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G '릴 하이브리드'와 전용 담배 '믹스' 신제품 2종. 출처= KT&G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지난해 말 KT&G는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정치권력의 이슈로 본의 아니게 부정적 이슈에 휘말리면서 ‘불안하게’ 한 해를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KT&G는 최근 몇 년 동안의 성장 동력이 됐던 해외 수출에 제동이 걸렸고, 국내 시장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치열한 궐련형 전자담배 경쟁 때문에 여러모로 고전했다. 그럼에도 2019년 KT&G의 전망은 밝다. 대내외 악재 요인들이 해결되면서 지난해 이전의 상승세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공시에 따르면 2018년 KT&G는 매출 4조4757억원, 영업이익 1조2632억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각각 4.10%, 11.42%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2.16% 감소한 9062억원을 기록했다. 

▲ KT&G의 담배 직수출 전망(왼쪽)과 담배 해외 매출액(직수출+현지법인) 전망. 출처= 미래에셋대우

일련의 실적 부진은 수출 감소에서 기인했다. 지난해 KT&G의 수출은 직전 연도 대비 약 38.4% 감소했다. 환율 급등과 소비세 인상으로 담배 가격이 올라 중동 수출용 한국산 담배를 주로 수입하는 UAE(유통업체 알로코자이社가 수입, 중동/러시아/CIS 등에 공급)에 대한 수출이 약 59.8% 감소했기 때문이다. KT&G가 자사의 제품 자체에 대한 문제가 아닌 대외적(경제 혹은 정치) 요인에서 기인한 수요 감소 위기를 맞은 후 회복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KT&G의 대외 수출은 다시 회복세에 들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2013년 이란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한국 담배의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 제품 자체와 관련 없는 문제였기 때문에 이란 수출은 2년 만에 일시 수입 중단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가격 변동으로 인한 유통업체의 구매 감소일 뿐 현지에서의 한국 담배 수요가 감소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지난해의 UAE 수출 감소 역시 곧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 KT&G 구 수원 연초창고에 들어서는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출처=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홈페이지

여기에 주력 영업 분야가 아는 다른 분야에서 발생할 기대수익도 KT&G에게는 장기 관점에서 힘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2018년~2022년까지 5년에 걸쳐 개발되는 KT&G 수원 부지(구 수원 연초 제조창)에는 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으로 현재 분양이 완료된 상태다. 정확한 수익이 산출되지는 않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5년 동안 1조7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올해에 KT&G는 매출액 34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 수준의 부동산 수익이 발생할 전망이다.  

KT&G는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의 성장에 대한 대처도 경쟁 업체들 중에서 가장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KT&G는 릴, 릴 미니, 릴 플러스에 이어 국내 최초로 연초와 액상 원료를 활용하는 제품 릴 하이브리드를 출시함으로 국내에서 가장 다양한 궐련형 전자담배 라인업을 갖췄다.    

기획재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1월~2019년 1월 국내 담배 시장에서 궐련형 전자 담배의 시장 점유율은 11%대에 이르렀다. 이 중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은 약 30%로 추산되고 있다. 경쟁업체인 PMI(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코리아), BAT(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에 비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가장 늦게 진입한 것을 감안하면 빠른 시장 점유율의 확장이다. 현재와 같은 공격적인 제품 출시와 마케팅 기조가 유지되면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은 3사의 균형점인 33%를 곧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KT&G는 올해 내 릴의 수출을 목표로 해외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릴의 수출이 본격화되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 수익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작게는 면세점 담배의 판매 가격(1보루 기준)이 일반 담배는 25달러(약 2만8250원)에서 27달러(약 3만510원), 전자담배는 35달러(약 3만9550원)에서 37달러(약 4만1810원)로 인상됨에 따라 연간 150억원의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것 또한 KT&G에게는 호재다. 

▲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 및 시장 비중 추이(왼쪽)와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의 점유율 전망. 출처= 미래에셋대우

다만, 올해 4월 이후 국내에 정식으로 시판될 미국의 인기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의 시장 참여는 KT&G에게 도전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액상형 원료에 대한 규제 논란 문제도 그렇고 과거 한 차례 인기를 끌었다가 현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진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들이 있기에 시장에는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그러나 KT&G는 현재 시장의 수요에 맞춰 필요에 따라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KT&G는 액상형 전자담배 제품 브랜드인 릴 팟키트(lil podkit) 등을 포함한 여러 개의 상표권을 출원한 상태다. 

KT&G에 대한 투자계의 전망도 밝다. 미래에셋대우 백운목 연구원은 “대내외 여건의 안정화를 고려할 때 KT&G는 올해 매출액 11.6% 증가, 영업이익 15.1% 증가 등의 호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DB투자증권 차재헌 연구원은 “액상형 니코틴에 대한 규제, 점점 연기되고 있는 출시 시점 등 요인으로 쥴의 국내 출시가 국내 담배 혹은 전자담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KT&G는 이미 시장 변화에 대한 준비를 마쳐둔 상태이기 때문에 대내외 악재가 대부분 거둬진 올해부터는 가파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