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가 3월 29일 견본주택을 개관하고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청량리역 주변의 경관이 확 달라질 전망이다. 초고층 아파트부터 여러 교통호재와 상업지역 재개발이 예상되면서, 교통의 요지임에도 오랫동안 낙후해 온 지역 이미지를 벗어던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올해 청약시장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청량리와 북위례가 꼽히면서 이들 지역의 청약결과가 시장의 가늠쇠 역할을 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청량리 일원에서 도시환경정비사업과 시장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세 개의 단지가 3월과 4월 각각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세 단지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의 분양보증을 승인 받은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가 마수걸이 분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뒤이어 ‘청량리역 한양수자인192’와 보증 심사 중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은 더 큰 규모의 대단지로 조성돼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이 공급하는 중형 단지로 총 220가구 규모다. 지하 6층~지상 40층 높이의 2개동에 아파트 전용면적 59~150㎡ 220가구와 함께 오피스텔 전용면적 29~52㎡로 이뤄진 34실이 공급된다. 지하 1층~지상2층은 상업시설이, 지상 3~6층은 사무실용 공간으로 사용된다.

HUG로부터 승인을 받은 분양가는 단위면적 3.3㎡당 평균 2400만원으로 다른 두 단지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면적당 최소 5억원 이상~11억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84㎡는 약 6억원 이상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 중도금 대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특별공급 청약은 4월 2일부터, 1순위 청약은 해당지역의 경우 4월 3일, 기타지역은 4월 4일부터 접수를 받는다.

▲ 3~4월 청량리 지역 분양 예정 단지. 출처=각 사.

해링턴 플레이스와 맞붙은 ‘청량리역 수자인’은 조합원분을 제외한 총 1129가구의 물량이 공급된다. 이곳 역시 지난 25일 단위면적 3.3㎡당 2570만원에 분양승인을 받고 견본주택 개관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최고 59층 4개동에 전용면적은 84~162㎡로 구성돼 최소 8억원 이상으로 예상돼 대형 평형은 중도금 대출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지막 단지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은 이 지역에서 가장 파급력이 큰 곳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지하 8층~지상 최고 65층의 단지에 아파트 1425가구와 오피스텔 528실이 들어선다.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84~177㎡로 이뤄진 총 1263가구다. 수요자가 가장 많은 84㎡에 1163가구가 배정됐고, 102㎡는 90가구, 펜트하우스로 꾸려질 169~177㎡는 총 10가구가 공급된다. 함께 건립되는 42층 랜드마크타워엔 백화점과 호텔이 들어설 계획이다. 롯데건설 측은 강북 최고층이라는 점을 단지의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만큼 분양가도 높을 전망이다. 해당 단지의 예상 분양가는 2600만원으로 세 단지 가운데 가장 높아, 최소 분양가가 9억원 이상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용두5구역에서 지난 1월 분양한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는 공급 이후 두 달 동안 1800만원 가량이 상승했다. 출처=네이버부동산.

이 때문에 비슷한 시기 분양 일정이 잡힌 북위례 지역과는 수요층과 청약 경쟁률에 있어 격차를 보일 전망이다. 높은 분양가 대비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힘든 시장 상황 때문이다. 같은 동대문구 지역 용두5구역 재개발로 지난 1월 분양한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는 당시 2300만원 대에 공급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단위면적당 2600만원에 분양됐다. 이는 2011년 입주한 동대문구 ‘래미안허브리츠’의 현재 시세인 2656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현재 네이버부동산 기준 해당 단지의 전용면적 59㎡A형의 경우 매매가 4억9500만원에 급매물이 올라와 있다. 단위면적 3.3㎡로 따졌을 때 2700만원으로, 분양시점으로부터 약 두 달이 지난 시점에 단위면적당 100만원, 전체 전용면적당 약 18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이와 달리 북위례 지역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올해 1월 ‘위례포레자이’의 경우 약 1800만원대에 공급되면서 5억원에 가까운 시세 차익이 예상됐다. 거꾸로 서울은 더 이상 이전처럼 수억대의 ‘로또’급 시세차익을 누리기는 힘들다는 결론이 나온다.

변수는 청량리 지역의 추가 호재다. 조만간 분양할 세 단지의 입지는 교통과 문화, 편의시설에 있어 앞의 여타 단지들보다 평가가 높은 게 사실이다. 단지명에 붙은 ‘청량리역’에서 알 수 있듯 교통망은 비도심 강북권 가운데 가장 높은 여건을 보이고 있다. 지하철 1호선, 경의중앙선, 강릉방면 KTX노선, 분당선이 현재 지나고 있는 다중 역세권 입지다. 이에 더해 지난해 사업이 확정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과 예비타당성 조사 중인 GTX-B 노선 등이 ‘블루칩’이 될 가망이 크다. 또한 서울시 철도망계획에 따르면 목동-청량리를 잇는 강북순환선도 계획돼 있고, 왕십리-노원을 잇는 동북선 경전철도 주변 제기동에 들어설 전망이다. 청량리역 앞 환승센터를 통해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편의시설로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과 함께 경동시장, 청량리 전통시장 등이 풍부하고, 앞으로 들어설 전망인 ‘롯데캐슬 SKY-L65’의 문화·쇼핑시설 또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5년 분양한 전농동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는 당시 단위면적당 평균 1650만원에 분양됐지만 현재 시세는 3083만원에 육박한다. 총 584가구의 중형 규모이지만 작은 평형대인 59㎡도 12억5000만원을 뛰어 넘었고, 전용면적 84㎡ 중층은 이미 13억에 이른다.

