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정다희 기자]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찾은 가운데, 그의 한류 콘텐츠 사랑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구글  등 최근 글로벌 ICT 기업이 한류 콘텐츠에 주목해 아시아 시장 개척에 나서는 상황에서 잭 도시 CEO의 행보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는 평가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에 대한 큰 고민이 보이지 않고, 한류 콘텐츠 활용 전략을 둘러싼 잡음도 나오고 있어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젝 도시 CEO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정다희 기자

소통과 실리콘밸리 정신
잭 도시 트위터 CEO의 방한은 2014년 후 5년 만이다. 전 세계 모든 트위터 오피스를 방문해 직원들을 만나고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월드 투어 #TweepTour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잭 도시 CEO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예정된 30분을 넘겨 45분간 환담이 이어졌으며 이번 만남은 문 대통령이 보여주는 소통의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가 트위터 등 SNS 계정으로 국민과 소통하고 있다”면서 “국민청원도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답변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이유는 주권자인 국민이 일상적으로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잭 도시 CEO는 “문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을 가지고 활발히 국민과 소통하는 것에 감사하고, 문 대통령이 평범한 사람의 진정성을 보이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대통령과 달리 SNS를 통해 활동을 자주 하는 편이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소통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지도자다. 지난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가 방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고 최근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가 한국을 찾았으나 문 대통령은 두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소통의 플랫폼 뉘앙스가 강한 트위터의 잭 도시 CEO만 만난 이유는, 결국 말 그대로 소통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실리콘밸리의 저력을 묻고 잭 도시 CEO가 대답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문 대통령이 "혁신창업에 대한 조언과 혁신창업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해줄 이야기가 있으면 해달라”고 말하자, 잭 도시 CEO는 “실리콘밸리가 가진 장점은 모두가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구조이며,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할 수 있고 배워서 더 잘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최선의 혁신은 위험을 감수해도 괜찮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 젝 도시와 문재인 대통령이 만남을 기념하는 트윗. 출처=트위터

한류 콘텐츠는 트위터를 살찌운다
신창섭 트위터 코리아 대표는 22일 기자회견 인사말을 통해 "트위터는 수익이 나고 있다"면서 "미래에 더 좋은 서비스를 하기 위한 재정적인 힘이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적 힘이 있다는 것은 더 많은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 입안자가 솔깃할 만한 이야기도 했다.

신 대표는 "국내에서 30대 이하 기준 트위터 사용자 중 48%가 하루 2번 이상 트윗을 한다"고 자평한 후 콘텐츠 전략을 꺼냈다. 그는 "K팝과 관련된 트윗만 1년에 53억개가 발생하고 게임에서는 10억개"라면서 "가장 좋아요가 많은 트윗은 방탄소년단(BTS) 동영상"이라고 말했다. 한류 콘텐츠가 트위터에 큰 힘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어 신 대표는 "트위터는 여성인권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플랫폼이며 우리 사회를 건전한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면서 "트위터는 지인 네트워크가 아닌 토픽 중심"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 대담이 열리고 있다. 사진=정다희 기자

이어진 대담과 질의응답에서 잭 도시 CEO는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질문의 답을 통해 향후 플랫폼 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의 익명성을 둘러싸고 나오는 논란에 "증오발언 등은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 답했으며 트위터 성장 정체설은 강력히 부인했다. 정치인들의 트위터 이용에 대해서는 "공공대화가 한국 사회 이끈다"는 답을 내놨다. 가짜뉴스와 잊혀질 권리에 대해서도 원론적인 답으로 일관했다. 세금 이슈도 마찬가지다.

한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은 대목이 눈길을 끈다. 그는 월드 투어 #TweepTour의 성격을 설명하는 한편 K팝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을 고백했다. 그는 "K팝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며, 트위터도 덕분에 큰 성장을 했다"면서 "트위터가 가장 빠른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트위터는 아티스트와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며 팬덤이 강화되고 선순환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K팝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도 시사했다. 그는 "올해 50회의 블루룸 라이브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스트림 비디오광고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인스트림 비디오광고는 콘텐츠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소비자가 주목하는 콘텐츠 앞에 프리롤 동영상 광고를 삽입해 광고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다. 트위터상에서 비디오 콘텐츠 저작권자의 수익을 늘리는 한편, 브랜드 광고주들이 프리미엄 영상을 매개체로 구매력 있는 대중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는 설명이다. 콘텐츠 제공자의 국가에서만 광고가 노출되던 기존 서비스와 달리, 지역적인 제약이 없어 상당한 콘텐츠 파급력을 기대할 수 있다.

