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서울만큼이나 신용카드 사용이 일반화돼서 한 달 내내 현금을 단 한 번도 쓰지 않을 수 있다.

자그마한 포장 전문 중국집에서부터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점, 고급 레스토랑까지 모두 신용카드를 당연히 받고 지하철이나 기차, 버스 티켓도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다.

택시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요즘은 택시보다 더 일반화된 우버와 리프트는 사전에 등록한 카드로 자동결제가 되니, 사실상 현금을 써야 할 상황은 거의 없다.

편의점에서는 단돈 1달러의 작은 상품도 카드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굳이 현금을 사용해야 한다면 맨해튼 거리에 늘어선 노점상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뿐인데, 관광객을 타깃으로 이곳에서는 살 만한 물건도 없다.

유일하게 현금을 소지해야 하는 상황은 간혹 맛집이라고 소문난 음식점에서 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만 받는 경우다. 이때는 미리 알아보고 현금을 꼭 지니고 가야 한다.

이외에는 뉴욕에서 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할 필요가 거의 없다.

그런데 최근 뉴욕의 이웃지역인 뉴저지에서는 식당에서 현금을 받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현금을 받지 않는 레스토랑이나 점포도 있나 의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정보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인해 현금을 받는 대신 신용카드나 모바일 앱, 애플페이, 구글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상점들이 늘고 있다.

특히 20~30대의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한 상점의 경우, 빠른 처리와 밀레니얼 세대의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현금 없는 점포를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특히 아마존에서 선보인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의 경우 고객들이 모바일 앱으로 바로 결제가 가능하고 아예 점포에 계산원이 없기 때문에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음식점과 상점에서 반드시 현금결제를 받아야 한다는 법은 1978년 메사추세츠주에서 처음 시작됐다. 올해 3월 초에 필라델피아가 상점에서 현금을 받지 않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하면서 미국 내 첫 캐시리스 반대 도시가 됐다.

필라델피아의 상점들은 주차장 등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올해 7월부터 고객들에게 카드나 모바일 앱 외에도 현금 지불의 선택을 제공해야 한다.

이어 3월 18일에는 뉴저지 주지사 필 머피가 현금결제를 하지 않는 상점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를 어길 시에는 첫 회에 해당 점포는 2500달러의 벌금이, 재차 어길 경우 5000달러의 벌금이 부과되며 위반이 지속될 경우 최고 2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된다.

뉴욕시에서도 현금 없는 결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현찰 없는 캐시리스 서비스를 제공하던 기업들은 이번 결정이 기술발전에 발맞추지 못하는 결정이라면서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카드나 모바일 앱, 모바일 결제로 빠르게 서비스가 이뤄지는 한편 점포 내에 현금을 쌓아 두지 않아서 강도나 도둑의 위험이 사라진다면서 훨씬 안전하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각 도시와 주에서 캐시리스 점포를 금지하는 이유는 저소득층과 정보기술에 취약한 사람들의 접근 기회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신용카드나 은행 직불카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이와 달라서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정의 6.5%가 은행 계좌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신용카드를 보유하지 않은 가정은 이보다 더 많은 29.8%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부분은 저소득 가정이거나 나이가 많아서 휴대폰 등의 IT기기의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서, 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이 늘면 이들이 사실상 차별을 받게 된다.