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대손율 최대 85% 기록중인 효성의 유럽 신재생에너지사업이 효성중공업 재무제표에 편입되면서 실적에 일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산유동화 주관사 KTB투자증권과의 소송 영향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가 종속기업에 편입돼 향후 효성중공업 실적 및 자본에도 지속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 자금보충의무로 대여금 계상된 3678억원의 해외 신재생에너지사업 채권 중 약 27%인 989억원이 대손충당금으로 설정됐다.

영국 바이오매스 사업은 85.3%인 393억원이 대손충당금으로 잡혔다. 이탈리아태양광 사업은 34.5%인 39.6억원이 대손 설정된 상태다. 루마니아태양광 사업의 대손충당금은 3102억원의 18%인 556억원이다. 대손충당금은 간단히 말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돼 미리 손상 처리한 금액이다.

유럽 신재생에너지사업은 본래 분할 전 효성이 추진했다. 지난해 6월 효성그룹이 지주사 및 4개 사업회사로 분할되면서 효성중공업으로 편입됐다.

효성은 지난 2012년부터 유럽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해왔다. 2012년 이탈리아 몰리세(Molise) 지역의 2994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건설 사업에 일부 참여했다. 2013년에는 동유럽 루마니아의 리바다 타운(Livada Town), 사투마레 카운티(Satu Mare County) 지역에 태양광 20MW 2기와 16MW 1기를 보급하는 등 전체 115MW 용량의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했다. 영국 웰링버러(Wellingborough)에 설립되는 4.8MW 규모의 바이오매스 발전소 사업에도 참여했다.

 

사업 자금은 본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으로 조달됐다.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처럼 통상 완공 후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는 사업성만 놓고 투자하는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사업이 전개된다. 이 경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자산유동화를 통해 사업자금이 조달된다.

시행사가 유한회사 등 설립해 투자회사에게 자금을 빌렸다. 투자회사는 유동화를 위해 총 9개의 자산유동화전문회사(SPC)을 거쳐 해당 채권을 ABCP 방식으로 자본시장에 유통시켰다. 투자회사는 NH투자증권에서 교보증권, 그리고 KTB투자증권으로 변경됐다.

해당 ABCP에 대해 시공사인 효성은 자금보충약정 등 일종의 보증을 설 의무가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다. 자금보충약정은 SPC 수납관리계좌 잔액이 유동화증권 상환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될 때 시공사가 SPC에게 자금을 의무적으로 대여하겠다는 약속이다.

대신 시장에 유통되는 ABCP는 효성과 같은 등급의 신용도를 부여받게 된다. 효성의 분할 전 기업어음 신용도는 A2~A2+였고, 이에 따라 해당 ABCP 역시 동급 신용도로 시장에 유통됐다.

문제는 유럽 신재생에너지 사업성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 바이오매스 사업은 현재 잠정 중단 상태다. 루마니아 사업도 정부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으로 사업 일부 진척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 9개 SPC 모두 당기손익 적자를 기록했다. 총합 마이너스(-)215억원에 이른다. 이 영향 등으로 효성은 지난 2017년 말부터 자금보충약정을 하나 둘 이행했고, 결국 지난해 말 기준 9개 SPC 전부에 자금을 대여하게 됐다.

약정 이행 전의 ABCP는 통상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지만, 이행 후에는 대여금으로 계상된다. 이에 따라 손실평가도 이뤄져 대손충당금이 인식된 것이다.

▲ 효성중공업 주요 재무지표. 출처=한국신용평가

SPC 종속기업 편입... 실적·자본에 악영향 미쳐

유럽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위해 임시 설립된 SPC는 현재 효성중공업 종속기업으로 편입된 상태다.

효성이 자산유동화를 주관했던 KTB투자증권과 충돌한 원인이 크다. 양사는 영국 바이오매스 사업 하청업체의 공사 미이행에 대해 책임여부를 두고 다퉜다. 효성은 관련 사업에 발생한 83억원 채무인수 의무를 두고 KTB투자증권이 하청업체 선정에 관여한 만큼 홀로 빚을 떠맡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행을 거부했다. 이에 KTB투자증권 소송 제기한 상태다.

소송의 불씨는 영국 외의 다른 사업에도 튀었다. KTB투자증권이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다른 지역 신재생에너지 유동화도 주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적 악화에 따른 자금보충약정까지 이뤄지면서 결국 효성은 지난해 초 SPC를 종속기업으로 편입시키게 됐다.

문제는 종속기업으로 편입된 SPC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9개 SPC는 현재 순이익 마이너스(-)는 물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있다.

결국 SPC는 효성중공업의 재무제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9047억원으로 별도 기준보다 약 356억원 적다.

영업실적도 영향을 받았다. 효성중공업의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9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개별 기준 순이익은 206억원에 이른다.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실적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사업은 오는 2036년까지 운영 계약 된 만큼, 경우에 따라서 지속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현재 ABCP 재발행 검토 중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효성의 해외 신재생에너지 사업실적은 단순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루마니아 사업의 경우 정부 보조금 정책 축소 등이 있으면 대손충당금이 증가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날 경우 자본 일부 손실도 불가피하다. 대여금은 기타장기채권에 포함돼 자산으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즉, 대손율이 증가할 경우 부채비율도 소폭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효성중공업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279.4%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 하향 조건 중 하나로 조정부채비율 300% 초과를 제시하고 있다.

▲ 효성중공업의 신용등급 하향 트리거. 출처=한국신용평가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향후 신재생에너지 사업 운영 변화 등에 따른 대여금의 추가 손상가능성, 주관사와의 분쟁에 대한 진행상황 및 동사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사업이 다소 지연되거나 아직 초기단계"라며 "선투자한 비용의 회수가 늦어지면서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으며 향후 사업이 진행되면서 충당금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