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태호 기자] 삼겹살 기름 등으로 만들어지는 발전용 에너지인 ‘바이오중유’의 상용화 기반이 마련되면서 SK케미칼이 ‘특징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시각과 달리 SK케미칼의 바이오중유 사업 비중은 크지 않으며, 바이오중유 시장도 당장 확대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단, 바이오디젤의 경우 업계 선두권이며 계열사 거래로 안정적 사업기반을 마련하고 있어 투자자의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3월 21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최근 ‘특징주’ 중 하나로 종종 거론되고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바이오중유’가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바이오중유 품질기준이 ‘석유대체연료의 성능평가기준과 품질시험방법 등에 대한 고시’에 포함되면서 앞으로 모든 발전기에 바이오중유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SK케미칼은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 등 바이오에너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 SK케미칼 최근 한 달 주가변동 및 거래량 변동. 출처=딥서치

바이오중유 시장 확대 기대감이 SK케미칼 실적 확대 예상과 이어진 것이다. 바이오중유는 화력발전 시 벙커C유를 대체할 수 있다. 대체로 벙커C유와 혼합돼 이용된다. 이전에는 한국중부발전 등 시범 화력발전기 5기에만 사용될 수 있었다.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중유발전기는 총 17대다.

시범사업자 중 하나인 한국중부발전 제주발전본부의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따라 현재 중유발전기 2기 중 1기에 바이오중유를 100%를 투입하고 있다”면서 “이번 개정으로 이르면 올해 4월부터 나머지 1대에도 바이오중유를 투입할 것이며 사용비율도 100%까지 늘려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우수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바이오중유는 2차 미세먼지 주범인 황산화물이 거의 배출되지 않고, 질소산화물은 기존 중유 대비 39% 저감되는 효과가 있다. 온실가스도 85% 줄어들 수 있다.

바이오중유는 주로 폐식용유, 팜유 부산물 등으로 만들어지는 바이오디젤의 공정부산물(피치)로 만들어진다. 알려진 것처럼 삼겹살 기름 등의 동물성 유지도 사용되지만 사용량은 4% 내외에 불과하다. 고정적 공급처가 적기 때문이다.

바이오중유 매출액 전체 4.5%... 바이오디젤은 업계 1위

SK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 약 1조3654억원 중에서 바이오에너지 사업 매출액은 전체의 20% 내외인 약 2800억원대로 추정된다.

바이오에너지 추정 영업이익 약 136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약 453억원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에너지가 유의미한 사업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바이오중유의 사업비중은 크지 않다. 바이오중유 매출액은 바이오에너지의 약 20%인 500억~600억원에 불과하다. 환산하면 전체 매출의 약 4~5%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SK케미칼의 바이오중유 시장점유율은 단석산업, 제이씨케미칼 등 중소 경쟁업체보다도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 울산에 있는 SK케미칼 바이오에너지 설비. 사진=SK케미칼

단, 바이오에너지의 나머지 매출을 차지하는 바이오디젤 사업에서는 시장점유율 30%를 유지하며 업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시장은 현재 바이오중유보다 큰 편이다. 지난 2015년 도입된 ‘신재생연료 의무혼합제’에 의해 수송용 경유 중 3%가 바이오디젤과 의무 혼합돼야 하기 때문이다.

의무혼합제에 따라 SK에너지 등 계열사에 바이오디젤을 고정적으로 공급하며 안정적인 거래선을 유지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원료도 자회사 ‘ST 그린에너지’로부터 수급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738억원의 매입액이 ST 그린에너지에서 비롯됐으며 매출액의 898억원이 SK에너지에게서 창출됐다.

이재윤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바이오에너지사업의 경우 계열사 및 고정거래처와의 오랜 거래관계, 우호적 정책적 방향성을 바탕으로 양호한 사업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바이오에너지부문은 10%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바이오중유 비중 전체 0.22%... 당장 시장확대는 어려워

바이오중유 소비는 단기간에 확대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전체 시장이 매우 작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바이오중유 생산량은 지난 2017년 기준 123만2311MWh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2.7%, 총 발전량의 0.22%에 불과하다.

공급가격은 일반 벙커C유보다 소폭 비싸다. 여기에 발열량도 벙커C유보다 10%가량 떨어진다. 효율이 10% 감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바이오에너지 전문가는 “바이오중유의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연료 특성에 일부 기인한다”라며 “효율성 제고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벙커C유급 효율에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오중유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발행 가중치가 1.0에 불과한 것도 사용 확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500MW 이상의 발전설비를 갖추고 있는 대규모 발전사업자는 전체 발전량의 6%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의무가 있으며, 이는 REC 등의 구매로도 대체 가능하다. 다만 가중치가 낮아 바이오중유 경제성이 REC구매보다 좋지 않으면 발전소 입장에서는 사용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다른 전문가는 “바이오중유 사용량이 당장 눈에 띄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영이 어려운 일부 발전사의 경우 가격도 비싸고 효율도 떨어지는 바이오중유를 쓸 만한 당위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관계자도 “바이오중유 사용량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긍정적인 신호는 맞다”라고 밝혔다.

바이오중유 사용 확대를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바이오중유 사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유도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