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있는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중동의 라이벌 카림을 공식 인수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은 26일(현지시간) 우버가 현금 14억달러와 컨버터블 노트 17억달러 등 총 31억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카림을 품었다고 보도했다. 이번 인수합병은 중동 지역 ICT 테크 기술 분야 최대 규모다.

카림은 우버의 자회사가 되지만 카림의 경영진은 독자경영에 나선다. 카림은 아랍에미레이트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15개국 90여개 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일부 중동 지역의 문화적 특색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보여주던 카림은 이번 거래로 우버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확보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우버의 카림 인수를 두고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 세계대전으로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소프트뱅크를 중심으로 디디추싱, 그랩, 올라 등이 반(反) 우버 전선을 구축하며 기세를 올리던 시기가 1차 세계대전이라면 최근에는 소프트뱅크가 우버의 대주주가 된 후 다른 플레이어들이 각 지역에서 입지를 굳히거나 새로운 도전자와 직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모빌리티의 그림자도 깊어지고 있다.

"겨울이 온다" 승부수 던진 우버와 리프트
우버는 카림 인수를 통해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이라는 틈새시장을 확실하게 틀어쥘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서 디디추싱에, 동남아 시장에서는 그랩에, 러시아에서는 얀덱스에 사업을 속속 넘기며 몸집을 줄이던 상황에서 중동에서는 오히려 입지를 넓히는 전략을 가동한 셈이다.

우버가 몸집을 줄이던 시기와 카림을 인수한 시기는 느슨하지만 소프트뱅크가 대주주로 올라온 시기를 경계로 한다. 우버가 잦은 구설수에 오르며 트래비스 칼라닉이 공유주방으로 건너가는 사이 반 우버 전선을 이끌던 소프트뱅크가 운전대를 잡았고, 이를 기점으로 우버는 다시 확장정책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버가 카림을 선택한 이유는 물류 및 모빌리티 전반의 전략적 선택이겠지만,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와 우버가 사우다아라비아 국부펀드 등 오일머니에 투자를 받았던 점과도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저트 밸리의 비전을 꿈꾸는 중동의 자본과 우버, 소프트뱅크의 간격이 좁혀지는 가운데 이번 우버의 카림 인수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 소프트뱅크의 우버가 카림을 인수했다. 출처=갈무리

우버가 기존의 소극적 외연 확장을 포기하고 카림 인수라는 적극적 팽창정책을 추구한 또 다른 이유로는 기업공개가 꼽힌다. 내달 예정된 기업공개를 앞두고 우버는 카림 인수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성도 고민하고 있다. 현재 우버의 기업가치는 무려 1200억달러 수준이다.

우버가 카림 인수를 통해 팽창정책을 추구하는 가운데 미국의 리프트도 움직이고 있다. 28일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는 가운데 기업가치는 15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승차공유 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는 등 상당한 존재감도 보여주고 있다.

리프트는 물류와 유통에도 관심이 많은 우버와 달리 세부적인 이동의 라스트 마일 전략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리프트는 공유 자전거 기업 모티베이트를 약 2억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한편, 한때 우버의 든든한 후원자였으나 지금은 '원수'가 된 웨이모와의 협력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ICT 큰 그림이 웨이모가 추구하는 자율주행택시 등의 비전과 맞아 떨어지면 폭발적인 성장세도 가능하다. 산업 진입장벽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

한 때 조직 내 성추행, 해킹 문제로 이미지를 버린 우버와 달리 리프트는 대외적으로 기업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기업이기도 하다. 우버가 딱딱한 비즈니스 맨의 분위기라면 리프트는 색감부터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셀럽을 동원해 편안한 승차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면서도 사회문제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 때 반 이민정책을 펴며 지탄을 받을 당시 우버는 이른바 '폭리' 지적을 받았으며, 당시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은 민심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여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러나 리프트는 시민들의 뜻을 모아 기금을 마련하는 등 상대적으로 노련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다만 리프트도 운임 비용 등을 두고 최근 논란이 불거지는 분위기도 연출된다.

우버와 리프트는 나란히 기업공개를 준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이들은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가 호황으로 달려가는 현재, 자기들의 기업가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것을 원하고 있다. 역으로 언제 냉각기를 맞이할 지 모르는 상황에 대비해 최대한 곳간을 채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 리프트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디디추싱, 그랩..새로운 도전자 만나다
중국의 디디추싱은 우버를 몰아낸 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남미는 물론 유럽 일부까지 진출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새로운 도전자를 만나 눈길을 끈다. 바로 중국 국영기업이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창안과 이치, 둥펑 등 중국 국영 자동차 3사는 총 10개 기업을 모아 87억6000만위안을 출자해 신에너지 공유 자동차 사업에 뛰어든다. 핵심은 신에너지에 방점이 찍혔으나 디디추싱과 같은 승차공유 플랫폼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국영 자동차 3사 진영에는 디디추싱을 끌어낸 텐센트와 알리바바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 큰 화제다. 중국 특유의 비즈니스에 따른 특수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디디추싱이 사실상 제패한 중국 승차공유 시장에 새로운 전선이 구축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나아가 중국 정부가 승차공유에 대해 더욱 전향적인 행보에 나서는 증거라는 말도 나온다.

▲ 디디추싱이 확장일로다. 출처=갈무리

동남아의 맹주 그랩도 질주를 거듭하고 있지만 최근 고젝의 등장과 직면했다. 고젝도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업은 아니지만, 전체 시장으로 보면 그랩에 속수무책으로 밀린 것이 사실이다. 다만 최근 그랩이 수수료 인상 등으로 비판을 받는 사이 고젝은 빠르게 틈새시장을 열며 대항마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젝은 블록체인 플랫폼 기술까지 가동하며 그랩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물론 업계에서는 동남아의 맹주는 여전히 그랩이라는 평가다. 일본의 도요타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은 상태에서 막강한 자본력과 ICT 플랫폼 기술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젝이 그랩의 절대적인 존재감에 일부 '타격'을 준 것은 사실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업계가 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택시기사들의 반발 기류가 감지되고 있으며 플랫폼 기사들도 수수료와 운임 등의 문제로 반기를 드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폼이 글로벌 전쟁으로 번지며 조금씩 복잡한 문제로 수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한국은 카풀 스타트업은 정치적 논란으로 막혔고, 플랫폼 택시라는 방식으로 카카오 중심의 모빌리티 전략만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한국은 '복잡한 전선의 포화'를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