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주말 아침의 풍경입니다.

식사 후, 종이 신문의 큰 뉴스라도 같이 보고, 얘기라도 나누려 식탁에 그걸 펼치게 됩니다.

얼마 전 주말도 신문을 펼쳤는데, 집사람이 내 쪽으로 신문을 자꾸 미는 겁니다.

거기에는 ‘주방을 닫습니다 .. 키친 클로징’이라는 큰 제목이 있었습니다.

소 제목으로는 ‘이제 요리는 끝! 주부들의 은퇴’ ‘주방 대신하는 배달 음식’

이어서 ‘세끼 먹는 삼식이? 세끼 차리는 삼식이!’가 있고,

요리에 재미 붙인 중년 남성들로 쿠킹 클래스가 넘쳐단다는 기사가 붙어있더군요.

마지막에는 기승전결의 결처럼 전문가 의견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집밥이 상품화되면서, 맛집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요리 재료가 손질되어 집에서는 조리만하면 되는 쿠킹 박스 배달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답니다. 이런 판매 성장률과 일반 가정의 필요로 볼 때 앞으로 키친 클로징 추세는

대세가 되리라 전망합니다.

우선 어떤 느낌이 드는지요? 과거로 생각이 돌아갑니다.

아이 둘 키우며 맞벌이로 정말 전투적으로 살았습니다. 직장, 양육, 가정 내 청소와 음식,

양가 어른 찾아뵙기 등 많은 영역에 우리의 관심을 필요로 했습니다.

그때 음식은 지금 기준으로는 정말 때우면 되었는데, 그때는 왜 정식으로 한 끼를

차리려 했는지.. 그게 부담이 되어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바람도 쐬고 식사도 때우자고

했는데, 돌아보니 그것 또한 지치는 일이었습니다. 지금 같은 키친 클로징 추세가

그때 왔더라면 집사람을 ‘덜 고생시켰을 텐데’라는 생각에 짠해 집니다.

그 이후 지금 팔십대 중반이신 아버지가 65세로 정년 퇴임하시기 전후도 생각납니다.

퇴임소식을 아는 선배에게 했더니 ‘지금 시대에 컴퓨터와 운전을 못하면 너무 불편한

삶이다. 그러니 아들로서 부친에게 그걸 강력히 권하지 않으면 큰 불효를 하는 거다‘

불효자가 안 되려 강권을 했습니다. 65세에 운전면허를 따서 77세까지 운전을 했는데,

그만 사고로 운전대를 놓았는데, 지금도 아쉬워합니다. 컴퓨터는 상당히 활발히 해서

책도 두 권이나 내셨고, 지금도 앉아서, 또 서서도 작업할 수 있는 컨셉 책상을 사서

컴퓨터를 합니다. 이제 두 분만 사시는 부모께 키친 클로징 추세를 알려드리고,

간편 식품 구매와 폭넓은 전자레인지 사용법을 알려 드려야겠습니다. 조리된 간편 음식을

사거나 배달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니 세상 변화에 또 한번 올라 타시라고 말이죠.

실내 사무실의 이산화탄소 법적 허용량을 ‘실내 서한량(恕限量)’ 0.1%(1,000ppm)이라는

무척 어려운 한자로 표현하는 걸 최근 알았습니다.

서한량이란 바로 용서할 ‘서(恕)’에, 한계 ‘한(限)’자를 써서 허용량을 말합니다.

부친께 과거 운전과 컴퓨터를 권해드린 것 같이, 이즈음에 간편 조리 식품과 전자레인지

사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 자식으로서 서한량을 넓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나 스스로 이제까지 얼리 어덥터는 고사하고, 기계치로 살아왔습니다.

이제 키친 클로징 시대에 집안 조리 도구 등에 얼리 어덥터 면모를 보이는 것 또한,

서한량을 넓히는 것으로 그리 흉하게 보이지는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