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은 말 그대로 ‘사용하거나 투입한 금액과 비교한 성능’이란 뜻이다. 가격경쟁력을 지닌 물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고려하는 하나의 소비 잣대다. 다만 가성비는 개인에 따라 기준이 크게 다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기본에 충실한가, 가격이 저렴한가, 첨단 기능이 가격에 비해 많은가 등이 기준 대상이다.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나다고 부를 만한 SUV는 어떤 차가 있을까.

가성비 하면 ‘소형 SUV’

차급만 보면 소형 SUV는 ‘가성비’라는 단어에 가장 어울린다. 기준 1순위라고 할 수 있는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세그먼트가 소형 SUV다. 소형 SUV는 저렴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나름 당돌한 차다. SUV로서 적재능력도 갖췄지만 연비가 다른 차급과 비교해 매우 뛰어나다.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모델은 현대차 코나와 쌍용차 티볼리다. 두 모델이 국산 소형 SUV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현대자동차 소형 SUV '코나'. 사진=현대자동차

코나는 출시 직후 소형 SUV 강자인 티볼리를 단숨에 제압했다. 동력은 코나의 옵션 기능이다. 코나는 소형 SUV답지 않은 다양한 옵션을 탑재했다. 한 단계 위 등급인 투싼에도 장착되지 않는 HUD, 동급 차종에선 보기 힘든 LED 헤드램프 등 호화 사양을 갖췄다. 동승석 전동 시트, 통풍시트 등의 편의 사양과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시스템 등의 안전사양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1.6ℓ 디젤 엔진은 동급에서 가장 강력한 136마력의 최고출력과 30.6㎏·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경쟁모델인 티볼리와 비교해 토크는 같지만 출력이 21마력 더 높다. 코나는 7단 DCT 변속기와 맞물린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6.2㎞다. 연비도 코나가 3㎞ 더 높다. 다만 디젤 엔진에선 사륜구동을 선택할 수 없어 아쉬움을 남긴다. 코나 1.6 디젤 가격은 2052만~2906만원이다.

▲ 쌍용자동차 소형 SUV '티볼리'. 사진=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코나가 출시되기 전까지 소형 SUV 판매량 1위인 쌍용차 효자 모델이다. 지금도 꾸준한 판매고를 올리며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코나와 비교해 제원이 밀리지만 박스카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에게 인기다. 티볼리는 6가지 색상으로 변경할 수 있는 슈퍼비전 클러스터를 갖췄다. 7인치의 내비게이션은 스마트 미러링, 실시간 라디오 음원저장, 라디오 주파수 자동 변경, 후방 카메라 등 편의사양이 담겼다. 긴급 제동보조, 차선 유지보조, 전방 추돌 경보, 차선이탈 경보, 스마트 하이빔 시스템 등의 첨단 안전사양도 무장했다. 특징은 스티어링 휠의 감도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 스티어 기능이 들어가 드라이빙 만족감이 높다. 1.6ℓ 디젤 엔진은 115마력의 최고출력과 30.6㎏.m의 최대토크를 발휘하고, 저속의 토크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티볼리 1.6 디젤 가격은 2033만~2553만원이다.

▲ 르노삼성자동차 소형 SUV 'QM3'. 사진=르노삼성자동차

르노삼성 QM3는 소형 SUV 첫 단추를 끼운 모델이다. 다만 유럽 소비자 취향에 맞춰 제작된 QM3는 널찍한 글로브박스를 갖고 있지만 컵홀더의 사이즈가 작고 개수도 적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주행 안전사양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이 유일해 다른 모델과 비교해 기능이 부족하다. 단점이 있는 만큼 장점도 있다. 르노의 차량답게 디테일에 상당히 강하다. LED 헤드램프는 다이내믹 턴 시그널 램프가 적용됐다. 방향지시등이 점등 시 안쪽부터 바깥쪽으로 순차 점등된다. 세심한 디테일이다. 동급 차량 중에서는 유일한 기능이다. 고급 차종에만 쓰이는 나파가죽이 시트에 적용됐다. 천장은 파라노믹 글라스 루프가 장착돼 개방감을 선사한다. 1.5ℓ 디젤 엔진은 출력은 90마력으로 동급에서 가장 낮지만 연비만큼은 동급 최강인 리터당 17.3㎞ 복합연비를 달성했다. QM3 판매가는 2180만~2523만원이다.

