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최근 미세먼지 대란과 다가오는 봄 황사의 기승에 뷰티·패션업계는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뷰티업계는 피부의 트러블을 유발하는 미세먼지를 보호하고 제거하는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하고, 패션업계는 새로운 기능을 더한 의류를 선보이거나 새로운 장르의 미세먼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뷰티시장, 미세먼지 퇴치 전쟁

뷰티업계는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안티폴루션(Anti-Pollution)’ 제품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안티폴루션 제품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선크림처럼 대기 오염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제품과 해로운 미세먼지 입자를 제거하는 클렌징 제품이다.

미세먼지 입자는 모공의 5분의1 크기로 매우 작아 피부에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또한 피부 깊숙한 곳에 침투하기 때문에 피부 장벽 손상, 과다 피지, 염증 반응 등을 일으켜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스킨케어와 화장단계에서부터 미세먼지 흡착을 방지하거나 깨끗하게 씻어내는 제품의 소비자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의 ‘2019년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화장품 등의 판매가 증가해 소매 판매액지수가 전월보다 0.2% 늘었고, 그 중 안티폴루션 제품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CJ올리브넥트웍스의 H&B스토어 올리브영도 지난 한 달간(12월15일~1월14일) 황사마스크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세정제는 41% 늘었고 코세척기와 꼼꼼한 클렌징 돕는 브러쉬와 퍼프류가 각각 21%, 30% 신장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최악의 미세먼지가 지속되면서 관련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미세먼지가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며 모공까지 세심한 클렌징을 돕는 소품류 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안티폴루션 제품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은 아모레퍼시픽이다.

▲ 프리메라 ‘퓨어 브라이트닝 UV 프로텍터’. 출처=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이는 브랜드 ‘프리메라’에선 안티폴루션과 톤업 기능이 추가된 멀티케어 자외선 차단제 ‘퓨어 브라이트닝 UV 프로텍터’를 새롭게 출시했다. 이 제품은 강력한 자외선 차단과 미세먼지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촉촉하고 산뜻한 사용감에 데일리로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 라네즈 ‘안티폴루션 피니싱 팩트’. 출처=아모레퍼시픽

‘라네즈’에서는 미세먼지의 피부 흡착을 완화시키는 팩트 제품을 선보였다. ‘안티폴루션 피니싱 팩트’는 자외선 차단과 피부 톤을 밝혀주는 기능이 있고, 피부에 보호막을 씌워 미세 먼지의 피부 흡착을 완화시키는 제품이다. ‘헤라’의 ‘어반 베일 CC’는 헤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멀티 쉴딩(Multi-Shielding) 기술이 적용된 CC크림으로 피부를 자극하는 미세먼지를 비롯한 이물질이 피부에 달라붙는 것을 최소화시켜준다.

▲ 헤라의 '어반 베일 CC크림'. 출처=아모레퍼시픽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높은 미세먼지농도로 피부세정에 대한 문의가 많다”면서 “미세먼지는 작은 입자에 유해 성분이 함유돼 피부에 침투하기 쉽고 각종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는 날에는 피부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화장품 허위·과대광고 조심해야

이러한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에는 허위·과대광고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직까지 미세먼지 화장품에 대한 평가기준이나 규정 등이 명확하지 않고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 대부분은 업체의 자체 실험을 토대로 하고 있다.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임상 시험을 거쳤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확한 기준이 없는 셈이다.

또한 미세먼지 세정에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인 ‘마스크 팩’은 착용 후 15분 이내에 피부에서 떼어내기 때문에 뚜렷한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다. 피부 관리 전문가는 “마스크 팩은 피부에서 해독 요소를 빼내거나 수분을 주는 효과를 볼 순 있지만, 일단 떼어내면 피부가 공기에 다시 노출돼 오염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 모 씨(여, 30)는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단순히 화장품만으로 피부에 닿는 미세먼지를 차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보다 호흡기를 통해 노출되는 미세먼지 차단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쇼핑몰 등에서 유통되는 화장품 중 미세먼지 차단·세정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판매하는 자외선차단제, 보습제, 세정제 등 53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27개 제품이 미세먼지 차단·세정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실증자료가 없거나 내용이 부적합한 경우였다. 미세먼지 관련 효능·효과는 화장품 법에 따라 적합한 실증자료를 갖춰야 광고에 사용할 수 있다.

식약처는 “미세먼지 관련 효능·효과는 화장품법령에 따라 적합한 실증자료 구비 시에만 사용 가능하다”면서 “소비자들이 화장품 허위·과대광고로 인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점검, 가이드라인 정비, 제조판매업체 대상 교육 시행 등을 시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피할 수 없으면 꾸며라!

