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인스타그램이 20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앱 내부에서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체크아웃 기능을 추가했다고 발표했다. 쇼핑 태그가 붙어있는 셀러의 상품을 인스타그램 내부에서 확인하는 것은 가능했으나, 인앱 결제 방식으로 전환한 첫 사례다. 이미 업계에 예고된 기능이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인스타그램의 체크아웃 기능은 결제에 방점이 찍혔다. 기존 고객들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셀러의 상품에 접근해도 동일한 플랫폼에서 결제가 진행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반드시 상품을 클릭해 별도의 셀러 홈페이지로 넘어가야 결제가 가능했다. 반면 체크아웃은 이를 동일한 인스타그램 앱을 통해 지원하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의 연속성이 강화됐다.

단순히 결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고객이 첫 결제를 할 때 이름과 이메일, 결제정보와 주소 등을 입력하면 상품 배송과 동시에 알림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모든 정보는 인스타그램 앱 내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 인스타그램이 체크아웃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처=갈무리

인스타그램은 체크아웃 기능을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베타 서비스로 운영하면서 조금씩 외연을 확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인스타그램의 체크아웃은 커지는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인스타그램은 미국의 아마존과 중국의 알리바바 등 거대 이커머스 플랫폼이 조금씩 ICT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빨아들여 다양한 영역으로 진격하는 장면에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측면에서 인스타그램은 수수료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는 기회도 잡았다.

인스타그램의 이커머스 품기는 오픈마켓 장외시장의 존재감이 커지는 최근의 트렌드와도 부합된다. 당장 국내만 봐도 기존 오픈마켓 외 네이버와 카카오 등 ICT 플랫폼 사업자들이 속속 이커머스 시장을 넘보고 있다. ‘이커머스=오픈마켓’의 공식이 무너지며 방대한 고객을 보유한 플랫폼 사업자라면 모두 이커머스로 넘어오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SNS 플랫폼이라는 측면에서 이색적이다. 추후 진정한 의미의 소셜커머스 기능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픈마켓을 표방하고 있는 쿠팡과 더불어 위메프와 티몬 등은 냉정하게 말해 소셜커머스가 아니다. 소셜커머스의 기원을 야후에서 미국의 그루폰에서 찾자면, 그루폰은 SNS를 통해 일종의 핫딜 비즈니스를 벌였기 때문이다.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SNS를 통해 알리면 고객들이 알아서 찾아오도록 만드는 것이 소셜커머스다. 현존하는 소셜커머스 플랫폼들이 사실상 오픈마켓인 이유다.

이 대목에서 인스타그램은 소셜커머스 초기 ‘공지’의 역할을 담당하던 SNS 플랫폼이며, 인앱결제를 통해 고객 입장에서 끊이지 않는 사용자 경험을 전제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의미의 소셜커머스와 더 가까워진다는 평가다. 물론 SNS는 초기 소셜커머스에서 말 그대로 핫딜을 위한 공지 용도로만 사용됐으나, 고객 입장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셀러들이 모여 상품을 제시하는 순간 진짜 소셜커머스를 맛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결제의 일관성과 배송 조회 등 다양한 서비스를 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스타그램은 초기 소셜커머스의 진화형으로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 초기 소셜커머스의 고객 유입 창구였던 자사 플랫폼을 통해 핫딜과 같은 전략을 선택하는 한편, 인앱결제의 편리함을 시장에 안착시키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커머스 시장의 흐름이 다각적 변화의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장면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