▲ 기아자동차 소형 SUV '스토닉'. 사진=기아자동차

기아자동차 스토닉은 국산 소형 SUV 중 가장 저렴하다. 기아차가 소형차 프라이드의 소비층을 흡수하기 위해 책정한 가격이다. 스토닉이 출시되면서 프라이드는 후속 모델 없이 단종됐다. 소형차와 소형 SUV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해야 하는 스토닉은 저렴한 가격에도 다양한 사양으로 무장했다. 스토닉은 소형 SUV지만 소형차의 구성을 갖추고 있다. 기본 모델은 1.4ℓ 가솔린 엔진인데, 프라이드 엔진 역시 1.4ℓ 가솔린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프라이드가 4홀 휠을 사용하는 것처럼 스토닉도 17인치 4홀 휠을 쓴다. 구성은 비슷하지만 사양은 강력하다. 풀옵션은 전방 충돌경고,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이탈 방지 보조, 운전자 주의 경고 시스템은 물론 하이빔 보조 시스템까지 갖췄다. 통풍시트도 적용됐다. 비슷한 가격의 QM3는 물론 소형차 엑센트도 없는 편의 사양이다. 1.6리터 디젤 엔진은 110마력의 최고출력과 30.6㎏·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6.7㎞다. 준수한 힘과 연비를 지녔지만 가격은 엔트리 트림이 2037만원, 최상위 트림이 2258만원으로 저렴하다.

▲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사진=현대자동차

이 가격에 이 정도 기능이라면?

가격이 무조건 싸다고 ‘가성비’가 좋은 차는 아니다. 가격과 비교해 다양한 기능이 많이 포함된 것이 가성비가 뛰어난 차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준수한 가격에 다양한 사양을 무장한 차. 대표적인 예는 현대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다.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사전계약 첫날 3468대를 기록했다. 이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혼다 파일럿 등 동급 외산 대형 SUV의 작년 평균 5개월치 판매량에 가깝다. 연간 대형 SUV 산업 수요인 약 4만7000대의 7% 수준에 이른다. 현재 팰리세이드를 주문하면 8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남다르다.

팰리세이드 인기 핵심 역시 가성비다. 큰 차체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상 ‘호’에 가까운 차다. 팰리세이드는 길이 4980㎜, 너비 1975㎜, 높이 1750㎜, 축간거리 2900㎜의 큰 차체를 자랑한다. 큰 차체의 장점은 실내에서도 나타난다. 실내 공간 최적화를 통해 동급 최대 2열 레그룸(1077㎜)을 확보해 실 활용성을 높였다. 성인이 탑승해도 불편함이 없는 3열 헤드룸을 확보해 실내 거주성은 물론 공간활용도도 높였다. 2열 시트 후방 트렁크 화물 적재 용량은 1297ℓ로 동급 최대를 자랑하며 3열 시트 후방에는 28인치 캐리어 2개 또는 골프백 2개 등이 실릴 수 있어 실용적인 트렁크 공간을 갖췄다.

▲ 현대자동차 대형 SUV '팰리세이드' 실내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는 팰리세이드에 최첨단 안전 사양과 IT 신기술인 ‘핵심 첨단 지능형 주행안전 기술(ADAS)’들을 동급 최초로 대거 적용했다. 차로 유지 보조, 후방 교차 충돌 방지 보조, 후측방 카메라,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및 경고, 차로 이탈방지 보조 및 경고, 운전자 주의 경고, 하이빔 보조,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 전방 차량 출발 알림 등의 각종 주행 보조 및 안전장비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핵심은 이를 뒷받침하는 가격이다. 싼타페 2.2 디젤 인스퍼레이션 트림은 4035만원부터 시작한다. 팰리세이드의 가장 높은 트림인 2.2 디젤 프레스티지는 싼타페보다 불과 192만원 비싼 4227만원이다. 일반적으로 국산차의 경우 한 체급 위의 차종은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 정도 비싸진다. 이를 고려하면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의 가격 차이는 상당히 적다.

팰리세이드 3.8ℓ 가솔린 모델 기본형(3475만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팰리세이드가 더 저렴하다. 가솔린 가격은 싼타페 디젤 중간급 모델보다 더 저렴하다.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의 모든 옵션을 포함한 가격을 비교하면 차이는 조금 벌어진다. 싼타페 2.2 디젤 인스퍼레이션 풀옵션 4521만원, 팰리세이드 2.2 디젤 프레스티지 풀옵션은 4904만원으로 383만원 차이다.

수입차 중에서는 프랑스 감성을 지닌 푸조 5008 GT가 가성비가 준수한 차로 평가받고 있다. 판매 가격은 5327만원으로 비싼 감이 있지만, 7인승 SUV면서도 흠 잡을 데 없는 디자인과 탄탄한 성능을 동시에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내부 도어트림 패널은 알칸타라를, 곳곳에 무광 스틸 크롬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키웠다. 스티어링 휠은 천연 타공 가죽소재다. 적재용량은 최대 2150ℓ를 자랑한다. 동력계는 BlueHDi 2.0L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 EAT6가 탑재돼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2㎏·m의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