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구글 코리아는 2016년 3월 2일 서울 강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세대 크롬캐스트를 공개했다. 당시 구글 아시아태평양 크롬캐스트 파트너십 총괄이던 미키 김 상무는 현장에서 구글 클라우드와 게임의 연동성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클라우드 기반의 크롬캐스트가 파이널판타지 게임을 매끄럽게 가동하는 시연. 레이턴시(지연)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클라우드 기반의 게임이 크롬캐스트를 통해 매끄럽게 가동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구글이 크롬캐스트를 통해 보여줬던 게임과 클라우드의 만남은 최근 ICT 업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충격적인 아이템으로 수렴됐다. 스태디아(Stadia) 이야기다.

▲ 크롬캐스트 2세대를 통해 클라우드 게임이 가동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아마존의 비전에 충격받다?
구글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개발자회의(GDC)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를 발표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까지 직접 나서 스태디아의 강점을 설명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분위기다. 모든 종류의 기기에서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고, 4K HDR에 초당 60프레임이라는 막강한 기술력을 자랑한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캐나다 등 유럽에 올해 연말 출시되며 그 외 지역 출시는 미정이다.

구글이 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발표했을까? 그 행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의 강자 AWS와 ICT 플랫폼 서비스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 선다 피차이 구글 CE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갈무리

최초 모바일 혁명이 시작된 후 애플과 구글은 각각 iOS와 안드로이드라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모바일 시대를 개척했다. 이들은 앱 장터를 운영하며 많은 서비스를 품는데 성공했으며, 각자가 확보한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통해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iOS가 다소 폐쇄적이고 안드로이드가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했다는 것 외에는 비슷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지향했다는 뜻이다.

iOS와 안드로이드가 강력한 기반 인프라가 되어 모바일 시대의 근간으로 성장했지만, 약점도 뚜렷하다. 먼저 플랫폼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약탈적 경영이다. 애플과 구글은 막대한 수수료 책정을 통해 '판만 깔아주고 돈을 받는' 패턴을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앱 서비스 사업자들이 반기를 드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포티파이와 애플이 앱 수수료를 두고 분쟁을 장면이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며 최근에는 탈 애플, 구글을 외치는 앱 사업자도 많아졌다. 국내의 경우 통신사들이 모여 만든 원스토어가 탈 애플, 구글을 외치는 이들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도 비슷한 분위기다. 중국에서 위챗의 생태계에 놀란 애플이 자사의 폐쇄적 생태계 일부를 포기하는 반전도 일어나는 중이다.

다음 약점은 더 깊은 기반 인프라의 존재다. 통신사의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의 존재가 중요하다. 통신사 입장에서 5G 시대까지 도래한 가운데 자기들의 망을 활용해 앱 장터를 운영, 막대한 수수료를 올리는 애플과 구글이 껄그러울 수 밖에 없다. 이는 모든 앱 서비스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며 최근 망 중립성 약화는 물론 네트워크 슬라이싱, 제로레이팅 논란까지 번지고 있다. 통신사들의 탈 통진 전략도 큰 틀에서 이러한 반감에 기초하고 있다.

