 내고 있고, 2023년까지는 이익을 내지 못할 것이다.   출처= The Verge

벤처캐피털, 온디맨드 회사들 성장의 원천

이들 온디맨드 회사들 중 가장 먼저 뚜껑을 열 회사는 리프트다. 이달 초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오는 29일 공개될 리프트는 2018년에 거의 10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는 IPO 직전년도의 손실로는 지금까지 공개 절차를 밝은 스타트업들 중 최대 규모다. 그러나 리프트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버 역시 지난달 제출한 자료에서 2018년에 18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포스트메이트는 공개 계획은 확정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적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번에 새로 공개된 리프트와 우버의 재무 실적은, 세상에 잘 알려진 유명 온디맨드 서비스 회사들이 오늘날과 같은 확산이 가능해진 것은 (자신들이 창출한 매출 수입이 아니라) 전례 없는 규모의 벤처 자본에 힘입어 겁없이 지출을 감행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극명하게 상기시켜준다. 수 십억 달러에 달하는 비공개 자금 조달로 우버와 리프트 같은 회사들은 새로운 시장으로 더 빨리 확장되었고 인위적으로 싼 요금을 책정해 고객들을 유혹했다.

아직 이 회사들은 단 1센트의 이익이라도 낼 수 있는 상황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을 연구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일야 스트레불라예프 재정학 교수는 "기업공개 이후 일반 투자자들이 과연 이 같은 대규모 손실을 오래 참아줄 수 있겠느냐가 문제"라며 "대답은 아마 ‘아니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IPO 위주의 환거래 펀드를 운용하는 르네상스 캐피털(Renaissance Capital)의 캐슬린 스미스는 이들 기업이 보고한 손실에 대해 보다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들의 실적 결과는 너무 충격적이서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익 없는 성장 모델은 공개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온디맨드 회사들이 기업을 공개한 이후 적자에서 벗어나라는 시장의 압박을 받을 경우, 이들은 궁극적으로 아주 어려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고객을 상대로 가격을 올리거나 종업원을 쥐어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후자는 이미 실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돈 먹는 하마, 우버

우버에는 지난 몇 년 동안, 계속 돈이 들어왔다. 투자자들은, 모바일 기기의 확산이 모든 것을 더 빨리 받기 원하는 소비자 수요의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수 십억 달러를 이 회사에 쏟아 부었다.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등 대형 펀드들도 앞다퉈 뛰어 들었다. 우버는 돈이 더 많이 들어올수록 잠재적인 경쟁자들보다 먼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판촉을 제공하며, 새로운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갔다.

벤처 캐피털을 추적하는 리서치 회사인 CB인사이츠(CB Insights)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어느 한 3개월 동안에는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에 무려 116 차례에 걸쳐 90억 달러(10조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쏟아져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우버가 차입과 벤처캐피털을 통해 조달한 자금만도 200억 달러(22조 7000억원)가 넘는다.

▲ 세계 최대 승차공유회사 우버(Uber)는 지금까지 200억 달러의 돈을 조달했지만 지난해 1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출처= siliconvalley.com

온디맨드도 부익부 빈익빈

온디맨드 모델을 둘러싼 투자 열풍은, 정작 해당 스타트업들이 그것이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경우 조차도, (돈을 투자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정도로 거셌다.

2013년에 창업한 세탁물 픽업 및 배달 서비스 린스(Rinse)의 공동 창업자 겸 CEO인 아제이 프라카쉬는 "당시에는 모든 것에 대해 묻지마 온디맨드가 대세였다”고 말했다. 얼마 후 프라카쉬는 연중 무휴(24시간 주 7일) 온디맨드 모델이 세탁업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 즉 투자자들이나 스타트업 분야의 똑똑한 사람들은 온디맨드가 가야할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린스는 온디맨드 방식을 포기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온디맨드 사업에 벌떼처럼 몰렸다가 사라졌다. 실패한 온디맨드 기업 목록에는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모으고 언론의 조명을 받은 회사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문체리앤스프리그(Munchery and Sprig, 식품배달업), 키친서핑앤키치트(Kitchensurfing and Kitchit, 요리사 온디맨드), 사이드카(Sidecar, 승차공유), 셔들(Shuddle, 어린이전용 승차공유) 등이 그런 기업들이다. 또 애쉬튼 커처(Ashton Kutcher) 같은 저명한 투자자들이 참여했던 온디맨드 세탁업체 워시닷아이오(Wash.io)도 문을 닫고 프라카쉬의 회사에 자산을 매각했다.

그러나 이 분야의 대형 플레이어들은 몰려드는 자금 덕에 몸집을 더욱 키웠다. CB인사이츠의 자료에 따르면, 이달 현재 소위 유니콘으로 불리는 10억 달러 가치 이상의 비공개 온디맨드 스타트업은 전세계적으로 20여 곳이 넘는다. 물론 여기에는 금융 위기의 충격아 가시기도 전에 나타난 우버 같은 회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아직 회사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언젠가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꿈을 꾸게 해 준다.

향후 10년 성패의 열쇠는

지난 25일, 리프트의 IPO를 불과 며칠 앞두고, 우버와 리프트의 운전자들이 로스엔젤레스에서 임금 삭감에 대한 시위를 벌였다. 지난 달에도 식품배달업체 인스타카트(Instacart)와 도어대쉬 (DoorDash)라는 두 개의 대형 온디맨드 스타트업들이 고객이 배달 근로자에게 주는 팁을 핑계로 임금을 삭감해 비난을 받았다.

이들의 반발은 아마도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펀드평가회사 모닝스타(Morningstar)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초, 리프트가 자율주행차의 채택이 회사의 이익을 높여 주리라고 생각하고 자율주행차 채택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인건비가 나가는 운전자를 점차 버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높이는 유용한 방법임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곳은 리프트만이 아니다. 우버도 자율주행차에 투자하고 있다. 포스트메이트도 로봇 배달 실험을 시작했다. 다른 온디맨드 회사들도 뒤따를 것이 자명하다.

지난 10년 동안 온디맨드 회사들을 성장하게 한 것이 벤처 캐피털의 힘이었다면, 향후 10년 동안은 돈을 지불해야 할 노동자를 줄이는 것이 온디맨드 회사들의 성패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