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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빵은 어떻게 세계 최고가 되었을까정백하지 않은 통밀 사용 의무화, 맛과 영양 3000종류의 다양성
   
▲ 제빵은 독일의 중요 산업 중 하나다. 독일에는 정부 빵 연구소(Institute for Bread)도 있어서 제빵사들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창의적 훈련을 받는다.  출처= Institute for Bread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프랑스 사람들이 겨드랑이에 긴 빵을 끼고 거리를 걷거나 멋진 베레모를 쓰고 자전거에 빵을 싣고 달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영화 같은 장면들은 보기엔 멋지지만, 적어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세계 최고의 빵은 대개 독일에서 온 것이 확실하다. 독일에서 빵이란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다.

독일에는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많은 빵집이 있고, 다양한 빵을 즐긴다(빵의 종류나 수에 관해 프랑스와 비교해 누가 많은지 굳이 다툴 생각은 없다).

독일 정부의 빵 연구소(Institute for Bread)라는 기관의 빵 등기부에 따르면, 현재 독일 국내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빵 종류만 3200여 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독일의 빵 문화는 지난 2015년에 유네스코 무형 문화 목록에 공식 추가되었다.

독일어의 중요한 표현 가운데에는 그들이 진심으로 좋아하는 빵에서 유래한 말들이 많다. ‘생계’ 또는 ‘밥벌이’라는 뜻의 독일어 Broterwerb는 ‘빵을 얻다’라는 뜻이다.

독일에서 빵은 거의 대부분의 식사에서 빠지지 않는다. 아침식사, 간식(간식을 뜻하는 Pausenbrot라는 말도 ‘중간에 먹는 빵’(Break Bread)이라는 뜻이다), 저녁 식사(저녁 식사를 뜻하는 Abendbrot라는 말은 ‘저녁에 먹는 빵’이라는 뜻이다)에 빵이 항상 나온다.

또 독일 속담에 ‘빵 조각처럼 팔린다’(It sells like sliced bread)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매우 잘 팔리는 물건’을 뜻하는 말이다.

빵은 독일 TV에도 자주 등장한다. 번드(Bernd)라는 이름의 말하는 빵은 독일 어린이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 있는 캐릭터다. 번드가 주인공인 <Bernd das Brot>(말하는 빵 번드)라는 코미디 시리즈는 2000년부터 어린이 채널 KI.KA에서 방송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또 2018년에는 ‘독일의 빵 문화’라는 슬로건이 적힌 우표까지 발매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왜 독일인들은 빵, 프레첼, 롤에 그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CNN이 이를 상세 소개했다.

   
▲ 독일의 빵 등기부에는 3200여 종의 빵이 소개되어 있다.   출처= Institute for Bread

제빵의 역사

독일의 빵이 이처럼 엄청나게 다양하게 발전한 이유 중 하나는, 독일이 19세기까지 여러 나라로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독일로 알려져 있는 영토는 그 당시까지는 수백 개의 작은 영지나 왕국의 집단이었으며, 각각의 공동체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사투리, 그리고 그들만의 빵을 가지고 있었다.

중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번창한 상업 도시들이 가세하기 시작했고, 이들은 활발한 교역 활동을 하는 한편 새로운 이민자들을 자신의 영토로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뛰어난 빵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독일은 남부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이 햇빛의 양이 충분하지 못해 대부분의 지역이 밀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아 호밀(Rye)과 스펠트 밀(Spelt) 같은 곡식을 더 많이 재배했는데, 오늘날에도 독일의 빵에 이런 곡식들이 많이 사용된다. 일반 밀을 사용하는 빵은 뮌헨이나 슈투트가르트 같은 남부 도시에서나 주로 볼 수 있다.

독일에서 빵이 발달한 이유는 농부나 상인, 영토를 가진 영주들 누구 할 것 없이, 춥고 비가 오는 날이 많은 기후 속에 살면서 영양가 있는 식품을 만들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독일에는 호밀, 스펠트, 밀가루로 빵을 만들 때 곡식 낱알과 씨앗이 그대로 들어 있는 빵이 많다.

또 독일 빵은 무겁고 크다. 이탈리아의 보송보송한 포카치아(Focaccia)나 치아바타(Ciabatta) 같은 빵보다 훨씬 무게가 나간다.

독일의 그런 두툼한 빵은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1792년 프랑스와의 전쟁 중에 검은 호밀빵을 두 명의 프랑스인 포로에게 주었더니 그들이 즉시 탈출했다고 기록했다.

   
▲ 춥고 비오는 기후에 사는 독일 사람들은 영양 있는 식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독일에는 곡식 낱알이나 씨앗이 그대로 들어 있는 빵이 많다.  출처= Institute for Bread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오늘날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음식 파는 트럭에서는 대개 점심 메뉴로 타코나 버거 등을 팔지만, 독일에서는 여전히 일반 빵을 판다. 독일의 음식 파는 트럭들은 거의 모두 ‘빌레트 브뢰첸’(Belegte Brötchen, 독일식 샌드위치)을 파는데, 굳이 비교하자면 독일식 패스트푸드다.

독일 빵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농부 빵(Farmers Bread), 혼합 빵(Mixed Bread), 돌 오븐 빵(Stone Oven Bread), 해바라기 빵(Sunflower Bread), 호박 빵(Pumpkin Bread), 5종 씨앗 빵(Five Seed Bread) 등 다양한 종류를 보고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그냥 베커라이(Bäkerei, 동네 빵집)에 들러 구경해보라. 한결같이 멋지고 훌륭하다. 만약 당신이 단 것을 좋아한다면 대부분의 빵집들은 제과점(Konditor)도 겸하고 있어, 케이크나 페이스트리(Pastry)도 많다.

