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회사 테슬라는 무선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차량을 판매한다는 개념을 처음 개척했다.     출처= Automobile Magazin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새 자동차에 수 많은 기술을 장착하면서 새로 출시하는 자동차를 ‘바퀴 달린 컴퓨터’로 만들어 버렸다. 이제 다음 과제는 소프트웨어를 원격으로 업데이트해 고객들이 자동차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정비소로 올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새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 받는 것처럼, 원격으로 차량을 수리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전송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무선 업데이트가 가능한 자동차를 판매한다는 신개념을 개척했다.

이제,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Co.), 포드 자동차(Ford Motor Co.), 도요타 자동차(Toyota Motor Corp.) 등 다른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테슬라의 방식을 따라 인터넷 전송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보증 수리나 일반 수리 비용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감하려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아직까지는 인터넷을 통해 업데이트를 전송할 수 있는 기능은, 내비게이션 지도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새로운 데이터를 보내는 것 같이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의 단순한 변경에 제한되어 있다. 핸들 결함을 수리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패치(software patch) 발급 같은 좀 더 복잡한 작업을 하려면 여전히 정비소까지 직접 와야 한다.

전자 및 안전 시스템 전문 자동차부품 공급업체 앱티브(Aptiv PLC)의 글렌 드 보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자동차 산업에서 무선 업데이트 같은 일은 디트로이트 답다기보다는 실리콘밸리 스러운 일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곧 그 가치를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GM은 올해 처음으로 완전 업데이트가 가능한 자동차를 선보이고 향후 몇 년에 걸쳐 모든 라인업 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드의 짐 팔리 글로벌마켓부문 사장은 내년에 판매될 예정인 신형 전기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은 인터넷을 통한 업데이트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하만 인터내셔널 인더스트리(Harman International Industries Inc.)의 오렌 벳자렐리 부사장은 앞으로 무선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한 자동차를 선보이기 위해 최소한 10 곳의 주요 자동차 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회사 HIS 마킷(HIS Markit)은 완전 업데이트가 가능한 차량의 판매가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50만 대 미만이었지만 2025년에는 3500만 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가 이러한 기능을 광범위하게 제공하는 데는 수 년이 걸릴 것이다. 자동차의 주요 기능을 원격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은 자동차 산업에서 매우 급진적인 변화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Navigant Research)의 샘 아뷰엘사미드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브레이크나 변속기 같은 기계적인 기능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중앙 집중화하기 위해 자동차의 전기 배선을 교체하는 공정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출처= ABI Research

오늘날 판매되는 대부분의 자동차에는 업데이트를 전송하는 데 필요한 인터넷 연결이 장착되어 있지 않다. 또 무선 업데이트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현재 인터넷 업데이트가 가능한 멀티미디어 시스템 장치에서도 인터넷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 전송이 되지 않아 고객 자동차의 대시보드 디스플레이를 끝없이 재부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아뷰엘사미드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을 원격으로 내놓는다면 고객은 ‘나중에 문제를 해결하지’ 하면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더 심각한 상황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면서 "인터넷을 통한 원격 해결은 사진 공유 앱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자동차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 연결된 자동차에 인터넷을 통한 업데이트를 할 경우, 사이버 해킹의 가능성도 제기되며, 규제 당국이 강력한 사이버 보안 조치의 확보를 요구할 경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 기술 개발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다.

마크 로이스 GM 사장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사이버 보안 조치 없이는 이 같은 기술을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고객의 관심도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처음부터 새로운 모델을 설계하는데 자동차의 다양한 부품의 변화를 관리하는 하나의 중앙 컴퓨팅 두뇌를 개발했다. 지난 수년 동안, 테슬라는 이미, 안전 장치에서부터 기능 추가(경주용 자동차처럼 가속할 수 있도록 마력을 올려주는 것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고객이 자동차를 산 후에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인터넷을 통한 업데이트 전송을 해 왔다.

테슬라는 지난 2013년, 자동차가 고속 주행에서 도로 상의 물체에 부딪히지 않게 하기 위해 수천 대의 차량에 대해 지상고(地上高, ground clearance)를 원격으로 높였다. 또 2017년에는 플로리다주에 사는 차량 고객들이 허리케인을 피할 수 있도록 무선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전송해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켰다.

리서치 회사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의 로저 랭크토트 애널리스트는 "이런 능력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에 비해) 테슬라가 가질 수 있는 엄청난 차별화 요소"라고 지적했다.

▲ 출처= ABI Research

무선 업데이트는 정비소 업무를 줄이고 리콜된 차량의 수리 속도를 향상시킴으로써 소비자와 자동차 회사 모두에게 이익일 뿐 아니라 수리 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컨설팅회사 ABI 리서치(ABI Research)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결함으로 인해 자동차 제조사들이 치른 비용은 전세계적으로 170억 달러(19조 3000억원)에 달했다고 말했다.

GM은 지난해 가을 일부 모델에서 조향장치 결함을 일으킨 소프트웨어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100만 대 이상의 트럭과 SUV를 리콜했다. GM은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정비소로 직접 가져와 (회사에서 월급을 지불하는) 기술자들로 하여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하게 했는데, 애널리스트들은 만일 인터넷을 통한 무선 전송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GM 대변인은 무선 전송 방식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해당 조향장치 결함을 무선 전송 방식으로 수리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포드의 짐 팔리 사장은 "우리는 앞으로 부품 고장을 고치기 위해 무선 전송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면서 "이 기술이 고객에게 예상하지 못한 경험을 제공하고, 비용도 들이지 않게 해 줌으로써 고객을 놀랍고 즐겁게 해주며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랭크토트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는 시간이 갈수록 소유자들이 테슬라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에 대한 매력을 더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버지니아주 챈들리(Chantilly)에서 사이버보안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41세의 알렉산더 치메리스는 지난해 7월 테슬라의 모델 7을 구입한 이후, 자동조향기능 등 무선으로 많은 업그레이드를 받았다고 말했다.

"몇 달마다 버그 수정뿐 아니라 새로운 기능을 받는 것은 마치 새 차를 사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