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의 빅 테크들은 현재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출처= CNN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전세계가 실리콘밸리를 공격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몇 년에 걸쳐 광범위한 사생활 보호법을 제정했고 알파벳과 페이스북을 포함한 빅 테크(Big Tech) 회사들에 대해 여러 차례 독점 금지 조사에 착수했다. 유럽연합은 인터넷 검색 광고에서 지배적 위치를 남용한 혐의로 알파벳의 자회사 구글에 17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영국의 반독점 규제당국도 빅 테크가 너무 커졌다며 온라인 광고 시장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의 공정거래위원회도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을 조사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해체하고 싶어한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페이스북의 데이터 공유 거래에 대해 범죄 혐의가 있는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제 거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지난 19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들이 반보수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빅 테크의 플랫폼에 대한 대중의 시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와 달리 목소리를 높이는 소수들(vocal minority)은 이 회사들의 막강한 권력이 과연 선을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페이스북이 데이터 침해, 러시아의 거짓 캠페인, 트위터에서 만연한 욕설과 혐오 발언, 유튜브의 테러 모집 동영상, 아마존의 음모 서적들을 막지 못했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주 뉴질랜드의 두 이슬람 사원에 대한 공격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실시간 스트리밍되며 중계되었고 이는 다시 유튜브로 옮겨져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진 사건이 일어났다.

빅 테크들은 현재 존립을 걱정해야 할 만큼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회사가 해체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서비스에서 모두 떠날 수도 있다. 실리콘 밸리는 과거에도 반독점 규제기관들과의 한 바탕 전투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이번은 그때와 다르다고 CNN은 경고했다. 그들의 불순한 행동과 플랫폼의 다양한 콘텐츠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제 전환점에까지 도달한 것인지 모른다. 몇 년 전에 정부가, 인터넷 브라우저 선택을 제한했다는 혐의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를 고소한 것과, 소셜네트워크가 테러범들을 위해 정제되지 않은 플랫폼을 제공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술 산업이 내부에서부터(스스로) 변화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경우, 다른 일반 주주들보다 더 많은 투표권(의사 결정권)을 부여 받기 때문에 그들의 회사에 여전히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스냅(Snap)과 몇몇 다른 기술회사들도 설립자에게 검증되지 않은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유사한 주식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만간 공모주식을 처음으로 매각하는 리프트도 비슷한 방식으로 조직되고 있다.

▲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몇 년 뒤 자동차 산업에 닥칠 엄청난 변화에 대해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출처= Detroit Free Press 캡처

하지만 기술 회사들이 메시징, 이미지, 브랜드, 그리고 비즈니스 구성을 계속 통제하고 싶다면 이제 변화에 대해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트위터는 그런 기술 회사들이 내딛어야 할 가장 혁신적인 단계 중 하나를 취했다. 이 회사는 이번 주, 트위터가 새로운 기능을 실험할 수 있는 놀이터 역할을 해줄 새로운 테스트 앱을 공개했다. 아직까지는 그 실험들이 급진적이지는 않다. 트위터는 게시판, 색상, 버튼의 디자인을 변경했다. 아이폰 고객만 이 앱을 테스트할 수 있고, 그것도 초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이 회사의 원래 이름을 따 ‘트위트르’(‘twttr)라고 명명된 이 새로운 앱은, 트위터가 자신의 무수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테스트하는 장소가 될 수 있다. 트위터는 그동안 플랫폼 남용을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앱이 작동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바꾸는 것이 이 문제에서 경쟁자들을 앞서갈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될 지 모른다.

페이스북도 비슷한 전략을 들고 나왔다. 페이스북은 지난 주 회사의 사업을 ‘프라이버시 중심’ 플랫폼으로 재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블로그 게시글을 통해 페이스북이 플랫폼에 암호화된 개인 메시지의 비율을 늘려 '거실과 동등한 디지털'(개인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없는) 디지털 세계’를 구축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지금 실리콘 밸리에는 그런 식의 급진적인 전략적 이미지 변신이 필요하다. 빅테크들이 이러한 변화를 가져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기업들은 처음 태어날 때부터 거대하고 고착된 기업들을 물리치며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그들 자신이 변해야 한다. 아직까지 그런 변신에 성공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별로 없다.

기술 회사들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몇 년 뒤 자동차 산업에 닥칠 엄청난 변화에 대해 "시간은 우리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라는 수만 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GM이 그런 변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회사 자원을 전기차, SUV, 자율주행차로 이동시켰다. 고통스럽고 인기 없고 큰 대가를 치르는 결정이지만, 그런 결정만이 우버나 자율주행차 시대에 GM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기술 산업이 새로운 규제와 대중의 분노의 물결에서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그들은 그동안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