독일인들은 이 세상에 유기농 식품 붐이 일기 훨씬 이전부터 영양이 풍부한 통밀을 사용해 빵을 구웠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들이 매장 내에서 직접 빵을 굽기 시작했지만,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동네 모퉁이에 있는 빵집을 고수한다.

독일에서 제빵사가 되는 것은 여전히 높이 평가되는 사업이다. 독일 제빵사들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창의적 훈련을 받는다. 빵의 질과 크기에 관한 독일 기준(German Standards)이 있으며, 독일 빵 연구소는 매년 ‘올해의 빵’을 선정해 발표한다.

2018년에는 딘켈-볼코른브로트(Dinkel-Vollkornbrot)라는 스펠트 통밀 빵이 뽑혔다.

거의 끼니마다 빵을 먹는 독일에서 빵은 여전히 식생활과 문화의 초석을 이루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젊은이들 사이에 힘든 제빵 사업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일부 기존의 대형 빵집들은 최근 새로운 제빵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그러나 아직까지 함부르크, 베를린, 뮌헨 같은 유행을 선도하는 도시들에는, 세계 관광객들의 이목을 끄는 새로운 타입의 빵을 만드는 장인 빵집들(Artisan Bakers)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이트 퓨르 브로트(Zeit für Brot), 솔루나 브로트 운트 외(Soluna Brot und Ö), 스프링거(Springer)는 새롭고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자연과 지역 특산 재료를 사용하며 독일 장인 정신의 전통에 강하게 뿌리를 두고 있는 빵집들이다.

   
▲ 독일의 프레첼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맥주와도 잘 어울린다.  출처= Institute for Bread

독일을 대표하는 빵들

브뢰첸(Brötchen, Bread Roll):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흰색 롤빵이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제멜(Semmel), 베켄(Wecken), 슈리펜 Schrippen, 룬스튜크(Rundstück) 등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통곡 롤빵에 참깨, 양귀비, 호박씨 등을 곁들인 브뢰첸의 변형도 다양하다.

밀크브뢰첸(Milchbrötchen, Milk Roll): 우유로 반죽한 롤빵의 변형. 종종 건포도나 초콜릿 칩이 첨가되어 아침 식탁에서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

혼첸(Hörnchen): 버터가 많이 들어간 독일판 크로와상. 특히 일요일에 색다른 아침 식사를 즐기기위해 먹는다. 혼첸은 ‘작은 뿔’이라는 뜻이다. 반달 모양으로 나오는 혼첸은 잼이나 초콜릿 스프레드를 곁들이면 최고다.

볼콘브로트(Vollkornbrot, Whole Grain Bread): 독일 빵집 진열대에 있는 대부분의 빵은 어두운 갈색을 띤 건강식품인데, 이들 중 대부분이 통밀 빵이다. 저녁에는 보통 치즈나 찬 고기와 함께 먹는데, 볼콘브로트는 통밀 함량이 최소한 90% 이상이 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니 이보다 건강한 건강식품이 어디 있으랴.

펌퍼니켈(Pumpernickel): 100% 호밀로 만든 영양이 풍부한 진한 갈색 빵으로, 독일 북부 지역에서 유래한 빵이다. 펌퍼니켈은 저온에서 장시간 구워지는데, 종종 오이나 생선을 곁들여 전채로 나온다. 대부분의 슈퍼마켓에서도 미리 썰어 놓은 작은 펌퍼니켈을 팔 정도로 인기가 높다.

로겐브로트(Roggenbrot, Rye Bread): 이 빵은 말 그대로, 펌퍼니켈을 제외한 모든 호밀 빵을 말하는데, 지역적 레시피와 선호도에 따라 밀도와 색깔이 크게 다르다.

카텐브로트(Katenbrot): 또 다른 짙은 갈색에 거친 질감의 통밀 빵. 카텐브로트는 ‘오두막 빵’이란 뜻이다. 치즈와 편육과 함께 즐겨 먹으며, 볼콘브로트와 함께 독일 저녁 식탁의 주요 메뉴다.

소넨블루멘브로트(Sonnenblumenbrot, Sunflower Seed Bread):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해바라기 씨를 넉넉히 뿌린 빵이다. 약간 단 맛이 나서 건강에 좋은 아침 식사로는 최고다. 크림 치즈와 과일잼을 넣어 먹으면 더 맛이 있다.

드라이콘브로트/푼트콘브로트(Dreikornbrot/Fünfkornbrot, 3곡빵/5곡빵): 이름만 들어도 좋기로 소문난 독일 빵 중에서도 가장 건강에 좋은 빵으로 들리지 않는가. 밀, 호밀, 보리, 귀리, 옥수수 등의 다양한 재료로 만든 빵으로 아침, 점심, 저녁 어느 때든 즐겨 먹는다. 특히 스프와 함께 먹으면 최상이다.

브레젤(Brezel, Pretzel, 프렛젤): 소금을 뿌려 짭짤한 이 따뜻한 느낌의 제품(빵이라기보다는 스낵에 가깝다)은 브레젤이라는 독일의 남부에서 유래했다. 버터를 바른 브레젤은 뮌헨 비어 가든에서 바이에른 맥주와 함께 먹는 최고의 안주다.

독일 음식 문화에는 소시지와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독일식 김치)만 잇는 게 아니다.

독일 사람들은 오늘날까지 매일 신선한 빵으로 영양을 섭취한다. 그리고 전 세계에는 독일 빵집이 많다.

그러니 진정으로 독일을 경험하고 싶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신형 독일 폭스바겐을 시승하러 가지 말고, 맛있는 독일 치즈와 버터를 위에 두른 푸짐한 빵 한 조각을 먹어 보라. 독일 빵이 정말 세계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19.03.24  20: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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