패션업계도 미세먼지를 퇴치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의 출시로 새로운 패션 트렌드가 뜨고 있다. ‘안티더스트 패션’과 관련된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미세먼지를 최대한 막을 수 있는 기능성 의류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스파오는 미세먼지 걱정을 덜어줄 ‘안티더스트’ 상품을 출시했다. 출처=이랜드그룹

이랜드그룹의 SPA 브랜드 ‘스파오’는 공기 중에 있는 오염 물질로부터 호흡기 관리 걱정을 덜어줄 ‘안티더스트’ 상품을 출시했다. 미세먼지 방지 효과가 있는 원단을 적용한 ‘스파오 안티더스트 시리즈’는 셔츠와 슬랙스, 레인코트, 트렌치 코트 4가지 아이템 총 26가지 스타일을 선보였다. 보이지 않는 보호막을 섬유에 형성해 물이나 기타 오염 물질로부터 섬유를 보호하도록 해 각종 오염에 강하고 먼지가 달라붙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건조한 날씨 피부면에 발생하는 정전기 발생을 억제하고 물세탁만으로도 깨끗하게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 사용에 편의성을 높였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미세먼지와 황사가 걱정되는 요즘에는 의류 상품에서도 공기 중 오염 물질을 막아주는 기능이 중요하게 됐다”면서 “안티 더스트 제품으로 봄철 호흡기 관리와 의류 오염 물질에 대한 걱정을 날려 버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 노스페이스의 데이 컴팩트 쉴드 재킷, 출처=노스페이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도 미세먼지 막아주는 ‘데이 컴팩트 쉴드 아노락’ 재킷을 선보였다. ‘데이 컴팩트 쉴드 아노락’은 미세먼지 입자 크기보다 작은 크기의 기공으로 구성된 라미네이션 원단을 사용해 미세먼지가 침투할 틈을 만들지 않아 신체를 보호한다는 원리다. 또한 입과 코를 충분이 덮는 일체형 하이넥 후드에 조임 끈까지 적용해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력을 한층 높였다. 방수와 발수 기능뿐만 아니라 정전치 차단 원단과 방어적 디자인을 더했다.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명품관은 아예 3월 말까지 EAST 2층과 3층 여성복 매장을 ‘스모그 꾸뛰르 패션’ 테마로 꾸몄다. 스모그 꾸뛰르는 도시의 먼지 안개를 뜻하는 ‘스모그’와 글로벌 패션 하우스의 패션쇼를 뜻하는 ‘오트 꾸뛰르’의 합성어다. 갤러리아명품관은 여성복 매장의 상품 전시 장소와 마네킹에 생활 방진 기능을 가진 의류, 액세서리, 마스크 등을 장착해 ‘스모그 꾸뛰르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 갤러리아 백화점의 ‘스모그 꾸뛰르’ 테마관. 출처=갤러리아 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도 방수, 방진 등 기능성을 갖춘 스모그 꾸뛰르 패션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향후 안티폴루션 상품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류 이외에도 마스크도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잡았다. 예전 같으면 ‘반항하는 것이냐’고 오해받을 수 있는 의미의 마스크도 이젠 패션 아이템이 된 셈이다.

▲ 패션이 가미된 미세먼지 마스크 ‘에티카(ETIQA)’ 제품. 출처=필트

보건용 마스크 전문회사 ‘필트’는 치솟는 인기에 패션이 가미된 미세먼지 마스크를 ‘에티카(ETIQA)’를 출시했다. ‘깔 맞춤 마스크’라는 애칭으로 최근 신민아를 모델로 발탁하면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에티카는 식약처 의약외품 허가를 받은 KF94 인증 보건용 마스크로 네이비, 와인, 그레이 등 총 8가지의 다양한 컬러로 구성됐다.

이처럼 안티 더스트 의류에 마스크까지 장착한 복장은 마치 전투에 나가는 사람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의상을 패션계에선 ‘Warcore(War+Hardcore)’의 전쟁을 연상시키는 의상이나 ‘재앙 패션’으로 불리고 있다.

▲ 미세먼지 차단을 연상시키는 스타일의 의상. 출처=서울패션위크

한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미세먼지가 갈수록 심해지자 각종 전쟁과 대기오염 등 인류를 위협하는 요소가 패션에도 영향을 줬다”면서 “최근에는 미세먼지 차단 스타일이 피폐화된 디스토피아를 보여주는 하나의 패션테마로 런웨이를 물들이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