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3월 초 사상 처음으로 수도권 지역에 7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그간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상당 부분 진행됐지만, 한국의 특수성을 반영한 근본적인 원인 규명과 저감 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업계를 가리지 않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각자도생이 시작됐다. 미세먼지 마스크를 시작으로 공기청정기·에어드레서 등 가전업계, 뷰티·패션업계, 의학·제약업계, 대형쇼핑몰·배송업체 등 유통업계까지 각 산업이 대응하면서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만들고 있다. 미세먼지 경제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어 변화가 주목된다.

▲ 미세먼지 영향에 따라 한국 경제 곳곳에서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각 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출처=이미지투데이

1급 발암물질 미세먼지…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인지장애까지?

한국에선 본격적인 미세먼지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인 2013년 10월, 국제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2014년에는 한 해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700만명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전 세계 900만명, 한국에서는 5만4000명이 조기에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세먼지의 위험성은 여러 연구들을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이다. 올 2월 발표된 한창훈 국민건강보험 일산 연구소 호흡기 내과 교수의 연구 보고서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측정자료와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한 호흡기질환에서 의료이용과 사망영향 분석’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폐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천식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악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는 코를 통해 뇌로 직접 유입되거나 전신 순환 중에 약화된 뇌-혈류 장벽을 통해 유입될 수 있으며, 이는 뇌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이외에도 미세먼지에 따른 인지능력 감소, 더 나아가 자폐증‧우울증 발병과도 연관성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시민들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결정적 한 방 없는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미세먼지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도 발 벗고 나섰다. 실질적으로는 2016년부터 정부 차원의 대처가 시작됐다. 2016년 6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수립했고 다음해 5월, 새 정부 출범 때는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기도 했다.

3월 20일엔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의 중간결산 차원으로 ‘제2차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추진현황 공유회’가 열렸다.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은 이날, 미세먼지 발생과 유입단계에서부터 측정, 저감, 대응에 이르기까지 4대 부문에서 진행한 중간 연구결과와 연구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이날 문미옥 과학기술통신부 차관은 “전년 대비 47% 증액한 1127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적 해결방안이 핵심”이라고 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전체 사업이 3년 기준으로 진행되고 있어 구체적인 성과는 아직 안개 속에 있다.

지난해 발표된 2019년 예산안 중 미세먼지 관련 예산은 전기차 보급과 충전 인프라 구축, 수소연료 전지차 보급, 노후경유차 조기 폐차에 집중됐다. 올해 미세먼지 관련 예산은 총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2018년 대비 4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미세먼지 저감노력에도 가시적인 성과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 전체회의에서 미세먼지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규모는 1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미세먼지는 추경 사유가 맞다”면서 “올해 조 단위 추경이 편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관련 예산을 확충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진행하는 미세먼지 문제 대처 사업이 기존에 진행해 온 친환경 사업의 연장선 수준이라는 비판도 있다. 예산을 확대하면서도 기존과 유사한 사업을 추진한다면 지속해서 문제로 지적되어온 실효성 이슈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에는 더 근본적인 핵심 사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들의 각자도생… ‘미세먼지 마스크’부터 ‘데이트 장소’까지

미세먼지 여파로 경제 활동 등에도 변화가 생겼다. GS25에 따르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던 1월 11일에서 13일 사이 편의점 미세먼지 마스크 매출은 전주 대비 261%, 전달 대비 335% 증가했다. 지마켓 등 온라인몰의 판매량도 상황은 비슷하다. 3월 14일 하루 동안 판매된 황사·독감 마스크 판매량은 전주 대비 1341%나 증가했다. 전달 대비는 600%, 전년도와 비교해도 618%가량 증가했다.

마스크뿐만 아니다. 가전업계에선 공기청정기능을 보강한 가전을 포함한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급증했고, 자주 빨기 힘든 외투 등을 보관하는 에어드레서에도 미세먼지 정화 기능 등을 추가해 내놓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부 트러블을 진정시키는 제품이나 세정력이 높은 클렌징 용품, 미세먼지를 막는 소재로 만든 의류도 마찬가지로 인기다.

더 나아가서는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는 데이트 장소가 각광받으면서 대형 쇼핑몰, PC방 등 실내 업체 이용까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외출이 줄어들면서 미세먼지에 대처하지 못한 오프라인 상점의 매출하락 우려는 커졌다.

▲ 시도별 미세먼지 농도와 대형소매점 판매액의 산점도. 미세먼지(PM2.5) 농도가 높을 수록 판매액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출처=산업연구원

유이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세먼지 농도 증가와 대형소매점 판매액 감소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면서도 “오프라인 판매와 온라인 판매가 서로 상쇄되는 측면도 있고 워낙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해 후속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의 여파로 새로운 방향성이 열린 것과 함께 소비가 침체되는 현상도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