▲ 트위터와 K팝의 시너지가 눈길을 끈다. 출처=트위터

콘텐츠만 사랑한다?
잭 도시 CEO가 기자회견에서 K팝을 중심으로 하는 플랫폼 전략을 거론한 대목과, 이후 그가 갓세븐 멤버들과 트위터블루룸 라이브를 진행하는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트위터 이용자에 대한 원론적인 감사만 있을 뿐, 트위터는 한류 콘텐츠 발굴을 통한 자체 플랫폼 강화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단 트위터의 전략만은 아니다.

지난해 LG유플러스와 협력한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한류 콘텐츠 발굴을 통해 아시아 시장 개척을 타진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이어 최근 서비스되기 시작한 조선판 좀비물 <킹덤>이 대표적이다. 국내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투자에, 제작에 관여하지 않으며 소위 갑질도 별로 없는 넷플릭스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콘텐츠의 글로벌 전략이 빨라지는 대목이 매력적이다. <킹덤>의 경우 한국인 감독과 작가, 배우들이 활약한 가운데 넷플릭스의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190개 나라 1억3900만명의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류 콘텐츠 사랑은 '활로 찾기'와 관련이 있다. 승승장구가 이어지고 있으나 성장 전망을 두고는 이견이 갈린다. 업계에서는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당장 가입자 증가수가 예전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넷플릭스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 OTT 시장을 보면, 현지 업체인 핫스타의 3분기 점유율은 70%에 육박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5%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1.4%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 넷플릭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무엇보다 강력한 경쟁자들의 등장이 불안요소다. 골드만삭스는 21세기 폭스의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 디즈니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하면 넷플릭스를 능가할 것이라고 봤다. 이미 윤곽은 나왔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대항할 신규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 플러스의 존재를 공개하며 넷플릭스와의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전통의 경쟁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오프라인 극장 체인과의 연결을 통해 확실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AT&T도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전망이다.

애플도 움직이고 있다. 아이폰 매출 하락으로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애플도 넷플릭스의 뒤를 잡으려 한다. 텍스트 콘텐츠 업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텍스처를 인수한 상태에서 조금씩 전체 매출에서 해당 분야의 비중을 올리는 한편, 오는 25일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공개를 예고하고 있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이를 두고 “애플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견제구를 던졌다.

각 지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당장 유럽연합은 사실상 시장 독과점 상태인 넷플릭스를 겨냥해 GDPR을 통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로이모건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2012년 영국에 진출해 현재 83%의 OTT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문화적 콧대가 높은 프랑스에서도 68%의 점유율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각국의 위기의식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는 자사의 경쟁자로 게임 포트나이트와 구글 유튜브를 지목하고 있지만, 당장 활로를 걱정하지 않으면 곤란한 상황이다. 이에 한류 콘텐츠에 집중해 이를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넷플릭스에게 한류 콘텐츠가 필요한 이유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10일 방한해 인기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eague of Legends Champions Korea, LCK) 대회를 관람하고 서울 강서구 SBS 공개홀에서 진행된 K팝 그룹 몬스타엑스와 만났다. 이어 11일에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710만명을 자랑하는 배우 김소현 씨와 함께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대표가 한국까지 찾아와 간담회까지 했으나, 이용자들을 위한 별다른 정책을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스타그램은 전체 글로벌 이용자로 볼 때 한국 이용자들을 위한 특별한 전략은 없으나, 한국의 콘텐츠에는 관심이 많다. 아담 모세리 대표가 e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고 케이팝 그룹과 만난 장면이 단서다. 게임과 케이팝은 한류 콘텐츠의 큰 축이며,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 입장에서 이는 매력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배우 김소현 씨를 초청한 간담회도 결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잭 도시 트위터 CEO의 행보도 비슷하다.

다만 이러한 접근법이 지탄받아야 할 대목은 아니라는 것에 무게가 쏠린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인스타그램이 한류 콘텐츠 확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트위터도 한류 콘텐츠와 만나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넓게 보면 구글도 스타트업 육성을 통해 국내 ICT 업계의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자사 플랫폼 강화를 위해 이용자에 대한 고민보다 한류 콘텐츠에만 집중할 경우 국내 ICT 저변 인프라가 흔들릴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콘텐츠 생산 기지로 전락하면서 큰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원천차단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 국내 ICT 생태계가 통째로 글로벌 사업자의 손에 넘어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초반 국내 개발자들이 생태계 확장에 큰 역할을 했으나 지금 한국은 구글의 하청업체에 불과한 신세다. 이러한 패턴이 계속 반복될 경우 장기적 관점에서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 잭 도시와 갓세븐이 만난다. 출처=트위터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며 시장을 붕괴시키는 시나리오도 우려스럽다.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었지만, 그와 비례해 다른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앞서 설명한 종속 시나리오의 연장선이다. 여기에 세금 이슈 등 민감한 문제가 겹치면 논란은 더욱 커진다.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 측면에서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으며 잭 도시 CEO도 이에 원론적인 대답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