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8시간을 꼬박 이틀간 심사를 위해 사용한 경험이 있다. 약 200여 팀의 창업 팀을 심사하는 자리였다. 창업 지원사업의 참여자들은 이미 100페이지에 가까운 문서를 제출한 상태이다. 그런데 또 발표 및 면접 심사에서 1분간 자신의 사업 또는 자기 자신을 소개해야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얼핏 이 행위가 매우 소모적인 것으로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면접 및 최종 발표는 이 과정을 필수적으로 되풀이한다. 마치 고전의 전투병법처럼 그러하다. 그러니 모든 서류를 성실하게 빠짐없이 제출하고도 1분 말하기에 의해 제출한 자료가 상승효과를 가지기도 하고, 의심의 알리바이가 되기도 한다. 자 이제 다시 생각해보자. 창업가의 1분 말하기는 도대체 무슨 작용을 하는 것일까?

우선 심사자들의 환경적, 심리적 상황을 이해해야한다. 이 무대에는 발표자도 있지만 심사자도 동시에 입장한다. 이는 마치 하나의 연극무대에 올라온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이해하기 쉽다. 심사자들의 환경적 요인으로는 심사자가 지원조직의 내부 임원인 경우도 있겠지만, 그 절반은 외부에서 경력이나 권위를 인정받아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이다. 따라서 외부 심사위원의 경우 사전의 짧은 정보를 습득하고, 당일 내부조직의 안내를 받아 심사에 임한다. 그 짧은 시간에 지원자들의 수많은 문서를 독해하면서 점수를 책정하는 과업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한다. 지원자들이 실제 면접 심사를 보러 갔을 경우 심사위원들이 자신을 쳐다보지 않고 문서만 보는 장면에 당황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심사와 동시에 문서를 읽어야할 양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심리적 요인이다. 심사위원들은 심사에 있어 크게 두 가지 가치를 추구한다. 하나는 성장성 다른 하나는 위험 회피성이다. 성장성은 말 그대로 지원자 혹은 팀이 ‘얼마나 잘 할 것인가?’ 에 중점을 두고 판단하는 점이다. 그리도 동시에 나의 심사결과로 인해 당락이 결정되고, 또 앞으로 사업을 수행해 가는데 있어 잠재적 불안요소가 큰 지원자를 제거하고 싶은 심리적 요인이 주요하게 작동하는 판단기준이다. 그래서 심사자들은 보석을 캐내는 광부인 동시에, 지뢰 제거반 팀장을 함께 수행한다. 10분 내외로 이러한 총체적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 현재 보편적인 심사 시스템에서의 심사자 과업이다.

 

그렇다면 창업가의 지원자 입장에서의 1분 말하기는 어떤 작용을 하는 것인가? 첫 번째로, 지원자들의 거대한 문서가 주는 심사자들의 압박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1분 소개 시간에 심사자들은 지원자의 에너지, 창업자의 자세와 태도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고, 소개 정보를 바탕으로 지원문서의 핵심 내용을 파악한다. 따라서 지원자들의 1분 말하기는 영화를 홍보하는 홍보소개 영상과 같은 기능으로 작동한다. 이 소개 영상에 따라 심사자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하고, 반대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지원문서의 내용을 말하되 핵심능력을 간결하게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근거와 근거로 살을 붙여주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심사자들이 간략한 정보파악이 끝나면 바로 선별에 들어간다. 보석인가, 폭탄인가를 구분하는 시점에서는 당연히 보석에 가깝도록 이야기해야한다. 이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성공경험과 앞으로 시련이 있어도 이러한 방향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관건이다.

항상 자원은 한정되어있고, 누군가는 심사를 누군가는 지원을 통해 그 자원을 배분하고 새로운 결과를 맺는다. 항상 서류심사까지는 통과되지만 실제 발표 및 면접 과정에서 다음 단계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한 연극 무대에 올라간 심사자와 지원자의 환경적, 심리적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다시 강조하자면 심사자와 지원자는 하나의 무대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이왕 무대에 올라섰다면 제대로 된 무대를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