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심상치 않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요 공급자임을 감안하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양사의 수익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기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업계는 반도체 초호황(슈퍼사이클)이었던 작년보다는 실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면서도 5G,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차량등 4차혁명 관련 섹터에서 수요가 발생할 수 있기에 하반기부터는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20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2분기 실적(2018년 12월~2019년 2월)발표를 통해 데이터 센터에 사용된 메모리 칩 수요 증가로 인해 매출액 59억 4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이다. 데이터 센터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가격 반등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는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1년 만에 최대 35%하락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해 2월 27일 기준 D램인 DDR4 8GB 1Gx8 2133MHz의 고정거래가격 평균은 5.13달러로 1년전인 2018년 2월 27일의 7.94달러보다 35.4% 하락했다.

낸드인 128Gb 16Gx8 MLC의 가격도 올해 2월 27일 기준 4.22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1년전 같은날 5.6달러보다 24.6% 하락한 가격이다. 또 다른 한국의 주력 생산 D램인 DDR4 8Gb 512x16 2133MHz의 가격도 2월 27일 기준 4.88달러로 작년 6월 29일 7.88달러보다 61.5%나 하락했다.

물론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상반기에는 힘을 못 쓰다가 하반기에는 늘어나는 수요로 인해 반등할 수 있다는 ‘상저하고’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생각보다 가격 하락 폭이 커 반도체 업체들의 올해 상반기 수익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 급감을 예상하고 있는데 주된 이유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다. 증권업계는 최악의 경우 양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 조감도. 출처=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한국 수출에도 타격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한국 수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특정 주력품목 편중 수출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반도체를 언급했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한국은 수출 품목 집중도가 매우 높아 일부 주력 품목의 수출이 전체 수출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특히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부진할 경우 한국이 받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연이 보고서에서 언급한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반도체 수출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WSTS는 작년 말부터 올해 세계 반도체시장 성장 전망치를 점차 하향조정해 왔고, 가장 최근인 2월말에는 –3.3%의 성장률을 예상했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14.2%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했다”고 전했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성장률과 한국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유사한 패턴을 보여온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한국 반도체 수출이 녹록치 않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태규 연구위원은 “올해 1월과 2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대비 격감한 사실을 볼 때 WSTS의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만약 한국의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10%성장을 보일 경우 최대 20조원 이상의 생산 유발액 감소와 5만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연구위원은 “반도체 시장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언제나 세계 수급에 따라서 가격 변동이 컸다”면서 “가격 하락 폭이 크다고 해서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에 반등을 노려볼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 2018년 반도체 매출 순위. 출처=가트너

삼성전자·SK 하이닉스 “하반기 시장 회복 가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폭이 커 걱정이 많다면서도 하반기에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해서 특별하게 대응책을 만들기보다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지속적인 로드맵을 이행해 나가고 있다”면서 “정확한 예측은 힘들겠지만 하반기에 서버향 수요가 발생하는 만큼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상반기에는 수요가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대부분 예상했다”면서 “하반기에는 인텔이 신규 서버용 CPU를 출시하는 만큼 서버쪽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어느 정도 정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자제품은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좋아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반도체도 마찬가지”라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시장 수요 확대가 하반기에는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부터 대폭 축소된 미국 IDC 업체들의 반도체 주문이 올해 1분기 말, 2분기 초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반도체 재고가 정상화되고 계절적 수요 증가와 재축적 수요에 따라 올해 하반기 이후 점진적인 업황 회복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도 20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서 세계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부품 수요를 견인했던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와 데이터센터 업체의 투자 축소로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에 따라 5G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차량용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의 수요는 지속 증가해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