클라우드도 중요하다. 애플과 구글같은 모바일 기반 플랫폼 사업자들도 냉정하게 말해 완전한 기반 인프라는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의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에서 운영되는 많은 앱 사업자들은 대부분 클라우드에서 가동되고 있으며, 애플과 구글이 앱 장터를 키울수록 클라우드 사업자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됐다.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 1위는 아마존의 AWS. 결국 아마존의 AWS는 애플과 구글의 앱 생태계가 발전할수록 더욱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이러한 현상은 모바일 시대가 폭발적인 성장을 할 당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조금씩 ICT 업계의 트렌드가 언제 어디서나 즉각적인 기술의 연결과 시너지를 추구하는 쪽으로 수렴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서 기반 인프라인 클라우드 AWS를 가진 아마존이 급격한 성장을 보이는 대표적인 콘텐츠 비즈니스인 게임에 관심을 둔 장면이 중요하다. 아마존은 구글과의 경쟁을 통해 게임 스트리밍 중계 플랫폼인 트위치를 인수했고, 불발됐지만 최근에는 넥슨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아이폰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콘텐츠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애플과 달리 여전히 기반 인프라 플랫폼을 추구하는 구글 입장에서는 심각한 상황이다. 애플은 세계에 뿌려지는 하드웨어 단말기인 아이폰이 존재하기에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초연결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으나, 구글은 자체 브랜드 픽셀이 있어도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동맹군과의 느슨한 연합을 전제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바일 시대 안드로이드의 성장에 힘입어 클라우드의 경쟁력이 커지면서, 클라우드 사업자를 가진 아마존이 대표적인 콘텐츠 영역인 게임까지 단숨에 뛰어드는 장면은 곧 '구글의 도태'로 연결된다. 심지어 아마존은 클라우드 게임 자체에도 관심이 많다.

구글 클라우드는 현재 AWS와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글로벌 클라우드 3위 사업자다. 최근 1, 2위와의 간격을 좁히고는 있으나 아직은 갈 길이 먼 가운데 모든 ICT 플랫폼 서비스의 기반인 클라우드를 가진 아마존이 대표 콘텐츠 사업인 게임에 진격하자 위기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관심을 두는 게임이라는 대표적인 콘텐츠 사업을 눈 앞에서 놓치는 것과, 경쟁자가 게임을 통해 클라우드 경쟁력을 키우는 것 모두 불안요소기 때문이다.

▲ 스태디아의 콘솔. 출처=갈무리

비장의 무기 스태디아, 판 바꿀까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개념은 생소한 것이 아니다. 온라이브와 유비터스 등은 2000년대 후반부터 초보적인 클라우드 게임을 출시했으며 소니는 2015년부터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라는 클라우드 게임을 공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엑스박스를 통해 x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구글은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의 양분을 통해 성장했으나, 동일한 방식으로 성장한 클라우드를 경계하면서 게임이라는 비슷한 카드를 빼들었다.

구글의 행보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기존 클라우드 게임들이 아마존 등 일부 회사를 제외하고는 콘솔게임 중심으로 전개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이미 가동되는 오프라인 게임 사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클라우드에 연결되기 때문에 중심은 당연히 오프라인에 있다. 게이머 입장에서 작동하기 편한 오프라인 콘솔 등이 있어 유리하다. 다만 낮은 해상도와 레이턴시 문제가 골치다.

반면 구글은 콘솔 경쟁력은 떨어지지만 레이턴시 문제 등에 있어 막강한 기술력을 자랑할 수 있다. 기반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즉 ICT 서비스 플랫폼에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사용자 경험은 다소 떨어져도 클라우드 게임 본연의 가치를 잘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게이머 경험에 대해서는 이번에 간단한 조이스틱 출시로 갈음했으나, 조금씩 보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 입장에서 클라우드 게임이 자사에 유리한 이유 중 하나로 '게임의 특성'을 지목할 수 있다. 클라우드 게임은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새로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굳이 오프라인에서 게임 타이틀을 구매하지 않아도 클라우드가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것은, 결국 게임이라는 사업을 오프라인에서 한 발 떨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역시 오프라인 역량이 부족한 구글에게 걸맞는 장점이다.

▲ 지포스 나우가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 독점 출시된다. 출처=LG유플러스

넘어야 할 산도 있다. 22일 LG유플러스를 통해 국내에 단독 출시된 지포스 나우와 같은 경쟁자들이 여전한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아마존이 직접 클라우드 게임에 진출할 경우 더 어려운 싸움을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기존 콘솔 게임 중심의 사업자들이 클라우드 파트너와 만나 구글의 강점인 온라인 클라우드 역량을 보완할 여지도 있고, 무엇보다 기존 콘솔 게임 업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있는 게임사들의 타이틀을 얼마나 제대로 수급받을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구글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