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미약품의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의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를 자진 취하했다. 한미약품이 지난 22일 시간외 단일가 거래 마감 3분 전인 오후 5시57분 해당 내용을 공시하자, 투자자 사이에서는 ‘한미약품이 여전히 올빼미 공시’를 한다고 주목하고 있다.

25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의 올빼미 공시는 한 두 번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올빼미 공시는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악재성 내용을 장 마감 후나 주말‧연휴 직전 공시하는 것을 뜻한다.

한미약품 ‘전설의 2016 올빼미 공시’

한미약품의 ‘올빼미 공시’는 2016년부터 불거졌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30일 오전 9시29분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2015년 7월 맺었던 항암제 ‘올무티닙’의 기술수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악재 공시에 투매성 물량이 쏟아져 18.06% 폭락한 50만8000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당시 연중 최저치였다. 투자자들은 10월 1일부터 3일까지 ‘토‧일‧월’로 이어지는 이어지는 휴일 직전에 공시를 했다면서 분개했다.

투자자들이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해지가 ‘갑작스러운’ 악재 공시라고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악재 공시 하루 전인 29일 자 마감 뒤에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과 마일스톤 포함 총 1조원 규모 표적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점이 꼽힌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것은 29일 저녁께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미약품 측은 “회사 쪽 공시 담당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8시 30분에 한국에 도착해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는 거래소에 찾아올 필요도 없이 회사에서 공시시스템에 접속해 관련 내용을 입력할 수 있다. 공시가 접수되면 거래소는 문안의 표현과 형식에 문제가 있는지 점검한 후 문제가 없으면 이를 공개하는 방식이다.

한미약품은 당시 29일 저녁에 계약해지 사실을 인지해 공시가 하루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고도 주장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는 마감 시간을 정해두지 않는다”면서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밤늦게라도 공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거래소는 ‘정보 비대칭성’에 따른 공정공시 의무 규정 위반에 기반을 두고 한미약품이 의도적으로 공시를 늦춘 것은 아닌지 조사를 벌였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당시 한미약품 내부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했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시장감시본부는 “악재 공시가 공개되기 전인 장 개시 30분 동안 한미약품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하거나 공매도를 해 부당이익을 챙긴 세력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문제가 불거진 30일 한미약품 주식 공매도량은 10만4327주로 상장된 2010년 7월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6년 9월까지 하루 평균 공매도량은 4850주였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하기 위해 미리 주식을 빌리는 대차계약 수량도 급증해 26만2658주에 이르렀다. 전거래일 대차수량은 3만4387주였다. 당시 투자자 매매 동향을 보면 기관은 36만주를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37만주를 순매수했다.

한미약품, 지난해 설 연휴 전 공시로 ‘논란’

한미약품은 설 연휴 직전인 2018년 2월 14일 장이 종료된 후인 오후 3시 51분에 ‘릴리, 한미의 BTK억제제 류마티스관절염 임상2상 중단, 다른 적응증 개발 협의 중’이라는 제목의 공시를 했다.

한미약품 파트너사인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BTK억제제 ‘HM71224(LY3337641)’과 관련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중간분석 결과, 목표하는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임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한미약품 측은 이번 임상 중단으로 계약상 변경이나 계약금 반환 등 비용상 의무사항은 없으며, 공시일은 릴리로부터 통보받은 날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공시 후 홈페이지를 통해 “HM71224의 류마티스 관절염 임상 중단과 관련, 신약 개발 중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투자자들이 문제로 삼은 것은 임상 중단 내용이 아닌 공시 시점이었다.

악재를 감추기 위해 공시 시점을 조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한미약품 측은 “릴리로부터 관련 내용을 안내 받고 사실여부를 확인한 뒤 최대한 빨리 공시한 것”이라면서 “공교롭게도 장이 마친 뒤 알리게 돼 늑장 공시가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한미약품 주가는 장 종료 후 진행되는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약 10% 하락했다.

한미약품, 세 번째 마감 후 악재 공시…투자자들 “공시 시간 아쉽다”

한미약품은 이달 15일 파트너사 스펙트럼이 미국 FDA에 제출한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 BLA를 자진 취하했다고 공시했다. 공개된 시간은 시간외 단일가 거래 마감 3분 전인 오후 5시 57분이었다.

한미약품 측은 “스펙트럼이 15일 자진 취하 소식을 알렸고 글로벌 발표 시점에 맞춰 어쩔 수 없이 금요일 장이 마감한 후 공시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2016년 늑장 공시 사태 이후 파트너사로부터 통보를 받으면 최대한 빨리 발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LA 자진 취소 공시와 관련 한 투자자는 “한미약품 공시가 또 늦었다”면서 “올빼미 공시는 진짜 너무한 것 같다”고 분개했다. 다른 투자자는 “한미 같은 최상위권 기업이 왜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파트너사와 소통 시간차에 따라 즉각 공시는 어려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해서 유사한 사례가 나오는 것은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을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투자업계에서는 롤론티스 BLA 자진 취하와 관련, 한미약품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KB증권 이태영 애널리스트는 "파이프라인 가치 훼손 요인임은 분명하나, 한미약품의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면서 "일반적으로 이러한 문제 해결에는 2~3개월이 소요된다. 올해 6월 말 재신청, 내년 6월 허가를 가정하면 롤론티스의 가치는 기존 8316억원에서 6811억원으로 마이너스(-)1505억원, 18.1%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대우 김태희 연구원은 "롤론티스 이슈는 추가 임상 또는 선진의약품품질관리기준(cGMP) 생산설비 문제가 아니라, 미국 내 위탁생산(CMO) 기업이 생산하는 완제 관련 데이터 보완이기에 큰 악제로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 "스펙트럼이 밝힌 대로 빠른 시일 내 BLA 재신청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펙트럼의 주가도 BLA 자진 취하 발표 이후 -2.9%에 그쳤으며 시가총액 하락분은 약 379억원 수준이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