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정국에서 토스뱅크가 강력한 의지를 재차 천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이 컨소시엄에 빠지면서 금융 주력사없는 토스뱅크의 방향성을 기존 비바리퍼블리카의 주주인 VC들과 함께 모색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의 파상공세에 맞서 챌린지 뱅크의 정체성도 분명히 강조했다.

▲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 정국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출처=토스

“끝까지 간다”

토스는 25일 1100만명의 누적 가입자와 기존 핀테크 업계를 선도한 노하우를 살려 인터넷전문은행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토스가 꺼낸 비장의 카드는 컨소시엄 주주 변화다. 배달의민족 등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산파역할을 하고있는 알토스벤처스(Altos Ventures)와 세계적인 챌린저뱅크 Monzo의 투자사인 굿워터캐피탈(Goodwater Capital), 브라질 Nubank와 최근 뱅킹 라이센스를 획득한 영국의 핀테크사 Revolut 투자사인 리빗캐피탈(Ribbit Capital)이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이들은 대부분 토스의 기존 주주들이다. 여기에 무신사 등이 일부 주주로 참여할 계획이다.

토스는 금융주력자 지위로 67%의 지분을 확보한다. 2대 주주인 신한금융지주가 컨소시엄에서 빠진 상태에서 그 몫 이상을 토스가 책임진다는 설명이다.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이 각각 9%, 한국전자인증 4%, 무신사 2%로 참여한다.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 전선에 참여하며 기존 신한금융지주와 손을 잡은 바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신한금융지와 하나금융지주만 인터넷전문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금융지주가 SK텔레콤과 협력해 키움증권 등의 손을 잡아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을 꾸린 후, 토스는 신한그융지주와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경쟁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돌발상황은 신한금융지주의 컨소시엄 탈퇴다. 지난 21일 신한금융지주는 토스뱅크 컨소시엄에서 물러난다는 뜻을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달 11일 MOU 체결 이후 양사가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 방향 및 사업 모델, 그리고 컨소시엄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면서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상당부분 차이가 있어 양사 논의 끝에 신한금융이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컨소시엄 구성 변경에 대해 토스 관계자는 "큰 틀에서 양사의 시각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보니 이후 사업 모델 수립과 컨소시엄 구성 등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협의를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라는 혁신적인 미션을 완수하기 위해 다른 컨소시엄 주주들과 계속해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도 "아쉬움이 크지만, 최종적으로 신한과 컨소시엄을 유지할 수 없겠다는 토스 측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히며,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혁신적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드는 것을 계속 지원하겠으며, 신한은 앞으로도 금융 혁신에 계속 도전함과 동시에 국내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컨소시엄 탈퇴는 두 회사의 비전 차이에 기인했다는 평가다. 토스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큰 그림을 스타트업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제품과 고객 경험의 혁신에 집중한 유럽형 챌린저뱅크를 고수했으나 기존 오프라인 고객 인프라를 가진 신한금융지주는 일종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토스뱅크가 초기 자본금을 확실하게 모으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는 후문이다.

신한금융지주가 빠지며 토스뱅크의 꿈은 ‘좌초’에 무게가 실린 것이 사실이다. 현대해상 등 기존 컨소시엄 참여군들이 속속 발을 빼며 이러한 위기론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토스는 22일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혁신과 포용의 제3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에 진지하게 도전하고 있다. 비록 예비 인가 신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기존 컨소시엄 구성을 이어가지 못하게 되었으나, 도전을 멈추지 않고 완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 토스가 인터넷전문은행 정국에서 배수의 진을 쳤다. 출처=토스

어려운 싸움...통할까?

토스가 컨소시엄에서 신한금융지주의 자리까지 지분을 확보하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스 관계자는 “토스의 성격 상 IT 지분과 금융 지분을 모두 확보해도 무리가 없다는 점을 확인받았다”면서 “챌린지 뱅크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가 67%에 달하는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자금이 문제다. 컨소시엄에서 발을 뺀 신한금융지주의 우려기도 하다. 토스 관계자는 "예비인가 등에 소요되는 자본금은 기존 토스의 유동성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일각의 자본 문제를 일축했다. 여기에 토스의 기존 주주들인 VC와의 협력으로 활로를 찾고, 추후 토스뱅크가 출범하는데 성공하면 새로운 주주 후보들에게 지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VC들이 당장 지분율이 낮아도 향후 토스뱅크의 방향성을 지나치게 ‘자금관리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토스 관계자는 “기존 토스의 주주들이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VC들은 오랫동안 핀테크 혁신에 관심을 둔 곳”이라면서 “큰 그림을 그리며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챌리지 뱅크에 대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는 각오도 나왔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지주로 이어지는 막강한 라이벌의 존재감도 부담이다. 이들은 상당한 자본금을 보유한 상태인데다 금융과 ICT 플랫폼의 적재적소 배치가 가능하다. 신한금융지주가 빠진 상태에서 기존 주주들과 함께 인터넷전문은행 전선에서 배수의 진을 친 토스뱅크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