올해 공급되는 세 단지는 역사 등 청량리 중심지와 가까운 입지라 더욱 높은 평가를 받을 개인성이 있어, 용두역에 공급될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포레’나 ‘동대문 롯데캐슬 노블레스’와는 조금 다른 맥락에 놓여있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단지의 규모다. 해링턴 플레이스를 제외한 나머지 두 단지는 모두 1000가구 이상으로 일정 규모의 커뮤니티 시설을 갖출 예정이고, 주민자치회 등이 결성되면 제반 상황이 향후 시세 형성으로 연결될 개연성도 있다.

▲ 용두3구역은 신축 빌라들이 들어서면서 재개발은 멀어지는 모양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주변 개발도 탄력? ‘시큰둥’ 반 ‘들뜸’ 반

<이코노믹리뷰>가 직접 방문한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 부지는 과거 동부청과시장 자리로 대로변과 가까운 곳이었다. 맞붙은 길가로 수산시장 골목이 조성돼 있고, 바로 옆 구축 상가는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철거 중이었다. ‘한양수자인’은 견본주택의 개관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롯데캐슬’은 포크레인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한 때 이 지역을 규정하던 ‘588’이란 수식어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듯 했다. 한 공사 현장 관계자는 “과거 588지역은 롯데캐슬이 들어서면서 대부분 사라졌고, 어디 단 한 군데만 세 든 채 영업 중이라고는 하지만 경찰서가 코앞인데 곧 사라지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그러나 주변 시장은 마뜩찮은 반응과 기대감이 엇갈렸다. 한양수자인 부지 동쪽의 용신동 ‘용두3구역’에서 수리상을 운영하는 박 모씨(60대)는 “대지지분이 평균 11평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주민들로선 이익이 없다”면서 “수년전 조합을 세웠다가 무산된 후로 지금은 빌라 등 다가구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재개발은 무산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용두3구역의 노후화는 진행되고 있었지만 사이사이 신축 빌라들이 들어서고 도로 정비가 이뤄지면서, 주변 재개발 분양 단지와는 딴판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다만 식당을 운영하는 손 모씨(60대)는 “앞 단지들이 완공되고 나면 이 지역도 손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면서 “면적 자체는 절대 좁은 곳이 아니라서 어느 기업이든 개발 이익에 눈독들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수자인과 롯데캐슬을 바로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청량리역과도 가까운 것이 입지 상으로도 장점이라는 설명이다.

동쪽으로 철길을 넘어 있는 전동12구역은 2007년 조합설립추진위가 들어섰고 2009년 정비구역에 지정됐지만 현재까지 설립된 조합은 없었다. 이 지역 W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추진위는 1만6000㎡ 부지의 토지등소유자 140명은 지상 최고 30층의 아파트 총 474가구(임대포함)을 건립할 계획으로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 미주아파트는 청량리 일대 개발에 제한적인 영향을 받고 있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반면 수년간 이 지역 바로미터로 군림해 온 청량리 미주아파트는 아직 재건축 예정구역에 머무르고 있다. 2015년 재건축 안전진단 D 등급을 받고, 기준 연한인 40년을 채우면서 재건축 요건은 충족했지만 구역지정 주민 동의가 쉽지 않다고 J공인중개사는 설명했다.

J중개사는 “분양하는 세 단지는 초고층이긴 하지만 상업지역도 섞여있어 분양가가 높고, 전망도 철길이 전부라 실수요자가 살기에는 주거 여건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면서 평가절하했다.

미주아파트의 매매가는 지난해 9.13 이전 교통 호재를 업고 상승한 뒤에도 3월 들어 대형평형을 중심으로 다시 오르는 양상이다. 전용면적 87㎡를 제외하고 137.42㎡는 9월~2월 정체기의 10억원에서 1억원이 상승했고, 127.11㎡는 약 4000만원이 뛰면서 현재 10억원 선이다. 다만 B공인중개사는 “매물은 꽤 있는 편이고, 30평대는 9억 전후로도 나오고 있지만 지난해 오른 만큼 내리길 원하는 매수자가 많아 거래도 희귀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중개사는 전세매물의 경우 “초등학교 학군이 다른 곳보다 내세울 게 없고, 중앙난방, 복도식 아파트에다 화장실도 1개 뿐이라 전세 수요는 원체 적다”면서 “수요가 그전만 같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 제기도시환경정비구역은 구역 해제를 위한 주민 동의를 제출한 상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오히려 가장 기대감에 부푼 곳은 청량리동이나 전농동보다 제기동이었다. 청량리 북쪽의 제기동 가운데 가장 난항을 겪은 곳 중 하나인 제기4구역은 3월 7일 사업시행인가가 나면서 재추진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였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호재를 만난 곳은 ‘제기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묶인 곳이다. 당초 일반주택지로 조성하는 일괄 개발을 목표로 구역지정이 이뤄졌지만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개별적인 움직임이 커지고 있었다.

제기동 T공인중개사는 “본래 2006년 9월 구역이 지정됐지만 10년 동안 사업 진척이 더뎠다”면서 “10년이 지나면 일몰제로 해제돼야 하지만 시장 직권이다보니 주민들이 30%의 동의를 얻어 구역 해제를 건의하고 시청에도 보고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중개사는 “롯데 등의 분양시점에 맞춰 개개인별로 상가건물 개발에 나설 것”이라면서 “지금까진 묶여있던 개발이 풀리면서 상업지역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구역 지정 해제에 대한 의견을 두고 동대문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현행 건축법에 따라서 건축이 가능하다”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관계자는 “경동시장, 용두3구역 등은 아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